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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식의 인천이야기

(43) 인천사람의 창의성

by 형과니 2023. 6. 5.

(43) 인천사람의 창의성

인천의문화/김윤식의 인천 재발견

2009-11-29 22:17:37

 

한국형 고무신 원조 經濟靴발명

(43) 인천사람의 창의성

 

 

도시축전 뒤 끝에, 어느 자리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심한 언쟁을 한 적이 있었다. 상대는 그 전시 내용이란 것이 신선감이나, 창의성이 전혀 보이지 않았으며 그것은 인천 사람들 머리가 엉터리인 까닭이라고 반 농담으로 이쪽을 공격했다.

 

이쪽은 이쪽대로 진정한 인천 사람이 했다면 그렇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깊은 탄식과 함께 반론을 폈다. 그러면서 장시간에 걸쳐 인천 사람의 창의성에 대해 변론을 했다.

 

그날 주장한 인천인의 창의성은 대표적인 것으로 과거 인천에서 창안된 고무신, 구두와의 중간 단계인 경제화(經濟靴), 그리고 그 경제화를 만들면서 부수적으로 발명해낸 접착제에 대한 것이었다. 지금은 우리 생활에서 멀어져 간 고무신이지만, 20세기 초 인천에서의 고무신 창안이 있었기에 반세기가 훨씬 넘는 동안 이 나라 서민들이 발 편하게 활동할 수 있었던 점을 대단한 긍지를 가지고 역설했던 것이다.

 

(지난해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린 건국 60주년 기념 특별전 그 고난과 영광의 순간들에서 과거 고무신들이 전시돼 눈길을 끌고 있다.)

 

고무신 역사를 살펴보면 대체로 한말 법부대신을 지낸 이하영(李夏榮)1919년 서울에 설립했다는 대륙고무를 최초의 메이커로 기록한다. 이하영의 첫 제품은 순종(純宗) 임금이 신었다는데 그것은 1922년의 일이다. 그 밖에도 1921년 김성수(金性洙)의 중앙상공주식회사, 고중희(高重熙)의 반도고무공업소, 1922년 이후 김연수(金秊洙)가 만들었다는 별표 고무신 등을 거론한다.

 

그러나 한국형 고무신을 창조해 낸 원조는 분명히 우리 인천이다. 그리고 고무신이 탄생하는데 있어 결정적인 표본 역할을 했던 것 역시 인천에서 발명된 경제화(經濟靴)였음을 밝힌다.

 

먼저 경제화 이야기를 하자. 20세기에 들어 우리나라에 가죽 구두가 널리 보급되면서, 인천 경동에도 삼성태(三盛泰)라는 양화점이 문을 연다. 그것이 1905년이었다. 그러나 당시의 구두는 한 켤레 값이 무려 쌀 두세 가마와 맞먹는 엄청난 고가품이었다. 여기서 삼성태 주인 이성원(李盛園)이 착안한 것이 짚신 대용이면서 누구나 신을 수 있는 값싸고 질 좋은 신발이었다.

 

그래서 만들어 낸 것이 바닥은 가죽, 발등은 우단이나 천막 천을 댄 남자 고무신 형태의 경제화였다. ‘한복 버선발에도 잘 어울리고, 신고 벗는 데도 아주 편리한이름 그대로 매우 경제적이고 실용적인 신발이었다. 그 후 밑창을 개량한 만력저(萬力底) 신발은 동경 박람회에서 발명상을 수상했고, 접착제 만능호(萬能糊)는 미국에까지 가서 판매 홍보를 할 정도로 획기적인 것이었다.

 

이렇게 경제화가 세인이 발을 이끌고 있을 시기인 1918, 인천에 정착해 용동에서 식품점을 하던 안기영(安基榮)이라는 사람이 일본 고베(神戶)에서 판촉차 한국에 온 고무신 업자를 만나 그로부터 호모화(護模靴)라는 구두 모양의 일본 고무신을 보게 된다.

 

이 신발을 서울에서는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지만 안기영의 머릿속에는 언뜻 스치는 게 있었다. 해서 그는 일본인에게 마른신과 삼성태의 경제화 모양의 고무신을 주문한다. 얼마 후 고베에서 마른신 모양의 여자 신발과 경제화 모양의 남자 신발이 도착했다. 경향 각지에서 대단한 호평이었다. 안기영의 생각이 적중한 순간이었다. 일본에서 제조했다지만 이렇게 이성원의 슬기와 안기영의 선구적 착상이 어우러져 최초의 값싼 한국형 고무신이 인천 땅에서 탄생한 것이었다.

 

두 시간이 넘게 장황히, 인천인의 선구적 창의성을 역설했던 것이다. 결국 상대는 수긍의 웃음을 보였고, 우리는 이번에는 이런 우리 선조들의 업적을 전혀 알지 못하고 있는 오늘의 인천 현실에 대해서 긴 탄식을 했다. 김윤식·시인/인천문협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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