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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식의 인천이야기

(26) 인천의 여름(상) - 어물

by 형과니 2023. 5. 30.

(26) 인천의 여름() - 어물

인천의문화/김윤식의 인천 재발견

2009-07-12 21:47:45

 

서울 한량들도 민어 맛보러 내려와

(26) 인천의 여름() - 어물

 

 

인천에 나서 살아온 것을 행복하게 여기는 이유를 대라면 주저 없이 근해에서 건져오는 가지가지 생선들을 들 것이다.

 

최소한 1970년대 중반쯤까지는 날짜와 시절에 맞춰 바다가 제공하는 입에 당기는 생선을 골고루 흔하게 먹을 수 있었다. 이렇게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철에도 예외 없이 풍성한 어물 잔치를 벌일 수 있었다.

 

고 신태범(愼兌範) 박사의 저서 먹는 재미 사는 재미에는 여름철 인천의 어물로 6월의 도미, 준치, 병어, 덕대, 서대7월의 장어, 상어, 젓새우그리고 8월의 민어, 농어, 저부레기, 소라등속을 꼽고 있다.

 

그리고 그 밑에는 이들 생선들을 맛있게 먹는 간단한 요리법도 기술해 놓았다. 그것이 모든 가정이 다 상용(常用)하던 바는 아니더라도 지난날 인천 사람들의 대체적인 입맛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여름이 시작되면서 인천 사람들의 구미를 당기는 어류는 단연 도미였다. 굽든 끓이든 그 맛이 가히 일품이어서 어류 중 왕이라는 별명을 들을 정도였다.

 

준치는 가시가 많아 어린아이에게는 잘 주지 않았지만 신 박사의 표현대로 맛이 이렇듯 깊은 생선은 없다할 정도로 여름철 최고의 맛을 지닌 생선이었다. 특히 회로 먹는 맛이 일품인데 썩어도 준치라는 말은 아마 준치의 그 깊은 맛을 아는 어떤 사람이 지어냈을 성싶다.

 

조금 흔한, 그래서 값이 다소 저렴했던 병어나 덕대도 만만치 않은 먹을거리였다. 이 두 생선은 무를 넣고 조리거나 소금에 절여 굽는데, 특히 꾸덕꾸덕해진 덕대구이는 한때 신포동 대폿집에서 요긴한 안주로 통했다.

 

음력 6월 인천 근해에서 잡히는 작은 젓새우도 적잖이 인천 사람들의 입맛을 돋우었다. 이 무렵의 새우들은 살이 투실하게 쪄 있을 때여서 파, 마늘, 고춧가루 양념에 참기름을 떨어뜨려 한 종지 무쳐 놓으면 더위에 지친 입맛을 대번에 돌아오게 하는 짭짜름한 반찬이었다.

 

어느덧 복() 무렵이 되면, 소금에 절여 두었던 준치를 끓는 밥솥에 앉혀 찌거나 찌개를 끓이기도 했는데 육류보다 나은 맛이 있었다. 장어는 우리 식으로 굽든지 푹 고아 곰국을 보신탕으로 애용했다.

 

인천의 늦여름 어류 중 대표격은 역시 민어였다. 조선 전기에 편찬된 세종실록지리지에도 민어는 인천의 특산물로 기록돼 있을 만큼 흔했는데, 회자(膾炙)라는 말 그대로 회로도 구이로도 또 찌개로도 썩 훌륭한 생선이었다.

 

특히 회를 뜨고 난 서덜로 붉게 끓인 찌개는 참으로 뛰어나서 1930년 전후 무렵에는 서울의 한량들이 그 맛을 보기 위해 경인 열차를 타고 인천에 내려왔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다. 여름이면 흔히 신포동 어물전 좌판 위에 시뻘건 알을 아래로 비죽이 내민 채 얼음덩이에 둘러싸여 누워 있던 모습이며, 웬만한 아이 몸집은 될 정도로 거대한 민어를 쪼개서 말린 암치 냄새와 쫀득한 어란 맛과 말린 부레를 끓여 만드는 민어 부레풀을 적어도 인천 사람들은 기억할 것이다.

 

이렇게 수다스럽게 인천 생선 이야기를 쓰면서도 안타까운 것은 술어가 모조리 과거형이 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이다. 인천 근해 어족 자원이 거의 모조리 고갈되면서 대부분 입맛 낯선 원양 것이나 질 낮은 중국산으로 대체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옛날 인천부두, 신포동 어시장의 그 풍성함을 다시 볼 수는 없을 것인지. 김윤식·시인/인천문협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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