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순 휘필(旅順 揮筆)
仁川愛/인천이야기
2008-10-31 10:37:34
여순 휘필(旅順 揮筆)
조우성의 미추홀
기노쿠니아(紀伊國屋)는 일본 최대의 서점이다. 1927년에 문을 열었는데 현재 일본 국내만 63개소, 미국, 싱가폴, 인도네시아, 대만 등 해외에도 25개소의 점포를 운영 중이다. 연 매출액이 자그마치 1천173억 엔에 달한다.
한국의 기노쿠니아랄 수 있는 교보문고(敎保文庫)는 1981년 광화문점으로 출발해 인천, 부천, 전주, 대구, 부산 등 14개소의 분점을 두고 있다. 매출액이 약 3천300억 정도라고 모 경제지(紙)가 2006년도에 보도하고 있다.
인구로만 따지면 일본은 약 1억2천700만, 한국이 4천900만이니 그 비례가 2.6:1쯤인데, 오프라인의 대표 서점인 두 곳의 사세(社勢)는 서점 수나 매출액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 처지다. 이 수치는 우울한 상징적 지표다.
이따금 일본에 갈 때마다 굳이 가서 보았던 키노쿠니아의 풍경은 한마디로 부러운 것이었다. 웬 책 읽는 장년들이 그리도 많은가 질투가 날 정도였다. 애들로 북적거리는 교보문고와는 달리 지긋한 저력 같은 게 느껴졌다.
실제적 수치도 그를 반증하고 있다. 성인의 25%가 1년에 책 한 권 안 읽는다는 게 우리나라 통계인데 반해 지난주 요미우리신문 조사는 일본 국민 54%가 최근 한 달에 책 한 권 이상을 읽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바야흐로 '독서의 계절'이다. 예로부터 개인이든, 나라든 격을 세우는 길은 책 속에 있다고 했다. 특히 '신에게 바쳐 부끄럽지 않은 책'이 '고전(古典)'이니 애써 구하여 이 가을밤 서등(書燈)을 밝혀야겠다. '일일부독서 구중생형극(一日不讀書口中生荊棘)'이라 한 안중근 의사의 여순 옥중 휘필이 재삼 아프게 새겨진다.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