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하천 이야기
인천의관광/인천의 옛모습
2008-12-03 10:58:43
인천의 하천 이야기
이기석(송도중학교 교사)
전통적으로 농업이 발달한 우리나라에서는 하천의 치수를 국가의 으뜸 사업으로 생각했을 정도로 우리 생활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한 국가의 흥망성쇠를 결정했고 전통적인 취락의 입지에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식수와 생활용수, 농업용수, 공업용수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물을 제공했고, 수력 발전을 가능하게 하며, 인간과 물자를 실어 각 지방으로 나르는 교통로로 활용됐다. 동시에 하천은 신이 인간에게 보내준 생명의 원천이며, 맑은 하천은 오염되지 않는 정신의 상징으로 인간을 깨끗하게 하는 장으로 인식돼 왔다. 또한 하천은 사람의 정서를 키우고, 마음을 다스리는 장소로서 사람들이 모여 생활하고 교류했던 장소이기도 했다. 간혹 많은 양의 비로 하천이 범람해 사람들의 생명과 재산을 잃는 큰 피해를 입히기도 해 우리 조상들은 치산치수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하천은 인간에게 경외의 대상이었으며, 때로는 체념의 대상이었기에 우리 조상들은 하천이라는 대자연에 맞서 싸우기보다는 순응하고 적응해 살아왔다. 하지만 최근 인간의 욕심이 지나쳐 개발과 삶의 질 향상이라는 명분하에 하천이 가지고 있는 본래의 모습과 기능이 잃어가고 있다. 인천의 하천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나라의 땅은 동쪽과 북쪽이 높고 서쪽과 남쪽이 낮다. 이로 인해 두만강을 제외한 대부분의 하천은 서해와 남해로 흐른다. 서해로 흐르는 하천은 조수간만의 차가 크기 때문에 조수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우리나라 하천을 흐르는 물의 양은 계절적 변동의 불규칙하고 여름에 집중해 있다. 갈수기인 봄과 겨울에는 강바닥을 드러낼 정도이고 연평균 강수량의 약 60%가 집중하는 여름에는 하천의 범람으로 주변지역에 많은 피해를 입힌다. 이런 이유로 하천 유역을 개발하고 관리하는 데에 많은 비용과 노력, 사후 체계적인 관리체계가 필요하다.
하천의 발달 정도는 주변 산지의 규모나 위치에 큰 영향을 받는다. 인천은 전반적으로 산이 적고 해발고도가 낮은 지형이고 산지 면적이 넓지 않기 때문에 큰 하천이 발달되지 못하고 하천의 길이가 대단히 짧으며 대부분의 하천은 서해안으로 흘러든다. 다른 지역의 하천에 비해 큰 규모의 하천이 없지만(대부분 지방2급하천, 소하천) 인천의 발달과 변화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인천의 하천은 흐르는 방향에 따라 셋으로 구분된다. 북쪽으로 흐르다가 한강으로 흘러드는 하천, 서쪽으로 흐르다가 서해로 흘러드는 하천, 남쪽으로 흐르다가 서해로 흘러드는 하천이다.
굴포천과 주변 하천
<출처 : 인천시하천살리기추진단-http://www.icriver.or.kr/>
한강으로 흘러드는 대표적인 하천은 북부의 굴포천(20.73km)이다. 굴포천은 계양산, 금마산 등에서 발원한 귤현천, 계산천, 청천천, 원통천 등이 합류돼 부평평야를 흐르면서 계양구와 김포시를 거쳐 북쪽으로 흐르다가 한강으로 흘러든다. 굴포천은 현재 직강공사를 통해 거의 직선화돼 있지만, 김포시 전호리(錢湖里)에서 저수지로 활용되고 있는 우각호를 통해 예전에는 자유 곡류천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굴포천
굴포천(掘浦川)은 자연적인 하천은 아니고 조선 중종 때 삼남지방에서 곡물 등의 싣고 이동하는 배가 강화 손돌목에서 뒤집히는 경우가 많아 이 뱃길을 피해 보다 안전하게 운반할 수 있도록 판 하천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판개’라 불리는 굴포천의 건설은 고려시대부터 필요성이 논의됐다. 고려 무신정권의 실권자인 최이가 서해와 한강 사이에 운하를 팔 목적으로 부평 땅을 살펴보게 했으나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중지하고 말았다. 이후 조선시대에 조세 운송 수단의 하나인 해운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중종 때 김안로에 의해 굴포 작업이 착수됐다.
인천과 한강 쪽에서 굴착을 시작했지만 인천시 간석동에서 부평을 넘어가는 원통이 고개에서 당시의 기술 수준으로 원통이 고개를 뚫는다는 것이 불가능해 중단됐다. 이후 최근 경인운하를 건설해 서해와 한강을 연결하려는 시도가 있지만 정부와 환경단체 간의 실랑이가 계속되고 있다.
굴포천 외에도 계양산 약수터에서 발원한 계양천이 계양구와 서구를 거쳐 한강으로 흘러든다.
