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현안문제
仁川愛/인천사람들의 생각
2009-05-04 18:37:28
인천의 현안문제
강옥엽 인천시 역사자료관 전문위원
최근 인천을 진단하는 비평지 성격의 《리뷰 인천》이 출간돼 지역 문화계에서는 화제가 되고 있다. 근래 들어 인천지역사회의 문제점과 현안사항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모처럼의 계기가 될 것 같다. 지역현안들도 지금의 시각에 맞게 환경, 정치, 경제, 예술, 행정, 공항, 체육, 출판, 항만, 교육, 공업 등을 중심으로 제시되고 있어 다양한 분야에서 지역의 목소리를 살펴볼 수 있다.
더구나 올 2009년은 인천으로서는 미래발전의 시금석이랄 수 있는 시점으로 해외는 물론 각 지역에서 많은 사람들이 인천을 방문하기 위해 찾아올 예정이다. 세계도시축전, 인천방문의 해 등과 같이 인천을 알리는 여러 행사들이 계획돼 그 진행의 향방에 따라 인천의 앞날은 달라질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인천의 미래에 대해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가 많은 고민과 과제들을 진단하고 그 해결을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 것인지. 또 진정으로 지역의 앞날을 고려한 애정 어린 조언을 끊임없이 제시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1883년 인천이 개항되자 제일 먼저 조계지를 설정했던 일본은 조선의 인천을 그들의 구미(?)에 맞는 도시로 만들어가면서 끊임없이 ‘우리 인천’을 외치며 도시 발전을 위한 현안문제들을 갑론을박 제시하고 있다. 1932년 조선신문사에서 발간한 『인천의 긴요문제』는 바로 이러한 정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에 앞서 1892년 『인천사정』을 통해 개항 초부터 인천의 이모저모를 분석하기 시작해 1908년에는 개항 25년을 기념하는 대대적인 자축연과 함께 『인천개항25년사』라는 출판물을 통해 ‘그들의 도시(?), 인천’을 선전하고 개발을 위한 자구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개항 25년을 한 해 앞선 1907년 일본황태자가 인천을 경유해 조선을 방문했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았다. 이뿐만 아니라 개항 30년을 기념하기 위해 『최근의 인천』이라는 책자를 발간했는데 그 내용과 주제가 모두 인천번영관이라는 항목에 집중돼 있다. 역시 당시 인천의 사회와 경제문제를 일본인의 관점에서 진단하고 홍보하고 있다.
또 1933년에는 개항 50년을 맞이한 여러 부수적인 행사들은 물론이거니와 인천부청에서는 『인천부사』를, 인천교육회에서는 『인천향토지』라는 책자를 간행해 당시 인천의 발전상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 더구나 이를 위한 준비작업으로 조선신문사는 1932년 2월부터 8월 말까지 지역의 현안사항과 제언을 대표적인 오피니언 리더라 할 수 있는 각 분야의 인물들에게 의뢰했다. 무려 96명에 달하는 필자들이 구성돼 각자의 분야에서 인천의 중요한 현안 문제를 진단하고 그 내용을 『인천의 긴요문제』라는 책자로 발간했던 것이다.
그들이 제시한 현안사항들은 산업, 건설, 항만, 교육, 공업, 건강, 상업, 철도, 곡물, 수산물, 무역, 소방, 도로시설, 인구증가문제에 이르기까지 각양각색이다. 각 분야별 제언자들도 조선총독(宇垣一成), 경기도지사, 인천부윤(松島淸) 등 정치가로부터 부회의원, 세관장, 경찰서장, 상공회의소 회장 및 의원, 학교장, 변호사, 의사, 은행장, 각 회사 사장, 사찰 주지, 양복점 주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경제문제가 가장 큰 현안사항이었기에 상공회의소 의원과 실업가들의 참여가 절반을 넘고 주제도 항만, 산업발전, 철도, 도로, 공업, 무역, 건설문제 등이 구체적 해결사항으로 제시되고 있다.
그 외에도 사회 전반을 대상으로 제시된 현안들을 보면 “인천의 갱생책은 무엇인가?”, “먼저 부시(府是)를 확립하자”, “부민 자질향상이 필요”, “앞으로 나아갈 목표를 명확하게” 등 하나같이 궁극적으로 발전 주체의 정체성 확립을 급선무로 내세우고 있다.
아이러니컬한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현안문제로 제시되는 사항이 항만, 철도, 공업, 도로건설문제, 그리고 인천의 정체성 확립 등으로 시대적 환경과 인물들?면면이 달라졌을 뿐 비슷한 문제를 두고 각자의 입장에서 역사와 세월을 넘어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조선의, 아니 대한민국의 인천에서 우리들의 역사와 문화를 마음껏 이야기 할 수 있는 지금에, 우리는 과연 100여 년 전 일본인들이 우리의 땅에 자신들의 도시‘인천’을 만들어가면서 외쳤던 ‘인천의 긴요문제’만큼, 진정으로 우리 인천을 위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일까? 현재 인천은 연속된 개발과 외연의 확장 속에 있다. 지금이야말로 인천의 현안사항이 무엇인지 역사와 함께 다시 한 번 신중히 되짚어 봐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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