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산 이야기
인천의관광/인천의 옛모습
2008-11-26 22:38:50
인천의 산 이야기
이기석(송도중학교 교사)
우리 조상들은 전통적인 취락입지 조건으로 ‘배산임수’를 꼽고 있다. 그만큼 산과 하천은 우리의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중요한 요소다. 산으로부터 먹을거리, 난방, 건축재 등을 얻었고 외적의 침입에 대비해 산에 성을 구축했다. 하천으로부터 물을 얻어 농사를 짓고 각 지방을 잇은 교통로로 이용했다. 인천을 논할 때 산과 하천을 떼어놓고 말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약 70%가 산지로 구성된 산악 국가다. 평균 해발고도 482m로 아시아 평균 960m보다 낮은 편이다. 대부분의 높은 산지는 북한에 분포하고 있으며, 남한에는 1천m 내외의 낮은 산지가 주로 분포하고 있다.
신생대 3기(6천500만 년∼250만 년 전)에 진행된 경동성요곡운동의 영향으로 형성된 동고서저의 지형적 특징으로 인해 산지는 주로 동쪽에 치우쳐 있고 이러한 모습은 중부지방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인천의 산지는 대체로 남북과 동서의 방향을 보이고 있다.
남북 방향의 산지는 계양산(395m)과 천마산(227m)을 거쳐 간석동 동쪽의 낮은 산지를 지나 남동구의 오봉산에 이르는 산지와 청량산(157m)을 중심으로 하는 동춘동, 연수동 일대에 분포하는 산지다. 이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산줄기의 연속성이 뚜렷한 것은 계양산을 중심으로 하는 산지다.
▲ 백두대간의 모습을 담을 산경표
철마산... 천마산...?
인천의 지형도를 보면 남동구 만수동, 부평구 산곡동, 서구 심곡동 일대의 산을 모두 철마산(鐵馬山)으로 표기해 놓았다. 이는 잘못 부른 것을 그대로 적었거나, 지도 제작자들이 지명을 정확히 확인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서구 심곡동 일대의 철마산(266m)은 ‘천마산(天馬山)’의 오기다. 이 산 밑의 마을의 한 집에서 아기장사가 태어나자 후환이 두려웠던 부모가 아이를 죽였다고 한다. 이 때 용마(龍馬)가 나와 울면서 떠났다는 전설이 있다. 이 용마의 발자국이 남아 있는 큰 바위를 ‘마제석(馬蹄石)’이라 부른다. 이런 연유로 이 산을 ‘마제봉’, ‘천마산’이라 불렀다.
세일고등학교 뒤편의 산도 철마산(165m)으로 불리고 있지만 이는 ‘원적산(元積山)’의 오기다. 조선 중종(1530)대의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원적산은 부평부에서 서쪽으로 15리 떨어진 곳에 있다.”고 기록돼 있다. 영조(1750)때의 『여지도서』와 1842년의 『부평부읍지』에도 같은 내용이 있다.
남동구 만수동 일대의 철마산(201m)도 ‘금마산(錦馬山)’의 오기다. 금마산은 비단결 같은 말잔등의 형성을 하고 있다고 해서 유래된 이름이다.
중구 일대의 산지들과 문학산(213m) 주변의 산지들은 동서의 방향성을 보인다. 문학산 주변의 산지들과 관교동의 해발고도 약 120m 내외의 산지들은 인천의 시가지가 남쪽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고 있는 형상이다. 문학동과 관교동 일대의 산지 사이는 동서로 분지를 이루고, 문학산 남쪽의 청학동과 옥련동 일대는 넓지는 않지만 평야가 발달돼 있다. 중구 일대의 산지들은 비교적 낮은 구릉들이 독립적으로 분포하며 서쪽으로는 해안에 접하고, 동쪽으로는 간석동 일대에서 남북 방향의 산지와 만난다.
계양산에서 천마산으로 이어져 만월산(187m), 금마산(201m), 소래산(299m)로 연결되는 남북 방향의 산지는 인천의 산지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연속성이 뚜렷할 뿐만 아니라 원(原)인천과 부평지역을 나누는 경계가 된다. 같은 인천이지만 부평사람, 인천사람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지역 소통의 장애물 역할을 해 두 지역 간의 문화적 이질감을 가져왔다.