공촌천과 주변 하천
<출처 : 인천시하천살리기추진단-http://www.icriver.or.kr/>
서구의 심곡천(8.95km)은 천마산에서 발원하고 서쪽으로 흐르며 동아매립지의 직선 인공 배수로를 따라 서해로 흘러든다. 하천 주변의 대부분을 농경지로 이용하고 있으며 하천의 보존 상태가 아주 양호한 하천이다.
굴포천 다음으로 긴 하천인 공촌천(9.93km)은 경명현 서쪽 골짜기(서구 공촌동)에서 발원해 서구 경서동 배수갑문을 통해 서해로 흘러든다. 공촌천의 상류에는 공촌정수장이 위치하고 있으며 중부에는 경서지구, 연희지구 등 택지개발지구가 위치하고 있어 유역 내로 인구가 집중하고 있다.
현재 하천 주변은 개발제한구역으로 설정됐고 대부분 농경지로 이용돼 하천의 보존 상태가 매우 양호한 편이다. 오염원이 거의 없고 수심 10m 내외의 비교적 일정한 유량이 유지되며 하천 상류로 갈수록 하천의 폭이 넓어져 약 200m가 된다. 또한 인천공항 및 시내와의 접근성이 뛰어나 가족들이 쉴 수 있는 공원으로서의 잠재력을 지닌 하천이다.
시천천
시천천(1.32km)의 아주 짧은 하천으로 서구 검암동에서 발원해 서구 시천동의 굴포천 방수로와 합류한다. 수도권매립지를 관류해 흐르는 시천천은 생물학적산소요구량(Biochemical Oxygen Demand ; BOD)의 경우 기준치보다 4배 이상 초과할 정도로 수질오염도가 심각하다. 수도권매립지의 침출수, 주변지역의 공장 폐수 및 축산 폐수의 무단 방류와 함께 굴포천 방수로 공사로 인한 단절로 하천물이 아닌 방수로 물이어서 자연 정화력이 떨어지고 유속 흐름도 늦어 하천수질 오염은 날로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굴포천 방수로의 출발점에 해당하는 시천천은 공사의 재개와 중단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정부 정책으로 마땅한 수질오염 해결책을 세우지 못한 채 점점 오염돼 가고 있다.
승기천과 주변 하천
<출처 : 인천시하천살리기 추진단-http://www.icriver.or.kr/>
남동구의 뱀내천은 소래산 일대에서 발원해 운연동을 지나면서 시흥시와 경계를 이루며, 남쪽으로 흐르다가 소래포구의 갯골로 유입돼 서해로 흘러든다.
만수천(5.5km)은 금마산에서 발원해 남쪽으로 흐르다가 관모산에서 발원한 장수천(6.9km)과 수산동(서창분기점)에서 합쳐져 운연동에서 발원하는 운연천과 만나 합쳐져 소래포구 갯골을 지나 서해로 흘러든다. 장수천과 만수천이 합류하는 지점인 수산동은 과거에 바다였으며 중국 무역선이 닿았던 포구였다. 이 지역의 개발 전에는 발원지 주변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갯골을 이루었다. 하지만 지금은 시가지 확장에 따른 매립으로 육지화 됐다.
장수천(6.9km)은 인천대공원의 호수(관모산)을 시작으로 서해로 흘러 들어가는 하천으로 상류에는 자연경관 보호와 시민의 건강, 휴양 및 정서생활의 향상에 기여하기 위하 조성한 인천대공원이 들어서 있다. 이곳에는 약 5만 평 규모의 호수가 있는데 상류로부터 유입되는 자연수를 모아 장수천 하류로 흘려 보내고 있지만 좁은 유역 면적, 적은 유량, 강우 시 다량의 토사 유입으로 호수의 수질이 악화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시민 휴양시설로서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유지용수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승기천(10.33km)은 승기산에서 발원해 선학동과 남촌동을 남류하면서 원래 논현동에서 서해로 흘러 나가던 하천이었으나, 1990년대 초 남동국가산업단지 조성공사로 하천의 흐름이 바뀌어 지금은 연수구와 남동공단을 가르고 있는 인공하천으로 흐름이 변해 승기하수종말처리장을 지나 서해로 흘러든다. 승기천 상류는 복개돼 있고 중류의 둔치에는 농경지가 형성돼 있으며, 하류에는 남동산업단지가 조성돼 있다. 홍수에 대비해 하천정비사업을 실시했지만 도심지의 아파트 단지의 생활하수 및 남동공단의 산업폐수로 인해 수질 오염이 악화됐고, 하천으로 유입되는 하수가 승기하수처리장으로 분리 도수돼 하천의 유수량이 줄어 하천으로서의 구조와 기능을 잃은 상태다.
이렇게 인천에는 북류, 서류 그리고 남류하는 세 방향의 하천의 발달하고, 유역면적이 좁고 하천의 길이도 매우 짧으며, 게다가 거의 인위적으로 흐름이 변경되고 직선화돼 자연상태의 하천은 찾아보기가 매우 어렵다. 대부분의 하천이 산업폐수와 생활오수, 개발에 따른 매립과 유수량의 감소 등으로 인해 하천이 가져야 할 기능을 상실한 상태다.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본래의 모습으로 하천을 되돌리기 위한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 자료제공=인천시 역사자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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