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댕이 소갈머리
인천의문화/오광철의전망차
2009-09-22 02:37:40
밴댕이 소갈머리
“제물포 안산 바다에 그물로 곱게 올린 밴댕이란 것이 장에 나오면 그놈을 사다가 석쇠에 구울 제 기름 간장을 바르면 냄새가 삼이웃에 진동하것다요. 그러면 상치의 물기를 탈탈 털곤 손바닥 위에 쩍 벌려 눕히고 기름이 자르르 흐르는 올벼 쌀밥 한 숟갈을 사정 두지 말고 듬뿍 떠서 담고 벌꿀 같은 된장을 얹은 뒤에 구워진 밴댕이나 밴댕이 젓갈을 올려 정들여 쌈을 싼단 말씀이오.”
“밴댕이는 연기속에 있네/죽기 위해서 몸을 태우네/저승 바다에서는 죽어본 적이 없는/밴댕이는 석쇠 위에서 죽네/한잔 마신 소주처럼/온몸 가득한 가시처럼 속을 쑤시네/심지가 좁고 얕은 탓은 아니지만/우리 삶은 다 그렇다네/밴댕이는 지금 살기 위해서 황천 가네/푸른 연기 한줄/물결처럼 그 뒤를 따르네”
분량이 많아도 두 글을 다 실어 보았다. 앞의 것은 김주영의 장편 ‘객주’에서 새우젓 장수 길소개의 너스레요, 뒤의 것은 향토시인 김윤식이 어물류를 시리즈처럼 읊은 ‘밴댕이’의 시구이다. 밴댕이의 맛이 새삼 느껴진다. 이를 두고 신태범 박사는 결론 삼아 밴댕이의 살이 연하고 기름져서 버터를 씹는 것 같고 소금 뿌려 구워서 꼬리를 쥐고 더운 밥에 살을 훑어 얹어 먹는 맛도 기가 막히다고 했다.
밴댕이는 작은 물고기이다. 심성이 좁고 얕은 사람을 일러 ‘밴댕이 소갈머리’라고 하거니와, 그만큼 몸 길이도 작아서 겨우 12㎝ 내외이다. 그러니 옛날 물고기가 지천이던 시절 밴댕이는 천덕꾸러기였다. 갯마을 그물 치고 물나간 뒤 거두어 들일 때 그물코마다 걸린 밴댕이는 처치곤란이었다. 천상 어린것들이 소쿠리 들고 나가 주워담았다.
그러나 지금은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 곳곳마다 밴댕이 횟집이요, 저마다 ‘원조’라는 간판을 걸고 손님들을 유인한다. 어떤 고급어종보다도 밴댕이회가 단연 으뜸이라고 말하는 미식가들도 많다. 그런 만큼 수요도 달릴 것이요, 제철이 따로 없이 동남아에서 냉동으로 들여온다고 했는데 미식가들 입맛 상하게 되었다. 업자들이 구이용으로 들여다가 횟감으로 내놓았다는 것이다. 횟감과 구이용을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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