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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이야기

'새옷' 입고 다시 숨쉬는 항도 풍경

by 형과니 2023. 5. 15.

'새옷' 입고 다시 숨쉬는 항도 풍경

仁川愛/인천이야기

2008-10-31 10:29:57

 

'새옷' 입고 다시 숨쉬는 항도 풍경

- 길에서 묻다 흔적들 15

 

답동 소재 원미당, 인천작가들이 애용하는 표구점

 

어느날 생각지도 않은 초대권을 받으면 이루 말할 수 없이 기쁘다. 8년전 이라고 기억되는 4월부터 6, 세달동안 덕수궁 미술관에서 열렸던 '근대미술의 한 단면-한국은행의 소장전'에 초대장을 받았던 것이다. 2000, 건국과 동시에 생긴 한국은행 50주년 기념사업으로 치룬 행사로 그 규모가 대단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50년을 전후한 우리의 사정이란 정치적 격변기며 동란이 가시지 않은 어수선한 정황속에서 예술이 갖는 의미와 비중은 미약하기 이를 때 없고 화랑이나 미술관도, 더더구나 컬렉터도 없었던 것을 감안하면 그 소장전은 의미하는 바가 크지 않을 수가 없었다.

 

공공기관이든 개인이든 여유가 있다고 해서 작품의 소장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닐진대 미술작품을 역사가 반추하고 아낌이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며 작가들의 창작의욕을 돋운다는 사명이 없이는 더더욱 불가능한 일이다. 개인도 아니고 공공기관이 오랜 세월동안 꾸준히 담당해 왔다는 사실이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대한민국에서 명성이 자자한 작고 작가나 생존한 작가들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희열이 충만한 전시였음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공공기관으로 대중적 접근이 용이한 작품들을 섭렵했는지는 몰라도 구상중심의 풍경화로 수묵 산수화와 유화에서도 마찬가지로 사실적 풍경화가 많았던 것은 감상자들의 일반적 성향을 반영한 것 같았다. 그러나 내 고장 작가들 작품은 아쉽게도 없었다는 점이 섭섭은 했지만 이당 김은호 화백의 작품이 있어 다소 위안은 됐었다.

 

어느 기관이나 관공서를 방문하게 되면 제일 먼저 눈에 드는것은 현관 로비에 걸려있게 마련인 그림 작품이 제일 반갑고 인상적이다.

 

인천일보 창간과 함께 지킨 황추의 '인천항'이나 한국은행 인천지점의 소암 이제호의 '가을풍경'들이 말하는 것처럼. 74점의 작품을 전시하였던 한국은행의 '아름다운 그림들과 한국은행'전에서 보았던 그림중 유독 마음을 사로잡았던 그림은 소송(小松) 김정현(金正炫, 1915-1976)의 작품으로 '영춘(迎春)''고도춘색(古都春色)'이었다. 당대의 작가들의 작품 모두가 좋았었지만 문인화의 문기(文氣)를 바탕으로 수묵화를 그린 농묵(濃墨)과 발묵의 조화로 표현된 부여의 낙화암을 그린 실경산수가 그렇게 마음에 와 닿았었다.

 

전남 영암출신으로 '가와바타' 미술학교를 졸업하고 해방과 더불어 국내활동을 한 남농 허건의 제자로 '선전''국전'을 두루 거쳐 초대작가 심사위원을 역임한 소송(小松)의 그림은 터진개길 '동양표구점'에서 먼저 보는 행운을 얻었었다.

 

현 기업은행 맞은편에 있었던 표구점으로 중소기업은행(당시) 개점 기념작품으로 독지가의 부탁을 받아 표구하던 작품을 본 것이다.

 

평원(平遠) 구도로 만국공원(현 자유공언)에서 월미도를 내려다보며 그린 인천항의 또 다른 감칠맛의 실경산수화는 감동 그 자체였었다.

 

내고장의 화가들의 작품 속에서 간간히 내 사는 곳의 실경 그림은 보아왔지만 외지의 작가 그림 속에서 내 사는 곳의 실경을 보긴 그리 쉽지않은 관계로 그때의 감격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 기억이다. 더욱이 화가가 직접 스케치 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40년이 지난 금년 9, 기업은행 인천지점 방문의 기회가 있어 그 작품을 다시 보게 되었으나 유리도 없이 옛날 그대로 방치(?)된 채로 관리의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여 지행장(支行長)(현 지점장 정세현)을 만나 재표구를 권장하게 되었다. 새로 단장된 '인천항 월미도 소견'이라는 화제의 60호 소송(小松)의 인천적 그림은 다시 살아 숨쉬고 있다. 답동 원미당 (업주 노영배)에서 새로 입힌 옷을 입고서.

 

2000년에 들어서 전체 국가예산의 1%를 확보하기에 이른 문화의 예산은 아직도 요원한 이야기로 문화적 지표가 바로서고 미술품(예술품)의 공공 컬렉션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길 염원하는 것은 작가 복지차원의 직, 간접의 도움을 주어 창작 의욕을 더 한층 고무시키고 문화적 재화를 파악 국부손실을 막고 새롭게 찾아내는 문화의 IMF를 미연 방지함에 신경을 더 썼으면 싶다.

 

공공의 기관이든 개인이든 작품 구입을 원한다면 행위자는 작품을 창조하는 생산자로 문화적, 사회적 가치창조를 꾀하는 것으로 일거양득, 누이좋고 매부좋고가 아닌가.

 

유유자적이 걷는 길에 문열고 기다리는 표구점 또한 미술관이나 전시장 같은 곳으로 그림이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어느 가정집이나 어느 사무실의 벽을 벽이 아닌 그림으로 수사하려고 임자를 기다리고 있다.

 

전생에 인연 있었던것 같은 화가들이 낯설지 않게…….

 

내동길(기업은행 맞은 편)에 있었던 '동양표구점'자리

 

/ 김학균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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