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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사람들의 생각

그까짓’ 도롱뇽과 불이(不二)사상

by 형과니 2023. 5. 24.

그까짓’ 도롱뇽과 불이(不二)사상

仁川愛/인천사람들의 생각
2009-04-21 02:55:55


‘그까짓’ 도롱뇽과 불이(不二)사상
유진수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 집행위원장

지난 2003년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구간 관통공사에 반대하며 ‘그까짓’ 도롱뇽이 공사중단 소송을 냈다. 2005년 지율 스님은 천성산의 ‘그까짓’ 도롱뇽을 비롯한 뭇생명들을 위협하는 생태계 파괴에 항의하며 목숨을 건 100일 단식을 감행했다.

2007년에는 남동구 만수3동 주민자치위원회와 통장자율회 주관으로 만월산에 서식하는 ‘그까짓’ 도롱뇽의 서식지를 체계적으로 보호하고, 이를 자연학습장으로 조성하였다. ‘그까짓’ 도롱뇽의 서식지를 보호하는데 인천시는 ‘우리동네 가꾸기’와 ‘참 살기 좋은 동네 가꾸기’ 사업으로 선정, 사업비 2천500만원을 지원하였다.

그리고 얼마 전 계양산 숲 속에서는 야생동식물보호법상 채취금지종은 물론 인천시 보호종으로 지정되어 있는 ‘그까짓’ 도롱뇽 때문에 여성 환경운동가가 폭력을 당하고, ‘죽이겠다’는 폭언과 협박을 당한 일이 발생했다. 한강유역환경청에서 계양산 골프장 건설에 대한 환경성 검토 심의를 위해 현장조사를 하기로 한 직전에 계양산 생태계의 건강함을 증명하는 ‘그까짓’ 도롱뇽 수십 마리가 꼬리가 잘리고, 몸뚱이가 반 토막으로 잘린 채 ‘의문의 떼죽음’을 당한 사건을 인천시가 현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다.

그리고 인천지역 목회자들이 ‘그까짓’ 도롱뇽의 죽음과 뭇생명의 고난을 함께하고자 부평역 앞에서 바람을 맞아가며 5일간 노숙 단식농성을 벌이기도 하였다.

‘그까짓’ 도롱뇽이 무엇이기에 사람을 죽였다 살렸다 하는가. 용산에서 여섯 사람이나 불에 타 죽었는데도 눈 하나 깜박이지 않는 것이 위정자들이건만, ‘그까짓’ 도롱뇽이 무엇이기에 목숨을 건 단식을 하고, 폭력과 협박을 받아야 하는가 말이다.

지율 스님이 죽음을 각오한 이유는 아마도 자신과 ‘그까짓’ 도롱뇽의 삶이 똑같이 중요하다고 보았을 것이다. 불교에 ‘불이(不二)사상’ 이라고 있다. 삼라만상의 모든 만물이 서로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것같이 보이나, 본질적인 면에서는 하나라는 뜻이다.

너와 내가 둘이 아니며, 중생과 부처가 둘이 아니며, 몸과 마음, 사람과 자연, 하늘과 땅, 빛과 그림자, 가르침과 배움, 앎과 행함 등은 다르지 않고 하나이다. 때문에 사람과 ‘그까짓’ 도롱뇽이 하나이고, ‘그까짓’ 도롱뇽은 세상과 하나이고, 사람은 세상과 또 하나라는 이치에서 자신의 생명과 같이 도롱뇽의 생명을 아끼고, 도롱뇽의 생명을 아끼듯 사회를 돌아보았던 것이다.

안타깝게도 ‘그까짓’ 도롱뇽이 살 수 없는 생태계가 된다면 인간도 더 이상 살 수 없다. ‘설마’하겠지만, 사실이다.

‘겨우 그만한 정도’라는 뜻을 가진 ‘그까짓’ 하나가 인간의 생존과 세상 돌아가는 순리에 우리가 상상하는 선을 넘어서는 역할을 한다. ‘그까짓’ 도롱뇽이 있음으로 해서 우리 생태계가 살아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그까짓’ 도롱뇽은 법적으로, 행정으로 보호하고 있다. 환경부는 “생태·자연도 1등급권역 등 자연환경이 양호한 지역은 원형보전을 원칙으로 하고, 골프장 사업계획 부지 내에 야생동·식물보호법 제2조 제2호의 규정에 의한 멸종위기 야생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는 지역은 골프장 사업계획 부지에서 제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계양산에는 ‘그까짓’것에 속할 만한 작은 생명들이 너무 많다. 계양산에는 맹꽁이, 소쩍새, 부엉이, 이삭귀개 등 법정보호종과 도롱뇽, 보들치, 가재 등 1등급수에만 서식하는 양서파충류 및 어류, 천연기념물 빛 멸종위기종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불이(不二)사상’은 소통이고, 인연이고, 정반합이고, 음양의 조화이기도 하다. 어느 하나를 놓치게 되면 다 놓치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도롱뇽과 골프장이 공존할 수 없다면 우리 후손에게 어느 쪽을 물려줄 것인가. 만일 정부의 정책에, 우리의 선택들 속에 ‘이제는 돈이 안 되더라도’라는 이 한마디를 끼워 넣는다면 우리 삶의 질이 얼마나 높아질지, 얼마나 많은 가능성과 얼마나 많은 창조적 생각들이, 그리고 따스한 인정들이 되살아날지를 생각하면 가슴이 무겁고도 벅차지 않을까. 지율 스님의 말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