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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반문화사랑회

一場春夢

by 형과니 2023. 6. 1.

一場春夢

인천의문화/해반문화사랑회

2009-08-06 20:40:53


해반 산책로

一場春夢

고 춘 편집팀장

 

 봄이지만, 아직 바람이 찬 구월동 언덕길을 오르다보니 종합문화예술회관 무대 뒤 주차장에 관객의자가 가득 나와 있었다. 대대적인 대극장 보수공사를 한다더니 객석의자도 바꾸나보다 생각했다. 이 광경을 본 어느 공연 전문가는 “이번 기회에 객석 의자 교체도 좋지만, 조명과 음향시설이 제대로 교체되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놓으며 열을 올렸는데, 나는 그 얘기와 더불어 한 가지 희망을 더하였다. 제도와 시스템의 변화를 기대하는 마음이 그것이다.

 

 사실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이하 ‘예술회관’ )은 시설과 규모면으로 보았을 때 다른 대관 전용 공연장과는 달리 내부 시설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경우 얼마든지 교육과 기획이 가능한 전천후 문화공간으로 운영이 가능하다고 본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단순히 공연장을 대관해주고, 소속(시립)예술단의 연습장과 공연장으로만 사용할 것이 아니라 미래의 관객인 초, 중, 고등학생들에게 체계적 프로그램을 갖고 문화 예술을 체험케 하는 교육장으로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아울러 공연이 없는 날에도 시민들이 예술의 향기를 느낄 수 있고, 예술인들과 직접 교류하며 즐겁게 대화도 나눌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활용할 공간이 충분히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다.

 

 예술회관 주변 중앙공원 녹지축은 평일에도 많은 시민들로 하여금 도심 속에서 정서적 신체적 안정을 찾게 하는 휴식 공간 역할을 하고 있는데, 예술회관은 그 공원 녹지를 가로막아 거대한 공룡처럼 군림하며 으르렁거리고 있는 형상이다. 일반 시민들은 공연이나 전람회 관람 시간 이외에는 얼씬도 못하게 하는 괴물처럼 버티고 있다. 콘크리트 구조물로 위용을 자랑하고 있는 그 공간을 시민들에게 좀 더 친숙하게 만들 수는 없을까? 예술회관 대극장 로비나 현관 앞 그 넓디넓은 공간, 전시장 내부의 로비가 아름답고 품위 있는 카페로 꾸며지고, 밤에도 그윽한 조명에 맥주 한잔하면서 멋진 연주자의 흥겹고 아름다운 연주를 들을 수 있는 공간으로 열어젖힐 수는 없는 것일까?

 

 물론 현재의 ‘관리’ 측면으로 보면 ‘언감생심’ 말도 안 되는 꿈같은 소리일 터. 현재의 공무원 시스템은 절대 이를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공공시설에 그런 망발이 어디 있느냐고도 하겠지. 그러면 민간에 위탁 운영을 맡기고, 시는 나 몰라라 알아서 하라고 하면 가능할까? 그것 역시 현실적이지 않다. 결국 ‘위탁과 지원’이 조화되어야 가능할 것이다. 좀 더 학술적으로 표현하면 경제학자 케인즈(그는 문화예술 애호가로도 유명했는데), 그는 ‘경제가 진보해도 예술문화에 대한 유효수요는 늘어나지 않으므로 예술문화의 진흥은 경제정책과는 별도로 취급되어야 한다.’고 했다. 곧 예술문화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예술문화에 대한 공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조화의 원리’가 적용되는 지혜를 말하고 있다.

 

 예술회관이 공공기관으로서의 사회문화 교육의 장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정말 치밀한 기획과 열린 마음, 무엇보다 이 고장 사람의 문화적 수용 역량을 향상시켜야 우리 지역 예술과 예술인들의 미래가 밝다는 의식이 투철한 운영자가 자리 잡고 있어야 한다. 사실 욕심 같아선 여름철 별로 시원함도 느껴지지 않는 장미화단 옆 ‘물이 흐르는 벽’(그것도 ‘폭포’라고 해야 하는지) 그 자리에 차라리 아름다운 음악전용 연주홀이 들어서면 참 좋겠다는 생각도 드는데, 현재 토지 용도가 공원지역이라 불가하다고 하니 안타깝다. 이참에 시민과 직접 맞닿는 야외 공연장도 음향, 조명, 무대시설도 대폭 보강 설치하면 어떨까. 예산 세워서.

 

주차장에 널려있는 객석의자를 보며 이러쿵저러쿵 생각나는 대로 나름대로 떠올린 ‘희망사항’이 마냥 ‘一場春夢’일까. 사실 고용효과가 가장 잘 나타나는 산업은 문화산업이다. 문화산업이 잘되면 안정된 직장이 많이 생긴다. 올해 세계적인 도시축전과 많은 부대행사가 우리 고장에서 대대적으로 열린다니 과연 그 이론이 맞는지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