역사자료관에 격려를
仁川愛/인천이야기
2008-10-31 10:36:17
역사자료관에 격려를
이원규 문화칼럼 소설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을 하는 사람, 그런 사람을 가진 사회는 윤택하다. 공무원, 혹은 관에 속한 기관에서 일하는 사람이 그렇다면 시민들은 행복하다. 인천역사자료관의 두 전문위원이 그러하다. 인천 지역사 연구의 수평을 몇 배 높이 끌어 올려놓았다.
이달 초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독립운동사연구자대회에 초청되어 강연을 했는데 저녁식사 때 소장 역사학자들이 인천역사자료관의 노력을 칭찬했다. 지역사와 지역문화 정보를 가장 열심히, 가장 유효하게 발굴 수집 정리하여 필요한 연구자나 시민들에게 제공한다는 것이었다. 인천이 관에서 추진하는 학술 문화 활동과 관련하여 칭찬 받는 일은 좀처럼 없던 터라 매우 흐뭇했다.
인천역사자료관은 자유공원 바로 아래에 있다. 중앙광장 남쪽 계단을 내려가면 유서 깊은 옛 제물포구락부 건물이 있고 그 앞으로 나서면 휘어진 길 건너 담쟁이넝쿨이 달라붙은 담벼락이 보이는데 그 너머 고색창연한 기와집이 앉아 있다. 아래쪽 정문에서 올라가는 돌계단의 운치가 기막히게 좋고 정원에 서면 인천항과 월미도를 한눈에 굽어볼 수 있다.
일본인 무역상이 1900년대에 별장으로 지었고 광복 후에는 댄스홀이었다. 1960년대부터 인천시장 관사로 쓰였는데 몇 해 전 시장이 덜컥 내놓아 인천역사자료관으로 만들었다. 식민통치를 등에 업고 우리 민족의 고혈을 착취한 일본인 실업가가 건축했으니 연원이 자랑스러울 수는 없는데 지금은 인천의 자랑감이 되어 있다.
전국 어느 도시에도 그렇게 지역의 역사 문화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 정리하여 연구자들과 시민일반에 제공하는 곳은 없다. 1만2천권쯤 되는 인천 관련 장서와 자료들만 자랑스런 것이 아니라 그것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출간하는 등 지역사 연구의 질량을 창의적으로 확대해 온 성과가 그렇다.
인천 지역사는 개항 이후 수많은 격랑을 겪은 인천인들의 집단기억이며 한국 근대사의 매우 중요한 일부이다. 처음 연구는 이경성·최성연 선생 등 선각들에 의해 1950년대에 시작되었다. 1970년대에 들어 중앙 중심, 지배층 중심 역사서술을 극복해야 한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각 지역에서 연구를 시작할 즈음 인천에서도 신태범·이훈익·조기준·김양수 선생 등이 외연을 확대해 갔고 조우성·김윤식 선생 등이 계승해 깊이를 더해 가고 있다.
20여 년 전, 해방공간의 인천과 덕적도의 좌우익 갈등, 한국전쟁, 상륙작전을 소재로 장편소설 '황해'를 쓸 때, 인천의 근현대사에 관한 사료가 전혀 정리되어 있지 않아서 준비 작업에 몇 달이 걸렸었다. 지금 그런 소설을 쓰려면 매우 쉽다. 연표, 인천 관련 근대사 문헌자료 등 거의 모든 것을 역사자료관에서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천부읍지', '고종시대 인천자료', '인천 개항 25년사', '미군정기 인천자료' 등 40여 권의 간행물과 CD롬 '인천의 역사를 찾아서'는 알토란같이 소중한 성과물이다. 그것들을 만지다 보면 인천 본연의 뿌리를 보는 듯하여 인천 토박이로서 감회가 크다.
지역사의 연구와 정리는 인천시가 추구하고 있는 세계화를 위한 필요조건이기도 하다. 자기 정체성을 확립한 뒤에 주체적으로 외래의 것을 수용함이 올바른 길이기 때문이다. 인천시가 역사자료관을 개설하고 박사학위를 가진 전문위원 두 사람을 초빙한 것은 매우 현명한 선택이었다. 애향적 향토사가들의 연구 성과를 포용하면서 더 많은 자료들을 발굴 정리함으로써 인천이 자기 정체성을 확립하고 외국을 바라볼 수 있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정말 고마운 것은 전문위원 두 사람의 손으로 그 많은 일을 했다는 사실이다. 연구원을 열 명쯤 둔 학술연구기관과 맞먹는다. 요란하게 빈 수레를 굴리며 국민 세금을 축내는 연구기관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가. 기대치보다 많은 성과를 쌓은 역사자료관이 더 넓고 깊게 연구에 열중하여 인천의 역사를 정립해 갈 수 있도록 지도자들이 더 많은 지원과 격려를 해주기 바란다. 그리고 두 전문위원이 보다 나은 대우를 받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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