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해반문화사랑회

인천과 이민(移民)

by 형과니 2023. 6. 7.

인천과 이민(移民)

인천의문화/해반문화사랑회

2010-01-31 14:28:24

 

인천과 이민(移民)

강 옥 엽 인천시 역사자료관 전문위원

 

1883년 인천항이 개항되면서 인천은 근대문물이 들어오는 중요한 통로가 되어 자의든 타의든 우리나라 최초에 해당되는 여러 상황들이 만들어졌다. 그 가운데 하나가 계약을 통해 최초로 집단적인 해외이민이 시작되었다는 역사적 사실이다.

대략 1860년부터 시작된 한인의 해외 이주는 만주러시아미주 등지로 다양하게 전개되었지만, 만주 러시아 등 한국과 인접한 지역의 이주는 유이민적(流移民的) 성격으로 공식 이민은 아니었다. 그러므로 한국 최초의 정식 이민은 19021222, 121명이 하와이를 향해 인천 제물포를 출발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후 1905년 이민이 금지될 때까지 7,400여 명의 이민이 계속되었다.

 

하와이에서는 19세기 초 사탕수수농업이 크게 발달하여 하와이 경제에 중요한 몫을 차지하고 있었으나, 자체 노동력의 부족으로 거의 외국인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하와이 노동이민은 19세기 중반 중국인(1852)과 일본인(1868)에 이어 20세기 초 한인의 이민으로 확산되었다.

 

당시 인천항을 중심으로 하와이 이민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인물들이 있었다. 이민의 주선은 알렌(H.N.Allen), 실제적인 업무 총괄은 데쉴러(D.W.Deshler)가 했고, 설득과 권유로 이민자들을 모집한 것은 존스(G.H.Jones)목사였다. 특히, 알렌의 추천으로 고종황제로부터 하와이 이민사업 책임자로 임명된 데쉴러는 알렌과 같은 미국 오하이오(Ohio)주 출신으로 은행가 집안의 후손이었는데, 일본 고베(神戶)에서 활동하다가 1896년 제물포로 건너와 사업을 모색하고 있던 25살의 젊은이였다. 그는 이민 모집을 위해 내리교회 부근에 동서개발회사(East-West Development Company)를 만들고, 이민자의 재정문제를 해결해주기 위한 데쉴러은행(Deshler Bank)도 설립했다.

 

그러나 정작 낯선 땅에 간다는 두려움 때문인지 지원하는 사람이 적었기 때문에 데쉴러는 내리교회의 존스목사에게 이민자 모집을 요청하였는데, 이런 연유로 첫 이민선 갤릭(S.S.Gaelic)호에 승선한 이민자 중 절반가량이 바로 내리교회 신도들이었다.

 

하와이 첫 이민단은 유민원(綏民院)총재 민영환(閔泳煥) 명의의 집조(執照:여권)를 발급받고 일본우선회사 소속 현해환(玄海丸)에 승선하여 19021222일 인천 제물포를 출발하였다. 일본 나가사키(長崎)에 들러 신체검사를 하고, 첫 이민선 갤릭호를 타고서 1903113일 하와이 호놀룰루항에 도착하였다. 여기서도 보건 당국의 검사를 거쳐 86명만 상륙허가를 받고 오아후섬 와이아루아(Waialua) 농장의 모쿨레이아(Mokuleia)캠프에서 본격적인 이민 생활을 시작하였다.

 

사탕수수 농장에서는 오전 6시부터 오후 430분까지 하루 10시간씩 노동을 했는데, 월급은 한 달에 17달러 정도였고 여자나 소년들은 하루에 50센트 정도였다. 그럼에도 한인 이민자들은 낯선 환경과 고된 노동 속에서 힘들게 번 돈을 조국의 독립운동을 위해 기꺼이 내놓았다. 무엇보다 자녀 교육에 진력하여 한인학교를 곳곳에 설립하고 한글교육을 시행함으로써 국권회복과 조국의 얼을 심어주려 했다. 그 정신의 구현이 인천에 인하대학을 설립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인천(仁川)과 하와이(荷蛙伊)의 첫 글자를 따서 인하(仁荷)대학의 교명이 탄생했으며, 인하대학의 설립 자금에는 하와이 교포들이 보낸 하와이 한인기독학원(1918) 부지 매각대금(15만 달러)과 정부의 지원금(100만 달러) 및 시민들의 성금이 포함되어 있었다.

 

인하대학의 설립이 초기 이민자들의 정신적 귀환을 담은 것이라면, 그로부터 반세기가 지난 지금, 월미도에 개관할 한국이민사박물관은 오늘을 사는 이민의 후손과 내국민을 하나로 연결하는 한민족공동체의 실제적인 귀환을 구현하고 있다. 그런 뜻에서 인천과 근대의 이민(移民)은 그 역사적 의미가 깊다고 하겠다.

'해반문화사랑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개항장답사  (1) 2023.06.14
개항과 담배  (2) 2023.06.07
신포동, 그 낯익음에 대한 낯설음  (3) 2023.06.07
망각지대에서 탁본한 기억들  (3) 2023.06.05
인천의 길, 사람의 길  (0) 2023.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