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학 강좌>열세 번째 이야기 < 문학작품의 공간으로서의 인천
인천의문화/인천학강좌
2009-09-22 02:46:53
김소월 ‘밤’·박인환 ‘인천항’ 詩 배경으로
화도진도서관과 함께하는 인천학 강좌 > 열세 번째 이야기 < 문학작품의 공간으로서의 인천
이원규
‘인천은 풍성한 시적 제재와 소설의 모티브(동기)를 제공하는 한국 현대문학의 주요 공간이었다’ 동국대 문예창작과 겸임교수인 이원규 소설가는 문학작품의 공간으로서의 인천을 이같이 평가했다. 인천은 개항 이후 개화문물을 받아들이는 문호, 세계와 접촉하는 창구 구실을 했고 문학작품에도 이같은 모습은 그대로 담겼다.
김소월은 1925년 ‘진달래꽃’과 함께 잡지 개벽을 통해 발표한 ‘밤’에서 인천의 제물포를 소개했고, 박팔양은 1932년 월간 문학동인지 ‘습작시대’ 동인들의 요청으로 ‘인천항’이라는 시를 창간호에 기고했다.
1930년대 시를 대표하는 정지용은 인천을 배경으로 ‘슬픈 인상화’를 썼고 세관의 이국적 깃발을 참신한 언어와 이미지로 인상화했다. 같은 시기의 한국시단에 모더니즘 경향의 시를 내놓아 새로운 지평을 열었던 김기림은 ‘길에서-제물포 풍경’라는 작품을 통해 인천의 이미지를 담았고 오장환은 퇴폐적 낭만주의의 정서를 지닌 ‘해수’라는 시를 내놓았다. 이상은 ‘지주회시’를 통해 월미도 주위를 배회하는 주인공의 절망적 일상을 그렸고, 이태준은 월미도를 배경으로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사이의 비정한 현실을 ‘밤길’에 담아냈다.
강경애는 동구 만석동의 동일방직을 배경으로 최초의 노동문제 소설인 ‘인간문제’를 썼다. 현덕은 현재의 자유공원 서쪽 비탈을 배경으로 잡아 성장소설 ‘남생이’를 그렸고, 인천 출신인 극작가 함세덕은 ‘무의도 기행’을 통해 어민들의 삶을 생동감 있게 드러냈다.
광복 이후 인천은 미국과 일본이 나라를 인수인계하는 절망을 확인하는 장소가 됐으며 공장 노동자가 많아 ‘조선의 모스크바’라 불렸다. 좌우익 대립의 현장이던 인천은 남한의 부를 쌓는 문호가 되고 여전히 선진문명의 관문 역할을 했고 이는 문학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김기림은 ‘파도소리 해치고’라는 작품을 통해 당시 인천의 모습을 담았고, 인천 출신의 배인철은 인천의 운명을 슬프고 불안하게 바라보는 서정적 자의 감정을 시 ‘노예해안’을 통해 드러냈다.
1947년 박인환은 ‘인천항’이란 시로 분단의 고착화와 외세 지배 현실을 냉정하고 절망적 정조로 그렸냈고, 이후 인천 배경의 시들은 조병화와 한하운으로 이어졌다. 그 뒤를 이어 인천 출신의 김윤식과 조우성, 김강태, 김영승, 윤제림, 장석남 등 광복 후 출생한 세대들이 등장했다.
인천을 배경으로 잡아 쓴 소설들로 첫번 째로 꼽히는 것은 황순원의 ‘나무들 비탈에 서다’이다. 이 소설은 송도유원지 앞을 배경으로 삼았다. 최인훈의 ‘광장’에서도 주인공이 인천에서 밀항하며, 인천중과 인천고 출신인 한남규는 ‘바닷가 소년’이라는 성장소설을 썼다.
오정희는 신흥초등학교를 다녔던 때를 ‘중국인 거리’라는 성장소설로 담아내며 쇠락해가는 청관을 표현했다. 그 뒤 조세희의 ‘기계도시’, 이원규의 ‘황해’, 윤후명의 ‘협궤열차에 대한 보고서’, 방현석의 ‘내일을 여는 집’ 등은 인천 곳곳을 소개했다. 이후 구효서는 강화 고향마을을 배경으로 ‘시계가 걸렸던 자리’와 ‘소금 가마니’를 내놓았다.
이 소설가는 “문학이 융성했던 시대와 그렇지 못한 오늘에도 인천은 무한한 창작 모티브와 공간 배경을 제공해주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것으로 우리 모두의 창작 요구를 왕성하게 일으키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환직기자 slamhj@i-today.co.kr
▲이원규 소설가 = 1947년 인천에서 출생. 인천고와 동국대 국문학과 졸업. 현재 동국대학교 예술대학 문예창작과 겸임교수. 1984년 월간문학 신인상에 단편소설 ‘겨울 무지개’, 1986년 현대문학 창간 30주년 기념 장편 공모에 ‘훈장과 굴레’가 당선돼 등단함. 저서로는 ‘천사의 날개(1994년·창작집)’, 황해(1990년·장편소설), ‘누가 이 땅에 사람이 없다 하랴(1995년·대하소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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