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어새는 돌아왔으나
仁川愛/인천사람들의 생각
2009-04-28 11:22:19
저어새는 돌아왔으나
장정구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
매년 3월이면 인천을 찾아와 번식하고 11월이면 남쪽으로 떠나는 저어새가 돌아왔다. 지구상에 생존해 있는 저어새(Black-faced Spoonbill, Platalea minor)는 1천500마리 정도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 멸종위기종(EN)으로 등록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멸종위기1급, 천연기념물 205-1호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는 여름철새이다.
지난 3월 21일 처음으로 송도갯벌에서 먹이 활동하는 저어새 3마리가 확인된 이후 한달 만인 4월 22일 급기야 인근 남동유수지 안 인공섬에 둥지를 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남동유수지에서 확인된 둥지는 2개이고, 매일 20여마리의 저어새가 송도갯벌에서 먹이를 찾고 남동유수지에서 휴식하고 있는 모습이 관찰되고 있다.
그동안 강화도주변의 무인도나 바위섬에서 번식하던 저어새가 수질오염이 심각한 남동산단유수지에, 그것도 해안도로확장과 송도7공구개발공사가 한창인 곳에 둥지를 튼 것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으로 학계에서도 번식성공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도심에서 저어새의 번식을 관찰할 수 있게 된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이번 남동유수지에서의 저어새번식은 그동안 주로 이용하던 강화도주변의 무인도나 바위섬 번식지와 한강하구, 강화남단과 영종도 갯벌 등 먹이터가 여러 가지 요인으로 교란되면서 안전한 번식지, 먹이터와 휴식처가 줄고 있어 즐거워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더욱 안타까운 일은 저어새가 찾아오기 불과 며칠 전인 3월 18일 국토해양부의 중앙연안관리심의위원회에서 인천내륙의 마지막 갯벌인 송도갯벌이 공유수면매립기본계획에 반영되었다는 점이다. 송도갯벌매립계획으로 도로공사 중장비의 굉음과 남동산단폐수와 승기천하수의 악취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갈 곳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남동유수지 인공섬에서도 쫓겨나야 할 판인 것이다.
그동안 환경단체 등에서 송도갯벌에 수십 마리의 저어새가 서식하고 있음을 끊임없이 주장하였으나, ‘송도11공구공유수면매립사업 사전환경성검토서’에서 저어새의 보호대책은 찾아볼 수 없다. 또한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서는 조류대체서식지를 조성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이 계획에서도 검은머리갈매기와 검은머리물떼새 등만 검토되었을 뿐 멸종위기1급의 저어새에 대한 대책은 전무한 상황이다.
결국 남동유수지의 저어새에게 가장 큰 위협이 되는 것은 호시탐탐 알을 노리는 재갈매기가 아니라 그동안 그들로부터 수많은 서식지를 빼앗았음에도 짜투리 땅마저 내어줄 수 없어 이제는 마지막 서식지까지 빼앗으려는 인간의 탐욕이다.
서해안갯벌과 한강하구가 만나는 인천앞바다는 철새들의 천국이라는 서산의 천수만이나 순천만보다 훨씬 종다양성이 높다. 그런 이유로 인천시는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 사무국을 유치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백두대간과 비무장지대와 더불어 우리나라 3대생태축으로 자연곡선미를 자랑하던 리아스식 갯벌해안이 자로 잰 듯 반듯한 콘크리트방조제의 해안으로 되어 버렸다.
지금 마지막 갯벌인 송도갯벌마저 매립되어 버린다면 인천의 갯벌에서 이리저리 검은 주걱부리를 휘저으며 먹이를 찾는 저어새의 모습뿐 아니라 수만 마리의 도요물떼새, 노란 부리로 먹이를 잽싸게 낚아채는 노랑부리백로와 새까만 머리의 검은머리갈매기를 더 이상 볼 수 없게 될 것이다.
‘새가 살 수 없는 곳은 사람도 살 수 없다’라고 한 조류학자의 말처럼 갯벌매립으로 저어새가 더 이상 인천을 찾지 않는다면 인천은 사람도 살 수 없는 곳이 될지도 모른다. 이것이 뭇생명들의 터전인 송도갯벌을 11공구라는 미명 아래 부동산투기장으로 전락시킬 공유수면매립계획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하는 이유다.
하나뿐인 지구는 언제까지고 끝없는 인간의 욕심을 채워주진 않는다.
계양산 롯데골프장계획, 경인운하추진, 강화도조력발전계획, 화력발전증설, S자녹지축도로계획, 인천앞바다 바다모래채취 등 인천에서의 자연생태계파괴와 환경오염은 그 한계를 넘은 지 오래다.
세계의 환경시계가 저녁 9시33분을 가리키고 있지만, 인천환경시계는 이미 자정이 가까웠다.
인천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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