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김애식, 정규 서양음악 전공 ‘선구자’
인천의문화/김윤식의 인천 재발견
2009-09-05 10:16:30
김애식, 정규 서양음악 전공 ‘선구자’
(33) 최초의 피아노 연주자
연전에 인천광역시역사자료관 역사문화연구실에서 ‘한국 최초, 인천 최고(最古)’라는 책을 발간했었다. 이름만으로도 벌써 흥미를 돋우는 이 책은, 주로 인천이라는 공간 안에서 벌어졌거나 존재했던 최초, 최고의 사건, 문물, 제도 따위를 분야별로 정리해 놓은 일종의 ‘기네스북류’ 자료집이라고 할 수 있다.
‘최초’라고 기록된 것들 대부분은 인천 개항 이후 밀려들어온 각종 서양 문물에 관련된 것들로 이 책의 항목들은 인물보다는 문물, 제도에 중점을 두고 있다. 언제고 다시 최초의 문물, 사건, 제도 따위의 주인공으로서 인물만을 따로 모은 ‘최초, 최고 인천 인물편’을 펴낸다면 앞의 책과 함께 ‘한국 최초, 인천 최고’를 입체적으로 살필 수 있는 재미있고 유익한 또 하나의 자료집이 될 듯하다.
이야기의 서두를 이렇게 꺼내고 있는 것은 기실 송도 컨벤시아에서 어제, 3일부터 내일까지 열린다는 제5회 ‘인천국제악기전’ 기사 때문이다. 그렇다고 악기에 대해 웬만큼이라도 지식이 있다거나 특별한 음악적 소양이 있어서가 아니라 이 악기전이 ‘국내 유일의 악기박람회’라는 수식 문구가 눈길을 끌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결국 이 말은 박람회의 내용보다는 ‘국내 유일’이라는 수사에 흥미를 느꼈다는 뜻이 된다. 국내 유일! 모르는 대로 이 박람회가 어쩌면 한국 최초일 수도 있고, 인천 최초일 수도 있다는 의미일 듯싶었던 것이다. 물론 이전에 다른 지역에서 이미 악기박람회를 개최한 사실이 있다면 한국 최초의 타이틀은 당연히 사라지고, ‘인천 최초, 혹은 현재 유일’의 기록만 남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말하고 싶었던 본론은 아니다. 이 악기박람회 기사를 통해 머릿속에 떠오른 악기와 음악에 얽힌 인천 인물, 인천 연고 인물들의 ‘한국 최초’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는 것이 그것이다. 악기박람회는 몇 사람 우리 인천의 선구적인 인물들을 떠올리게 했던 것이다.
김애식(金愛息 1890~1950)은 영화여자소학교를 거쳐 이화학당을 나와 일본여자전문학교에서 3년을 수학하고 1923년 미국 오리건 주 엘리슨 화이트 음악학교를 졸업한 인천 여성이다. 그는 귀국해 이화학당이 전문학교로 발족될 때 음악과를 창설해 초대 학과장을 맡았다. 그는 국내 최초로 정규 서양 음악을 전공한 여성인 동시에 또 최초로 피아노와 파이프 오르간을 연주한 여성으로 기록된다.
또 한 명의 인물 김흥산(金興山 1909~?)은 서울 출신이나 1920년대 초반 인천 표관(瓢館)극장에서 음악 활동을 하고 있던 박흥성(朴興成)에게서 지도를 받고 1930년대에 재즈 연주자로 이름을 날린, 그러면서 한국 최초의 농아악단(聾兒樂團)을 창설해 많은 연주 활동을 했던 인물이다.
특히 그는 1956년 그가 행진곡풍으로 편곡한 우리 민요 ‘아리랑’이 인천상륙작전 주력 부대인 미 7사단의 정식 군가로 채택된 데 이어 사단가(師團歌)였던 ‘대검가(大劍歌)’를 아리랑 곡조로 바꾸게 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인선(李寅善 1906~1960)은 내리교회 목사였던 이익모(李益模) 목사의 장남으로 우리 음악사에 기록될 ‘오페라운동’을 벌인 선구적인 인물이다. 한국 최초로 국제오페라사를 설립해 1948년 서울 시공관에서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를 직접 번역하고, 주연을 맡아 처음 공연했던 것이 그것이다.
국내 유일의 인천 악기박람회가 이렇게 음악 선구지 인천의 ‘최초 음악 인물’들을 떠오르게 했던 것이다. 김윤식·시인/인천문협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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