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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옛모습

인천의 동제(4) -인천의 동제 축문-

by 형과니 2023. 5. 16.

인천의 동제(4) -인천의 동제 축문-

인천의관광/인천의 옛모습

2008-11-12 10:13:35

 

인천의 동제(4) -인천의 동제 축문-

문상범(제물포고등학교 교사)

 

 

가정제례와 동제 모두 축문(祝文)을 통해 기원한다. 축문은 일방적으로 신을 찬양하고 신에게 인간의 바람을 기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행하는 제의식의 축문은 크게 가정제례 축문과 동제축문(洞祭祝文)으로 나눌 수 있다. 가정제례 축문은 서식이 예서(禮書)에 따라 엄격하게 규정돼 있어 어느 가정에서나 거의 같은 형식과 내용의 축문을 사용한다.

 

이에 비해 동제축문은 서식이 규범화돼 있지 않아 지역마다 마을마다 각기 다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동제가 치러지는 지역의 상황과 제의의 성격 등을 고려해 축문을 작성하는 사람이 자유스럽게 내용과 형식을 규정해 제작하기 때문이다.

동제축문의 형식과 내용이 마을에 따라 차이가 있다 할지라도 축문의 처음과 끝은 거의 같은 형식을 보인다.

 

본문은 대체로 4언체(四言體)의 시가(詩歌) 형태다. 동제축문의 형식과 내용이 차별성을 보이면서도 서두, 본문, 말미의 부분에서 공통적인 형식과 내용을 갖추고 있다.

 

각지에서 볼 수 있는 동제축문의 형식과 내용이 이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지만 동제축문의 특성상 모든 동제축문이 똑같이 일정한 형식과 내용을 보이지는 않는다. 인천의 동제축문도 같은 양상을 보이고 있다.

 

 

동제축문의 형식은 대체로 서두(序頭), 본문(本文), 말미(末尾) 3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서두는 維歲次 ㅇㅇㅇㅇ ㅇㅇㅇㅇ (祭官)ㅇㅇㅇ 敢昭告于의 형식으로 돼 있는 것이 보편적이다. 본문은 4언체(四言體)의 문체로 신을 찬양하고 신에게 인간의 바람을 기원하는 두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말미는 대부분 상향(尙饗)’으로 하며 축문을 끝맺는다.

 

동제축문의 가장 핵심이 되는 부분은 인간의 바람을 기원하는 부분이다. 이 부분이 동제 축문의 주 내용으로 제의의 목적이기도 하다. 기원 내용은 지역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동신에게 기원함으로써 개인과 각 가정은 물론 마을 집단이 재해에서 벗어나고 안녕과 풍요, 행복을 추구해 편안한 생활을 추구하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이것을 위해 축문이나 구술(口述)을 통해 신에게 고()한다.

 

인천 대부분의 마을에서 사용하는 축문은 같은 내용을 제의 때마다 제의 날자(干支)와 제관 이름만 바꾸어 사용한다. 제의 마지막에 축원을 확실히 하고자 축문을 소지(燒紙)하기 때문에 제의 때마다 축문을 새로 만들어야 하는 어려움을 덜고자 원본이 되는 축문을 따로 작성해 보관해 두고, 제의 때에 원본 축문을 보고 그대로 베끼고 그 해에 맞는 간지와 제관을 적어 넣어 사용한다.

 

예로부터 사용되던 축문의 형식이나 내용에 큰 변화는 보이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기도 하다. 간혹 옮겨 적는 과정에서 실수해 오·탈자가 발생해 내용 전달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최근에는 내용의 변화를 보이는 있는 곳도 있다. 신불도는 시대의 흐름에 맞춰 형식과 내용에서 큰 변화를 보였고 백석동은 축문을 분실하고 새로 축문을 작성했기 때문에 그 내용이 예전에 사용되던 축문과는 차이가 있다.

 

인천 지역 동제축문에서 인간의 바람 부분만을 예시해 보면 다음과 같다.