계양산
▲ 계양산
인천에서 제일 높은 계양산의 남서 줄기는 징맹이고개를 지나 천마산으로 이어져 경인고속국도 서인천인터체인지까지 뻗으면서 계양구와 서구를 나눈다. 인천의 북부지역인 서구 일대는 김포와 경계선이 되는 필봉산(132m)과 가현산(215m)을 제외하면 대체로 해발고도 60m 내외의 낮은 구릉지다. 이 구릉지는 경인국도 동편에서 대략 2km 정도 남북으로 펼쳐지면서 부평구와 서구를 경계짓고, 남단에서는 원적산(165m)이 장고개를 지나 함봉산, 호봉산(106m)으로 이어지면서 점차 낮아진다. 그 기슭에 ‘윗열우물’ 마을이 들어서 있고 남동쪽 끄트머리에 백운공원이 조성돼 있고 만월산(187m)과 금마산(201m)으로 이어진다.
금마산의 남동 줄기는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와 서해안고속도로가 만나는 장수동의 비루고개를 넘어 거마산(206m)과 성주산(317m)으로 이어지면 동편의 소래산에 이른다. 계양산 다음으로 해발고도가 높은 소래산은 인천 최동단에 위치하며 인천과 시흥의 경계가 된다. 장수동의 관모산(160m)과 상아산(151m)은 소래산의 서부 줄기로 인천대공원이 조성돼 있다. 소래산의 남쪽으로는 해발고도 50~70m 정도의 낮은 구릉지가 있고 논현동의 오봉산(106m)에 이른다.
인천의 구도심의 월미산(93m), 응봉산(69m), 송림산(59m), 도화산(51m), 수봉산(112m)등은 중·동·남구 일대를 동서 방향으로 가로지르는 낮은 산지들이다. 이들 산지는 간석동 일대에서 구도심의 해안의 여러 지역에 분포해 이 지역을 여러 생활단위로 나누었다. 이 지역은 화도고개, 싸리재, 황골고개, 독쟁이고개 등을 통해 연결되고 있다. 이들 산지는 인천의 시가지가 남쪽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는 모습이지만, 최근에는 이 산지의 남쪽에 대규모 주택 단지인 연수지구가 자리 잡고 있다.
또 수봉산에서 도원산과 응봉산으로 이어지는 해발고도 60m 내외의 산지에는 시가지가 조성돼 산이라는 느낌보다는 언덕에 서있다는 느낌을 들게 한다. 자유공원이 있는 응봉산에는 기상대가 있고 서쪽에는 월미산이 자리 잡고 있다.
동서로 길게 학(鶴) 모양을 이루는 문학산 주변의 산지들은 남쪽에서 100~200m 규모로 동서 방향으로 뻗어 있어 규모가 크고, 산지의 연속성이 약 5km나 된다는 점에서 인천 구도심의 산지와는 차이가 있다. 문학산을 경계로 남구와 연수구로 나뉘고, 문학산 동쪽에 위치해 남서쪽으로 흐르는 승기천을 경계로 남동구와 연수구로 나뉜다. 문학산과 북쪽의 승기산(122m)사이가 인천의 구읍터이고 그 앞쪽에 문학경기장이 있다. 문학산 남쪽으로 청량산(172m)이 남북방향으로 달리고 그 남쪽 끝으로 송도국제도시가 조성 중에 있다.
인천의 산줄기 모습은 남북방향으로 북부의 계양산에서 천마산, 만월산, 금마산을 거쳐 남동부의 거마산과 소래산으로 이어지면 ‘S’의 모양으로 분포한다. 남부에서는 문학산과 청량산이 서로 만나는 ‘下’자형으로 분포한다. 이로 인해 인천의 가로망과 시가지는 북부는 남북방향으로, 남부는 동서방향으로 발달돼 있다.
