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고장의 지붕없는 박물관
仁川愛/인천사람들의 생각
2009-05-04 18:44:07
내고장의 지붕없는 박물관
문학평론가
근래, 인천시는 인천을 명품도시로 만들겠다고 열을 올리고 있다. 명품이라는 표현이 광역 대도시를 마치 물품에 견주는 것 같은 경박성을 느끼게 한다고 얼굴을 찌푸리는 이도 없지 않으나 잘해보자는 열의가 넘친 나머지 아쉬운 대로 들어넘길 수밖에 없다. 다만, 명품이건 특성이건 간에 한 도시지역이 이채로운 존재로 다른 지역과는 다른 시선을 끌게하려면 아무래도 그 지역이 형성될 때부터 지녀온 역사문화적 지반을 살려서 조성을 해나가는 것이 온당한 지름길이라고 본다. 유별나게 처음부터 없었던 것을 창안해내는 일보다 구비된 지역조건하에서 살리고 보태는 일이 무리를 빚지않는 일이라고 본다.
그 좋은 예로서 세계적 명소 항구도시인 이탈리아 베네치아(베니스)의 경우를 들 수 있다. 사실, 베네치아의 도시지역으로서의 형성과정은 그야말로 열악한 토양에서 조성됐다. 베네치아는 모래펄로 조성된 지반인 것이다. 베네치아만 안쪽의 모래펄 위에 산재해있는 118개의 섬들로 이루어져 400개에 달하는 다리로 이어진 시가지인 것이다. 섬과 섬 사이의 수로가 교통로로 돼 있는 독특한 시가지 구조를 가진 도시로 널리 <물의 도시>로 지칭돼 오고 있다.
그곳을 향해가는 철도역은 철로가 와닿는 섬 입구에 있고 모래펄로 된 시가지 지반이 약해 다리까지만 다니는 자동차는 시중에는 들어가지 못한다. 자동차 무게와 진동으로 시가지 지반이 무너질 우려 때문이다. 그리해서 섬과 섬 사이를 수로를 통해 배로만 다니는 시민들의 생활이 몸에 밴 것이다.
이러한 특이한 불편스런 지역기반으로 시가지가 조성됐으면서도 그것을 이점으로 살려 오히려 이탈리아 무역경제의 중심부 구실을 해내고 있으며 대안부를 살려 화학, 기계공업의 중심지로 발전시켜 공업항을 조성해 베네치아의 취급물량이 이탈리아 제3의 위치를 확보했고 이탈리아에서 가장 손꼽히는 관광지 구실을 하고 있으며 베니스 영화제를 위시해 국제문화도시 교육도시로도 자리 잡고 있다. 열악하고 불리한 조건을 역이용해 특수도시로 발전시킨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최근의 보도에 따르면 인천광역시에 속한 강화에다 <자연사박물관>을 유치하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모양이다. <자연사박물관>이 유치된다면 더욱 좋은 일이지만 그게 아니라도 강화는 우리 고장 인천의 지붕없는 박물관으로서의 요건을 모두 갖추고 있는 지역이다. 베네치아에 견주어 훨씬 유력한 명물지역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우리 겨레의 성조 단군을 모신 참성단을 비롯해 국가 지정문화재 <보물>류가 8곳이고 <삼랑성>,<강화산성>등 <사적>이 무려 15개소, <강화 갯벌 및 저어새 서식지>등 천연기념물이 4개처, <용흥중>, <충렬사>등 시지정 문화재가 15개소나 있고 <강화전성>,<교동읍성>등 기념물이 무려 30곳이나 되며 문화재 자료가 자그마치 10곳이나 있어 인천광역시 문화재의 80% 가까이가 강화에 엄존해 있는 것이다.
이 속에는 저 유명한 12진보, 53개 돈대가 포함돼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세계의 어디를 둘러봐도 이렇듯 문화재가 한 고장 전체에 구석구석 돌아가며 숨쉬고 있는 곳도 아마 드물 것이다. 강화는 고인돌 한 가지만이 아니고 강화 전지역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해 전세계의 관광객이 몰려오게 해야 할 것이다.
강화 본고장 사람들보다도 외지인들이 들어와 땅을 사 고층 아파트를 비롯해 개발계획을 펼치려는 낌새를 보이고 있다는 소문이 들리는데 건설업자들의 눈앞의 이익 때문에 강화의 소중한 역사문화가 훼손되는 일이 생겨서는 안 된다. 오히려 문화재를 살려 고장의 관광명소로 발전시키는 일이 시급하다고 본다.
가령, 일본의 작은 도시인 미노배시(市)의 경우를 보면 그 고장의 토질과 기후가 매화꽃 나무에 알맞은 곳이라는 선각자의 착상에 힘입어 매화꽃 동산을 개간한 것이 계기가 돼 그로부터 미노배 시민들이 전적으로 나서 그 지역의 특산물로 가꾸어 나갔기 때문에 미노배시는 전국에서 매화나무 고장으로 알려졌고 전국에서 매화꽃을 구경하러 오는 관광객이 해마다 줄을 이었으며 매화나무 뿌리를 기반으로 가꾼 영지버섯과 매실이 약효가 높다 해서 관광상품으로 또한 건강식품으로 팔려나가 미노배시가 한 때 제2차대전 패전 후 최고의 경제실적을 올리기도 했다.
이로 볼 때 강화는 최적의 세계적 관광지로 키워나갈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으며 강화인삼, 강화화문석, 강화만이 생산되는 순무며 오가피술과 산쑥술 등 강화를 높이고 빛낼 조건이 허다하다고 보는 까닭에 인천의 명품, 특색지역을 서둘러 강화에 촉진시키는 일이 시급하다고 본다. 지붕없는 박물관! 인천의 강화를 위해….
<필자 소개>
▶한국문인협회 경기·인천지회장 역임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장 역임
▶한국문학평론가협회장 역임
▶한국예총 사무국장 역임
▶인천시 시사편찬위원 역임
▶인천시교위 교명제정위원
▶승국문화재단 이사
▶저서 ‘인천개화백경’(1998)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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