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인천을 노래한 시들
인천의문화/김윤식의 인천 재발견
2009-11-08 01:37:39
축항의 기적소리… 세관의 깃발
(41) 인천을 노래한 시들
근래 시낭송, 소설 낭독 같은 문학 행사가 전국적으로 빈번하게 열린다. 가을 들어 인천에서만도 벌써 네댓 군데의 문학 단체와 도서관, 문화원 같은 곳에서 낭송회가 열렸다. 문학 쪽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여간 행복하고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중에서 의미 있는 행사 하나가 지난주 목요일에 있었던 인천문화원연합회 주최 ‘제3회 명사와 시민이 함께하는 시낭송의 밤’이었다.
인천시장을 비롯한 지역 출신 국회의원, 시의원, 기관, 단체장들과 초청 원로 시인 및 지역 문인, 그리고 일반 시민이 무대에 나와 아름다운 음악에 맞춰 평소 애송하는 시나 자작시를 낭송하면서 만추의 저녁 한때를 곱고 고운 시심에 젖었던 행사였다. 인천만의 독특한 이 행사는 벌써 3회에 이른다.
그런데 한 가지 아쉬웠던 것은 이렇게 멋들어지고 유별난 인천만의 문화 행사를 가지면서 정작 누구 하나도 우정 우리 ‘인천을 노래한 시’ 한 편을 골라내 낭송하지 못한 점이었다. 물론 이 같은 문화 예술 행사에서조차 지역을 찾고 꼭 우리 것만을 앞세우는 쇼비니즘적 태도를 보이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렇게 아름다운 인천 행사를 하면서 그 알맹이 ‘인천’이 빠져 있는 것이 아쉬웠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어서이다. 또 실제 이런 행사를 통해 순수한 문학적 향기를 들이마시는 것도 좋지만, 고양(高揚)된 예술 작품으로써 내가 사는 인천의 향취를 맡을 수 있다면 그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더구나 인천을 노래한 그 시인들이 예사로운 시인들이 아님에랴. 한국인의 정서를 표출한 대표 시인 김소월(金素月)을 비롯해 ‘향수’의 정지용((鄭芝溶), 박팔양(朴八陽), 모더니즘 경향의 시를 쓰던 김기림(金起林), 오장환((吳章煥) 등 외에도 ‘목마와 숙녀’의 박인환(朴寅煥), 인천이 낳은 시인 배인철(裵仁哲), 김광균(金光均) 같은 한국 문단을 풍미하던 대시인들이 다투어 인천을 노래했음에랴.
비록 그 시절 이들에 의해 쓰인 대부분의 ‘인천의 시’는 개항 이후 밀려들어온 양풍(洋風)에 물들어 변해버린 인천항의 이국 풍경과 일제에 의한 착취, 수탈 현장으로서의 피폐한 인천 모습을 그린 것들이지만, 그렇더라도 우리 인천으로서는 영원히 가슴에 담아 둘 그런 작품들이다.
소월은 ‘밤’이라는 시에서 “벌써 해가 지고 어둡는데요/이곳은 인천의 제물포, 이름난 곳,/부슬부슬 오는 비에 밤이 더디고/바닷바람이 춥기만 합니다”라고 노래하고, 지용은 “수박냄새 품어오는/첫여름 저녁때…//먼 해안 쪽/길옆 나무에 늘어선/전등, 전등,/헤엄쳐 나온 듯이 깜박거리고 빛나노나.//침울하게 울려오는/축항의 기적소리…… 기적소리……/이국정조로 퍼덕이는/세관의 깃발, 깃발”이라며 인천항의 엑조틱한 풍광을 읊었다.
또 김기림은 그의 연작시 ‘길에서-제물포 풍경’ 중 ‘밤항구’에서 인천항의 야경을 “부끄럼 많은 보석장사 아가씨/어둠속에 숨어서야/루비 사파이어 에머랄드/그의 보석 바구니를 살그머니 뒤집는다”고 감각적으로 표현했다.
이들뿐인가. 인천이 낳은 한국 최초의 고미술사가 고유섭(高裕燮)의 ‘해변에 살기’가 있고, 천형(天刑)의 한센병 시인 한하운(韓何雲)의 ‘작약도’도 있다.
거기에 우리 인천 사람들, 한상억(韓相億), 최승렬(崔承烈), 최병구(崔炳九), 손설향(孫雪鄕) 시인들이 읊은 격조 높은 인천 노래들이 있는 것이다. 물론 생존한 젊은 인천 시인들은 제외하고 말이다. 김윤식·시인/인천문협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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