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락 퍼담기
인천의문화/오광철의전망차
2009-09-22 02:39:47
바지락 퍼담기
6·25가 있던 전 해 중2생이던 전망차자는 용유도에 나들이를 갔었다. 같은 동네 선배를 따라서였다. 그곳에 며칠 있으면서 겪은 경험들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중의 하나가 바지락캐기였다. 용유도와 영종도 사이의 바닷물이 빠진 갯골에서였다. 아마도 지금의 인천국제공항 남측 제방 언저리라 짐작된다. 물 빠질 때쯤 동네사람들이 실어나를 황소를 앞세우고 나갔다. 바닷물은 완전히 빠지고 갯고랑에는 시내 흐르듯 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곳에 대형의 굵은 채를 세우고 모래를 삽으로 퍼 흘리면 모래는 씻겨가고 바지락만 걸러졌다. 이것을 가마니에 퍼담아 황소등에 져 날랐다.
이렇게 잡아들인 바지락은 밤새도록 아낙들이 작은 칼로 껍질을 깠다. 그것을 양철 초롱에 담아 아침배로 인천으로 실어내고 일부는 젓갈로 담갔다. 그리고 잔챙이들은 끓는 물에 삶아 어린것들의 주전부리로 했다. 껍질 채 삶은 것을 입을 벌려 훑어 먹든지 햇볕에 말린 것은 한움큼씩 입에 넣어 씹었다. 그도 못하는 작은것들은 아예 돌절구에 빻아 소금에 절였다가 가을 김장때 젓국으로 혹은 이듬해 봄 간장 담글때 이용한다고 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 시절 바지락이 참으로 지천으로 났었다는 기억이다.
바지락은 민물이 섞이는 갯벌 모래밭에서 잡히는 작은 조개이다. 우리나라 전 해안에 널리 분포하는데 특히 서해안에 흔하여 썰물때 부녀자들이 바구니와 호미를 들고 나가 채취했다. 지금은 양식이 성하여 마을 공동으로 양식장을 일구기 때문에 옛 모습은 많이 사라졌다. 그대신 종패를 뿌려 키우고 바지락이 수요가 급증하자 갯벌에 객토를 하듯 하는 광경을 볼 수 있다.
바지락이 지금은 우리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단백질 공급원으로 각광을 받는다. 특히 애주가들에게 사랑을 받는데 스테미너식일 뿐 아니라 그것을 삶은 엑기스가 주독을 풀어주느라 간장을 보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느 지방에서는 자기네 특산물로 널리 알리기 위해 해마다 바지락 축제를 여는 곳도 있다.
옹진군 영흥면 연안에 바지락 종패 방류사업이 전개되고 있다고 한다. 총 400여톤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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