 

 

 

民無?害 苗無螟蝶 藝之繁茂 畜之肥澤 父慈子孝 婦順夫直 神鑑在玆 未奠民宅 爰差穀辰(동양동)

<민무재해 묘무명접 예지번무 축지비택 부자자효 부순부직 신감재자 미전민택 원차곡신>

民無?害 穀無螟? 繁茂畜之 肥澤之 父慈子孝 夫和婦順 神鑑在玆 永存民宅 爰差穀辰(백석동)

<민무재해 곡무명등 번무축지 비택지 부자자효 부화부순 신감재자 영존민택 원차곡신>

永尊民宅 父子慈孝 婦順夫直 民無災害 苗無螟?(목상동)

<영존민택 부자자효 부순부직 민무재해 묘무명등>

百突消滅 永世保妥(서운동)

<백돌소멸 영세보타>

年農洞安 惡虛不走 疫鬼遠避 牛馬肥澤 雜邪及諸鬼雜疫等 神遠遠避 洞中上下諸人 牛馬六畜 無幣安過(효성동)

<연농동안 악허부주 역귀원피 우마비택 잡사급제귀잡역등 신원원피 동중상하제인 우마육축 무폐안과>

祈願 父慈子孝 夫和婦順 壽命長壽 富貴功名 子孫滿堂 憂患逐滅 五穀豊登 牧畜繁殖 ?害防止 家和萬事 敢願成就(경서동)

<기원 부자자효 부화부순 수명장수 부귀공명 자손만당 우환축멸 오곡풍등 목축번식 재해방지 가화만사 감원성취>

農商守職 貧富安業 閭里帖妥 皆神之祿 人物蕃昌 亦神之鬼(계산동)

<농상수직 빈부안업 여리접타 개신지록 인물번창 역신지귀>

五穀豊登 六畜繁殖 日盛月盛 和樂且堪(박촌동)

<오곡풍등 육축번식 일성월성 화락차감>

病不侵入安 災不降而穀滿 伊 之德 天佑神助 欲報其德(영종도 중산)

<병불침입안 재불강이곡만 이 지덕 천우신조 욕보기덕>

家內成造<가내성조> 旺盛<왕성>하게 해주시고 吉慶吉事<길경길사> 連生<연생>해주시고···三災八難<삼재팔난> 消滅<소멸> 救厄萬和<구액만화> 散在<산재>시켜 이곳저곳 골고로 더듬어서 富貴榮華<부귀영화>를 누리며 幸福<행복>하게 살게 해 주시옵고 소원성취 이르도록 해 주시옵소서.(신불도)

 

 

인천의 동제축문에 나타나는 기원의 주 내용은 먼저 마을의 풍요다. 이를 위해 해충의 피해에서 벗어나 좋은 기후로 곡식의 풍작이 이루어지길 기원한다. 또 재해와 잡귀 등 모든 액에서 벗어나 각 가정과 마을이 평안하고 번성하기를 기원한다. 육축(, , 돼지, , , )의 번식도 기원한다. 결국, 마을의 수호신에게 기원함으로써 개인과 각 가정은 물론 마을 집단이 재해에서 벗어나 안녕과 풍요, 행복을 추구해 편안한 생활을 영위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한편, 인천 지역의 동제 목적도 마을에 따라 약간의 차이를 보이고는 있지만 대체로 다른 지역과 대동소이하다. 다만, 생업이나 교육을 위해 고향을 떠나 사는 사람들이 느는 것이 각 마을마다 공통된 모습으로 객지에 있는 사람들의 안녕을 기원하는 내용을 보이고 있다. 이것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기원 내용의 변화 내지는 새로운 목적의 기원이 추가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동제축문을 통해 각 마을이 추구하는 방향대로, 또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달리 기원을 하기도 하지만, 본래부터 갖고 있던 동제 자체의 목적이 사라졌거나 변화된 것은 아니다. 다만 마을 주민이 추구하는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쪽으로 기원하고 있다.

<자료제공=인천시 역사자료관>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동제축문의 한자를 한글로 병기했기에 알려드립니다. 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