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교
인천의문화/김윤식의 인천 재발견
2009-02-03 18:02:18
창망한 大海로 길이 열리다
(3) 인천대교
이렇게 크고 웅장한 다리가 인천 앞바다에 선다! 한국에 없던 다리가 인천에 우뚝 선다!
다리는 길이다. ‘길은 사람이나 동물 또는 자동차 따위가 지나갈 수 있게 땅 위에 낸 일정한 너비의 공간’을 말한다. ‘길을 가다, 길을 건너다, 길을 열다’처럼 ‘다리를 가고, 다리를 건너고, 다리를 열어서’ 그쪽으로 가고 이쪽으로 온다. 이렇게 다리도 길로서 도도(道途)의 의미를 지닌다. 그러니까 다리는 물 위에 놓은 길이다.
인천대교는 이렇게 물 위에 놓인 다리요, 길이다. 그러나 이 다리, 이 길은 여느 산하를 돌아내려오는 얌전한 강물도, 여느 마을을 감싸고도는 착한 냇물도 아닌, 상류도 없고 하류도 없는 일망무제(一望無際) 창망한 대해(大海) 위에 놓인 것이다. 소리를 질러도 이내 진공 속으로 빨려들 것 같은, 두렵고 숨이 막히도록 넓은 창파(蒼波) 위에 뜬 길!
엷게 저녁노을이 물드는 서해 원시의 물 위에 언감생심 다리를 놓을 생각을 했다니. 시멘트와 철근과 와이어와 볼트와 너트가 인간의 과학을 자랑하기로서니 이런 어마어마한 공룡 등뼈를, 이런 영혼의 높은 산길을 바다 위에 설계 하려 했다니….
그러나 바다는, 자연은 이렇게 길을 내려는 인간의 욕망을 말없이 용납한 것이다. 까마득한 다리의 높이와 엄청난 길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유사 이래 인천에서 벌어진 최초의 대역사(大役事)에 어쩌면 저 서해 용왕도 머리를 끄덕였는지 모른다.
“걸을 만큼 걸었다 다리야 이제 등에서 나귀를 내려놓자 전남 함평 고막천에 엎드린 수수한 돌다리 지는 세월에 꽃잎이 맑다 흘러 흘러 허공에 뜬 살빛 푸른 사타구니야” -졸시 ‘다리’ 전문
갑자기 전라남도 함평 고막천에 놓인, 몇 해 전에 가본 수수하고 단정하고 어질게 생긴 돌다리가 생각난다. 인천에는 없는 그 돌다리를 그때는 정말 마음껏 부러워했었다. 그래서 이처럼 멋없는 시도 쓴 적이 있었다.
가을이 오고, 이윽고 저 대교가 열리면 우리는 건너가고 건너오고, 또 건너가고 건너오고 할 것이다. 마치 바다를 달리듯, 하늘을 달리듯 이 길을 소리치며 휘파람 불며 오고가고 할 것이다. 그러면 마음속에 자리잡은 고막천 돌다리를 생각하며 이 대교를 사람들 따라 건널 것이다.
정말 인천에 이런 다리는 처음이다. 이렇게 큰일을 벌인 도시는 인천밖에 없다. 이제 바다를 마음껏 볼 수 있고, 달릴 수 있는 그것이 자랑이다. 글=김윤식/시인·인천문협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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