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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광철의 전망차

장자골 소식

by 형과니 2023. 6. 5.

장자골 소식

인천의문화/오광철의전망차

2009-11-29 22:33:07


장자골 소식


장수동은 1914년 행정구역 폐합때 수현(水峴)리와 ‘장자골’이라는 장자(壯者)리 등이 병합하여 장수(長壽)리가 된 곳이다. 장자와 수현리의 이름을 땄으므로 壯水리가 되었어야 하는데 글자의 소리는 취하고 뜻은 따르지 않아 오래 사는 마을로 미화하여 長壽리가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한자의 장할壯은 ‘굳셀장’, ‘왕성할장’이기도 해서 장대(壯大)는 ‘씩씩하고 크다’요 장사(壯士)라고 할때 ‘혈기가 넘치는 용감한 사나이’가 된다.

우연이랄까. 장자골에는 여덟장사(八壯士)에 대한 이야기가 내려 온다. 옛날 장자골은 서울로 가는 길가여서 주막이 몇채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 저녁이 되자 수상쩍은 장정 여럿이 주막에 들어 술을 마시면서 자리를 뜨지 않은 채 때를 기다리는 눈치였다. 이들을 도둑이리라 짐작한 주모가 넌지시 눈짓하니 남편이 슬며시 나가 마을 젊은이들에게 연락했다.

연락을 받은 여덟명의 장사들이 몽둥이로 갖추고 길목에서 지키고 있는데 마침 도둑들은 부잣집을 털고 있는 중이었다. 이를 목격한 장사들이 격투 끝에 도둑을 제압, 고을 사또에게 넘겼다. 고을에서는 장사들에게 후한 상을 내렸으며 그 후로 장자골에는 도둑이 얼씬도 못해 편안하게 살 수 있었다고 한다.

이처럼 장자골은 한적한 옛마을이었다. 새로 개발되는 이웃 만수동과 비켜 있었다. 수인산업도로가 지나면서도 교통의 오지였다. 더러 동인천역에서 출발하는 수원행 버스나 신천리행 시내버스가 정거할 뿐이었다. 그러나 오늘의 장수동은 그 복판에 대공원을 안고 있느라 예전 흔적이 남아있지 않다. 최근 몇년새 급속히 구획정리되어 바둑판 도로가 포장되고 고급빌라와 다세대주택 등이 입주했다. 집집마다 꽃을 가꾸고 개성있는 문패와 우체통은 흡사 서양의 어느 마을이요 담장을 시화로 꾸미고 있다.

10월에는 ‘새동네 축제’도 있었다고 한다. 사물놀이 인형극 전시회 등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마을 분위기를 뒷받침했다더니 그동안 주민들로 구성 연습해 온 연극발표도 지난 주말 있었다고 한다. 이처럼 주민들 스스로 마을 분위기를 동화의 마을로 가꾸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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