백두대간 속의 인천 산
백두대간의 모습을 담을 산경표
우리나라 산맥 분포도
<출처 고등학교 사회. 지학사>
백두대간(白頭大幹)은 우리 땅을 동과 서로 갈라놓는 산줄기의 이름이다. 백두산에서 시작돼 남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는 우리나라의 모든 강 유역을 나누고 있는데 동해안, 서해안으로 흘러드는 강을 둘로 나누는 큰 산줄기를 대간과 정간이라 하고, 이들에서 갈라져 각각의 강을 나누는 분수산맥(分水山脈)을 정맥이라 했다.
이는 ‘산은 물을 넘지 못하고, 물은 산을 넘지 않는다.’는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의 원리를 따른 것이다. 이러한 인식은 조선 초부터 지도상에 반영돼 왔으며, 18세기에 지은 것으로 추정하는 『산경표』에서 체계적으로 정립됐다. 이후 19세기에 고산자 김정호가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대동여지도』는 이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대표적인 지도라 할 수 있다.
▲ 우리나라 산맥 분포도
백두대산은 백두산에서 시작돼 동쪽 해안선을 따라 남쪽으로 뻗어가 태백산 부근에 이르러 서쪽으로 기울어 남쪽 내륙의 지리산까지 이르는 거대한 산줄기로, 우리 국토를 대륙과 이어주는 뿌리이자 줄기 구실을 하고 있다. 총 길이는 1천625km 정도다. 남한 구간은 향로봉에서 지리산까지 약 690km에 이른다.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여러 갈래로 뻗어 나간 산줄기들에 의해 지역이 구분되고 각 지역은 독특한 언어, 습관, 풍속 등을 갖게 됐다. 백두대산은 역사적으로는 부족국가의 영역을 나누었고, 삼국의 국경을 비롯한 조선시대의 행정 경계가 됐다. 오늘에 이르러서도 자연스럽게 각 지방을 나누는 선이며, 이 땅의 지세를 파악하고 지리를 밝히는 근본이 되고 있다.
산경표에 따르면 인천의 산줄기는 한강, 낙동강, 금강으로 물줄기가 갈라지는 지점인 속리산(1천57m)에서 갈라져 북서쪽으로 뻗어가면서 한강 유역과 경기 서해안 지역을 나누는 한남금북정맥(漢南錦北正脈)에 속한다.
백두산에서 시작된 산줄기는 속리산에 이르러 북서 방향으로 인천 쪽을 향하는데 경기도 안성의 칠현산(516m)까지를 한강의 남쪽, 금강의 북쪽이란 의미에서 한남금북정맥이라 부르며 다시 칠현산에서 계속 북서쪽으로 나아가 인천을 지나서 김포의 북서쪽 끝 지점에 솟은 문수산(376m)까지를 한강 남쪽이란 뜻에서 한남정맥이라 부른다.
대동여지도 속의 인천
▲ 대동여지도 속의 인천
한남정맥은 인천의 남동쪽 접경에 솟은 성주산을 지나 비루고개-금마산-만월산(주안산)-원통고개-장고개-원적산-천마산-계양산-피고개산을 지나 계양구 둑실동에서 서쪽 방향의 김포 쪽으로 휘어져 가현산-약산-문수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예전에는 이 산줄기가 인천도호부와 부평도호부를 나누는 경계선 역할을 했다.
정맥에서 뻗어나간 줄기를 지맥(地脈) 또는 기맥(岐脈)이라고 부르는데 인천, 김포, 강화의 산줄기는 모두 한남정맥의 지맥들이다. 인천지역의 한남정맥 중 제일 긴 지맥은 만월산에서 서쪽으로 뻗어 수봉산, 문학산, 청량산을 지나 연수구 동춘동에서 멈추는 줄기로 그 거리는 21km다. 그 외에 남동구 구월동 부근에서 남쪽으로 뻗어 내려 오봉산 끝자락의 고잔동에 이르는 줄기, 남구 수봉산에서 서쪽으로 뻗어 중구 응봉산으로 연결되는 줄기, 서구의 북서쪽 계양산에서 피고개산을 지나 서쪽으로 낮게 뻗어 검암동, 경서동의 금산에서 멈추는 줄기, 남동구 성주산에서 소래산, 서창동을 지나 장골에 이르는 줄기, 계양산에서 동쪽으로 뻗어 박촌동을 지나고 동양동 당미 동쪽에서 멈추는 줄기가 있다.
<※ 자료제공=인천시 역사자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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