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다리’를 지켜야 하는 이유
仁川愛/인천사람들의 생각
2009-04-14 14:11:30
인천신문>오피니언>사설
‘배다리’를 지켜야 하는 이유
인천의 근·현대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쉬는 ‘배다리’를 지키자는 운동이 계속 퍼져 나간다. 지난 10일엔 ‘배다리 문화선언문’ 선포식이 열려 배다리 일원을 원상보존하고 역사문화자산으로 살리고 가꾸는 활동을 본격화하기로 했다. 배다리 관통 산업도로 건설을 반대하고 서민 삶의 터전을 보존하자는 게 선언문의 주요 취지다.
배다리를 지켜야 한다는 운동은 3년 전인 2006년부터 싹트기 시작했다. 인천시가 2011년까지 중구 신흥동 삼익아파트~동구 동국제강을 연결하는 길이 2천570m, 너비 50~70m, 왕복 6~8차선의 산업도로를 신설하겠다고 발표하면서부터다. 산업도로가 건설되면 헌책방 거리 등 배다리의 문화·역사는 사라질 뿐만 아니라, 도로 양분에 따라 동네가 반으로 갈라질 위기에 놓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곳 상인들과 주민, 문화단체 등이 모여 ‘배다리를 지키는 인천시민모임’과 ‘중·동구 관통 산업도로 무효화 대책위원회’를 꾸려 활동에 들어간 것이다. 이들은 산업도로 무효화를 주장하는 서명을 받아 인천시와 시의회 등에 탄원서를 제출하고, 지금도 각종 문화행사와 집회 등을 통해 배다리를 지키자는 운동을 벌인다.
오랫동안 간직해온 역사와 문화를 파괴하는 일이 어디 ‘배다리’뿐만이겠는가. 모든 게 궁핍했던 시절이 지나 먹고살 만해지자, 국내 도처에서 개발 붐이 일었다. 이 과정에서 우리의 역사와 문화는 망각된 채 개발의 삽날에 찍혀 나가기 일쑤였다. 돈과 편리함만 좇는 ‘인스턴트’ 시대의 참상이기도 했다. 조금 불편해도 참고 견디며 옛 추억을 되살리는 행동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한국사회와 인천시가 처한 상황이다.
배다리 일대는 개항 이후 인천의 근·현대사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곳이다. 1900년대 들어 자유공원 인근에 외세의 거주지역이 형성되면서 거기서 밀려난 우리 서민들이 모여든 곳이며, 교육·종교·노동의 중심지로 자리잡았던 지역이다. 또 한국전쟁 이후엔 헌책방 거리를 이뤄 많은 이들이 찾기도 했다.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보물창고’인 셈이다. 이런 역사적 의미를 갖춘 배다리를 지키고 살려내는 일은 이제 모든 시민들의 몫이다.
인천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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