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모도
인천의관광/인천의섬
2009-06-03 11:41:24
바다로 향한 암벽에 신라 석공 ‘자애로운 불상’ 앉혀
(20)섬 속의 섬 - 석모도
강화도 서쪽 외포리에서 배를 타고 새우깡 한 봉지에 기꺼이 열열한 환영을 마다하지 않는 갈매기들의 호위를 받으며 10여분이면 닿을 수 있는 섬, 석모도는 역시 섬인 강화도에서 또 배를 타야지만 갈 수 있는 섬이다.
강화 외포리와 석모도 석포리 사이 만을 오가는 갈매기. 오늘도 이들은 새우깡을 먹기 위한 비상(飛上)을 마다하지 않는다. 갈매기의 자생력을 퇴화시킨다는 비판도 있으나 이들의 신기(神技)에 가까운 새우깡 채는 기술에 상춘객들의 손은 자꾸만 새우깡 봉지로 향한다.
석모도행 배가 뜨는 외포리 주말 선착장은 아침시간보다는 오후 시간에 더 긴 줄이 늘어선다. 아마도 석모도의 해넘이를 보기 위해서가 아닐까 생각된다. 한해가 저물 때 즈음 곳곳의 해넘이 명소가 소개될 때 수도권에서 가까운 곳으로 자주 언급돼 많은 이들에게 석모도는 일몰풍경이 아름다운 섬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석양빛에 붉게 물들어 장관을 이루는 석모도의 너른 들녘이 옛 섬사람들이 생존을 위해 자연과 싸워서 일구어낸 간척지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석모도의 질 좋은 쌀과 지금은 염전이 폐업해 생산하지 않으나 쌀 만큼이나 질 좋기로 유명한 소금도 모두가 땀과 눈물로 간척지를 조성, 생산해온 것들이었다. 보는 이의 대부분을 황홀하게 만들어 버릴 만큼 붉게 드리워지는 낙조, 그리고 양양 낙산사·금산 보리암과 함께 우리나라 3대 해상 관음 기도 도량으로 유명한 보문사 이외에도 석모도는 많은 이야기를 갖고 있는 곳이다.
# 석모도 온천 열기
보문사를 지나 석모도의 서쪽 해안 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오다 어유정도 방향으로 넘어가기 전 왼쪽 방향 오르막 길에 있는 조금만 마을(매음리)에 온천 동네가 조성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곳이 매음리 온천마을이다. 작은 언덕위로 올라가면 가건물에 간이 목욕탕을 꾸며 놓은 것을 볼 수 있는데 마을 주민과 소문을 듣고 찾는 사람들을 위해 무료로 온천수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놓은 시설이다.
또 가건물 건너편에는 온천수를 이용한 노천 족욕장을 만들어 쓸 수 있도록 해 놓았는데 산행의 피로를 푸는데 더 없이 좋다. 뜨끈한 온천물에 족욕을 하면서 먹는 삶은 계란의 맛도 일품인데 이곳 온천수에 담가서 삶아진 것이란다. 온천수가 해양수이다 보니 계란이 삶아질 때 저절로 소금간이 되어 따로 소금을 찍을 필요가 없는 것 또한 색다른 점이다. 이곳에서 처음 온천을 발견한 사람은 송어 양식을 하려던 주민인데 겨울철 송어 양식에 쓰기 위해 지하수를 파는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하게 됐다고 한다. 온천수는 해양 온천수로서 혀끝으로 맛을 보면 뜨끈한 소금물 맛이다. 현재 온천수는 송어 양식장에서 쓰고 있고 또 온천수의 열기를 이용해서 비닐하우스에서 멜론이나 토마토 등을 기르기도 한다고 한다.
현재 온천욕장 조성에 대한 허가가 나서 빠르면 올 하반기부터는 이 일대가 본격적인 종합 온천 휴양지로서 조성이 된다고 하니 공짜로 즐기는 온천 족욕이 그 때도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 간척평야 ‘ 송가평’
고문헌이나 고지도를 살펴보면 오늘날의 석모도는 과거 송가도, 석모도, 어유정도 등으로 분리돼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조선 후기 임진왜란을 전 후로 간척이 시작돼 송가도, 석모도가 연륙됐으며 1960년대 남쪽의 어유정도와 또다시 연륙돼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석모도에서 볼 수 있는 가장 넓은 송가평은 원래 북쪽 송가도와 남쪽 석모도 사이에 펼쳐져 있던 갯벌을 이곳 사람들이 오랜 세월 피와 땀으로 둑을 쌓고 넘쳐오는 조수와 싸우면서 일구어 낸 간척지인 것이다. 석모도 북쪽에 있는 성주산은 해발고도 264m의 그다지 높지 않은 산인데 정상부에는 어른 10여명이 충분히 앉아서 쉴 수 있는 넓이의 큰 너럭바위가 있어 바닷바람을 맞으며 휴식을 취할 수 있으며 특히 이곳에서는 송가평 간척 평야가 한눈에 다 들어와 간척의 역사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화강암 판상절리의 교과서 ‘보문사 눈썹바위’
섬 중앙부에 있는 낙가산의 서쪽 기슭에 있는 보문사는 신라시대에 창건된 오랜 역사를 지닌 사찰이다. 대웅전 뒤편 계단을 따라 10여분 올라가면 지붕처럼 생긴 거대한 암석이 마애석불 위에 얹혀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눈썹바위’라고 이름 붙은 이 바위는 덮혀 있는 모양이 사람의 눈썹과 꼭 닮아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눈썹바위 아래의 암벽에는 거대한 마애석불(지방 유형문화재 제29호)이 비스듬히 서쪽바다를 바라보도록 조각돼 있다. 마치 어느 거인이 커다란 돌판을 가져다 석불위에 모자를 씌운 것 같은 이 바위는 화강암의 판상절리에 의해 만들어진 자연의 예술작품이다.
돔 모양의 화강암이 지하 깊은 곳에 묻혀 있다가 지표에 노출될 때 수평방향으로 절리가 발달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는데 이러한 것을 판상절리라고 한다.
판상절리 면을 따라 침식과 풍화가 집중되면 기반암에서 암괴가 양파껍질처럼 떨어져 나오는 박리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보문사 눈썹바위는 이런 지형형성과정의 결과물인 것이다. 즉 낙가산 정상부를 이루는 돔 모양의 화강암 암체에서 판상절리에 의해 암석의 일부가 떨어져 나가 지금의 특이한 모양이 된 것이다.
신수희·인천영선고등학교 교사
인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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