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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이야기

문제는 구겨진 인천의 자존심이야, 이 바보야

by 형과니 2023. 5. 24.

문제는 구겨진 인천의 자존심이야, 이 바보야

仁川愛/인천사람들의 생각

2009-04-14 14:08:01


문제는 구겨진 인천의 자존심이야, 이 바보야
김기준 정경1부장

“문제는 경제야, 이 바보야(It’s the economy, stupid).”

1992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빌 클린턴이 내걸었던 이 선거구호는 이제 식상한 용어가 됐다. 실상은 클린턴 후보가 자신의 ‘도덕성(섹스 스캔들 등) 검증’을 피하기 위해 사용한 말이 그를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고 이후 우리나라를 비롯한 각국 선거에서 시도 때도 없이 악용(?)되고 있다. 도덕적 측면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이명박 대통령도 ‘경제를 살릴 후보’라는 전략으로 현 자리에 오르게 됐다. 그리고 오는 29일 치러질 인천 부평 을 국회의원 재선거에서도 각 당이 경제 문제를 앞세워 후보를 확정한 상태다.

한나라당은 부평 구민들에게 전 지식경제부차관을 전략공천하면서 산자부와 지식경제부에 오래 근무한 그가 인천 경제는 물론 GM대우차를 살리는데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해당 후보도 각종 유인물을 통해 ‘부평경제, GM대우자동차를 확실히 살리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민주당 후보인 전 재정경제부 FTA국내대책본부장도 이번 선거의 최대 현안이 GM대우차 회생이라며 대우차에서의 노조 경험을 앞세우고 있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국회의원 한 명이 지역경제를 살린다고. 그것도 미국 때문에 문제가 생긴 GM대우차를 살린다고. 그렇다면 기존의 인천시장과 국회의원들은 지역경제를 죽여 왔단 말인가? 대우차를 살릴 수 있었으면 자동차와 직결된 경제부처 관료였을 때 묘안을 내야지 옷을 벗은 후 뒤늦게 ‘요술 방망이’가 생각난 것은 무슨 조화일까. 그럼 평택에 있는 쌍용자동차는 누가 살릴 것인가. 대우차에 근무한 경험이 있어 대우를 살릴 수 있다면 대우차 사장이 됐어야지, 대우차 노동자협상대표는 뭐고, 갑작스런 영국 현지법인 근무와 정당인은 뭔가? 노조활동을 했다는데 민노당의 전폭적 지지를 받지 못하는 이유는 또 무엇인가.

기자가 이번 부평 을 재선거에서 ‘누가 당선되느냐’보다 ‘누가 어떤 과정을 거쳐 공천됐느냐’에 의미를 두길 바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번 재선거 공천과정이 왜 인천인들이 중앙과 지역에서 소외되는가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쉽게 지켜질 수 없는 공약으로 어떻게 유권자들을 ‘눈속임’하는지 잘 드러날 것이라 판단하기 때문이다. 특히 어떤 인사가 지역을 대표해 중앙무대에 올라가야 지역 자존심을 살릴 수 있을지 실상을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제 한 번 뒤돌아 보자. 정말 부평에는 국회의원을 할 만한 인사가 없어 여당에서는 기껏해야(?) 경제부처 차관을 지낸 전 관료가 ‘중요한 건 출생지가 아니라 경제 살리기’라며 낙하산으로 내려온 것일까? 인천에서 한나라당 당대표가 배출되고 사무총장이 있어도 지역 여당 국회의원들까지 반대한 인물을 공천할 수 있었을지 생각해볼 일이다.

‘전국 정당’을 기치로 내걸고 있는 주요 야당도 마찬가지다. 부평을 전략 공천지로 분류해 놓고 ‘공조직 가동’과 ‘여론 조사 결과’를 앞세워 당연히 1등일 수밖에 없는 지역위원장을 선정하는 과정에 냄새가 난다. 당 대표 및 모 최고위원과 고향이 비슷해서인지 부평 지역 바닥 정서보다 인천에 연고가 부족한 ‘누군가’의 입맛에 따른 공천이었다는 불평이 당 안팎에서 나온다. 이를 보며 여·야를 떠나 지역에 뿌리를 둔 인사가 중앙무대의 요직에 나서야 그나마 지역 사람들이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된다.

그러나 부평 유권자들이여. 아직 선거가 끝난 것은 아니다. 부평 유권자에겐 왜 각 당이 지역민심을 중시해 후보를 선택해야 하는지를 표로 보여줄 기회가 남아 있다. 지금 중요한 것은 ‘구겨진 지역의 자존심’을 살리는 일이다. 지역감정을 조장하자는 게 아니라 최소한 인천에 살았다는 이유로 지역 사람이 소외당하지 않는 정치 분위기를 만들자는 말이다. 더 이상 당선만 되고 나면 인천을 떠나는 ‘정치철새’들을 키워서는 안 된다. 어느 날 갑자기 ‘인천의 주인’이 된 정치인은 지금도 충분히 많다.

인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