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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사람들의 생각

얼빠진 시민이 안 되도록...

by 형과니 2023. 5. 25.

얼빠진 시민이 안 되도록...

仁川愛/인천사람들의 생각

2009-05-04 18:46:38

 

얼빠진 시민이 안 되도록...

김 양수(문학평론가)

 

옛날 어느 시골 농사꾼이 집에서 키우는 숫소를 장에 내다 팔아 암소를 사오려고 소시장엘 갔는데 공교롭게도 사돈영감이 암소를 팔아 숫소를 사려고 그때 마침 소시장에 나온 탓에 서로 상대방이 구하려는 소를 가지고 있었으므로 번거롭게 팔고 사고 할 것 없이 사돈간에 소를 맞바꾸기로 한 것이었다.

 

그렇게 되니 소시장 중개인에게 줘야 할 중개비가 그대로 남게 돼 그 돈으로 오래간만에 만난 사돈끼리 시장술집에 들러 진탕 술을 마시고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가 돼 각기 서로 바꾼 소를 타고 각자의 집으로 향해 갔는데 이튿날 술취해 잠에 골아떨어진 사랑방에서 잠을 깨어 정신을 차려 보니 각기 자기집 사랑방이 아닌 사돈네 사랑방에 와서 잠들고 깨어난 것이다. 사돈간에 소를 맞바꾸었으나 소는 정직하게 관행대로 제가 살던 집으로 향해 갔으므로 사람이 바뀌게 된 것이다.

 

<고금소총> 같은 고담에 나오는 한토막 우스개 이야기지만 소와 사람이 바뀐 이 같은 일화가 아니고 이름이 바뀌어 사람이 고충을 겪는 경우도 간혹 있게 마련이다. 시골에서 옛날에 아이들 이름을 호적에 올리는 일을 차일피일 미루다 입학철이 가까워 부랴부랴 등록을 하고 온 것이 형과 아우의 이름을 잘못해 바꿔 기재해놓게 된 이유로 일정 말기 강제징집 소집 때 형 대신 어린 동생이 일본군대에 끌려가 고생고생 끝에 광복을 맞아 기적적으로 살아 돌아온 일화도 있었다.

 

그런데 사람의 이름만이 아니고 한 고장의 땅 이름도 와전돼 왜곡돼 붙여진 이름이 허다한 것을 볼 수 있다. 가령, 부평 효성동의 경우, 본래 그 지역이 억새풀 우거진 척박한 지대라서 오래 전부터 새벌(草原)로 불려오고 있었는데 그 새벌이라는 땅 이름이 어느 때부터인가 <샛별>로 바뀌어 오늘의 효성동으로 왜곡시켜진 것이라고 향토 지명학자들이 밝히고 있다. 또 하나 <배곶(船串)>이라는 땅 이름도 배꽃으로 와전돼 오늘의 이화동이 된 것이다. 인천지역에는 일제 강점기 시절 일본이름으로 지명을 강제했다가 광복 후 다시 우리 지명으로 바꿀 때 실수해 일본이름의 흔적을 털어내지 못한 곳으로 도원동이 그 한 예가 될 것이다.

 

송도(松島) 같은 경우는 일본인들이 만든 유원지에서 생긴 이름인데 이것을 그대로 우리 지명으로 사용한다는 것은 큰 실수를 저지르는 일이 된 것이다. 항차, 그 이름을 내걸어 <송도국제신도시>라고 쓰고 있는 것은 넌센스를 넘어서 역사를 왜곡하는 일이 될 것이다. 그냥 <인천국제신도시>라고 사용하면 될 것을 굳이 일본인이 만들었던 유원지 이름으로 굳혀놓은 비이성적인 소행에 암담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일제강점기 식민지 통치 때 강제로 자기네 것으로 편입시켰던 <독도>를 자기네 섬이라고 억지 주장을 고집하는 일본의 짓거리를 보아오면서 우리 스스로 일본지명을 버리지 못하고 사용하는 송도 명칭의 고장도 언제 자기네 땅이라고 빼앗으려들지 누가 알겠는가?

 

실로 답답한 심정 가눌 길이 없다. 몇몇 집장사들이 외지사람들에게 유리하게 집팔아먹기 위한 수단으로 송도 명칭을 고집한다는 풍문도 돌고 있는데 그것이 사실이라면 인천시민들은 집장사들의 눈앞의 이익을 챙겨주기위해 엄연한 우리 땅을 일본이름으로 남겨둬야 하는건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일제 때, 우리가 어린 개구장이 시절, 일본인 동네에 밤중에 끼어들어가 일본인 가옥 문전에 달려있는 일본인 문패를 모두 바꿔 달아놓고 도망쳐온 일이 있었다.

 

일본인들이 아침에 나와 보면 자기 집 문패가 남의 집에 붙어 있고 또 남의 집 문패가 엉뚱하게 자기 집 문앞에 붙어 있어 일대 혼란을 겪도록 짖꿎은 장난질들을 친 악동시절의 한 때가 있었다. 이는 순전히 어린 악동시절 일본인을 잠시 골려준 장난에서 발생된 것에 지나지 않지만, 정작 장난이 아니게 문패를 잘못 붙이고 깨닫지 못하는 폐단이 인천의 경인선 전철역 명에서 보아 온다.

 

앞에서 지적한 일제 때 땅 이름의 찌꺼기인 도원동의 이름을 그대로 딴 도원역이 그러하고 특히, 제물포역은 외지에서 처음 와보는 사람마다 제물포역 근처에 부두나 항구가 있느냐고 묻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굳이 제물포역명을 붙이려면 지금의 인천역에다 붙여야 할 것이고 또 인천역에서 동인천역이 동쪽이라고 해서 인천시민들에게는 동쪽에 있지 않은 동인천역은 모순된 역이름인 것이다. 그 이름으로 동명도 붙여지고 있으니 인천시민들은 얼빠진 시민으로 오해받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