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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뎐

by 형과니 2023. 6. 7.

짜장면뎐

인천의문화/인천배경책과영화&문학

2010-01-31 15:05:01

 

[책과 삶]작장면이 짜장면에서 자장면되다

ㆍ한·중 문화사 속 자장면의 모든것

 

짜장면뎐

양세욱 | 프로네시스

 

 

본적 중국 산둥성, 귀화일 미상(19세기 말로 추정), 주소 베이징을 비롯한 중국 북부, 한국 전역, 각국 코리아타운의 중국 식당. 이 같은 이력서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한국인 8명 가운데 1명이 매일 먹는다는 자장면이다. 전국의 24000개 중국 식당에서 하루 600만 그릇의 자장면이 소비되며 면의 길이를 따져보면 6, 지구를 한 바퀴 반 도는 양이다. 자장면의 인기는 양적인 측면에 그치지 않는다. 된장·김치··비빔밥 등과 더불어 외래음식으로는 유일하게 한국의 100대 문화 상징에 들어가며 정부의 중점물가관리품목이다.

 

중국 학자(한양대 연구교수)인 저자가 자장면의 모든 것을 밝혔다. 자장면이 한국 음식이냐, 중국 음식이냐 하는 논쟁에서부터 자장면의 유래와 역사, 자장면에 담겨 있는 한국 근·현대의 풍경, 자장면을 다룬 소설·동화·노래까지 가히 자장면의 문화사라고 할 만하다.

 

자장면의 원류와 관련, 저자는 선행조사에 기대어 중국 산둥성을 지목한다. 1882년 임오군란 이후 조선에 대규모 노동자를 송출한 산둥반도에서 토속 면장을 볶아서 만든 국수인 작장면(炸醬麵)이 바로 자장면의 시조다. 물론 이 음식은 단맛도 없고 생야채를 사용해 지금의 자장면과 맛이 다르다. 그러나 비빔밥을 로스앤젤레스에서 만들었다고 미국 음식이 아니듯 자장면도 한국 음식은 아니다.

 

문제는 자장면의 국적이 아니라 한국적 상황에서 어떻게 변모했는지 하는 것이다. 자장면은 한국에서 끝내 뿌리를 내리지 못한 화교 사회와 관련이 있다. 또 산업화·도시화 속에서 진행된 혼·분식 장려정책, 외식문화의 영향을 받았다.

 

인천에 최초의 청요리집인 공화춘’(1907?)이 생긴 이래 ’ ‘’ ‘반점등의 접미사를 단 중국집은 날로 번성했다.(공화춘의 설립 연도가 부정확한 가운데 2005년 인천에서는 짜장면 탄생 100주년 대축제가 열리기도 했다.) 전국의 자장면 맛이 비슷해진 것은 1948년 설립된 식품회사 영화장유에서 내놓은 사자표 춘장때문이다. 대두와 발효시킨 찐밀가루에 캐러멜을 섞은 춘장으로 인해 한국 자장면은 달고 반질반질한 윤기를 얻게 됐다. 중국 작장면이 냉면인데다 국물이 적은 비빔국수 타입인 것과 달리, 따뜻하고 국물이 많아진 것도 한국적 특성이 가미된 것이다.

 

자장면을 만드는 사람도 화교에서 한국인으로 바뀌었다. 중국 공산화와 대한민국 정부 수립,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고립된 화교들은 중국음식점으로 몰려들었다. 1948332개이던 중국집은 19722454개로 늘었고, 여기에 종사하는 화교의 비율도 40.3%(1949)에서 77%(1972)로 빠르게 증가했다. 미국의 원조곡물을 소비하기 위한 정부의 혼·분식 장려운동(1964~77)도 자장면 소비를 부추겼다. 그러나 화교와 중국 음식업에 대한 정부의 차별정책으로 화교가 경영하는 중국식당 비율이 197565%에서 1990년에는 6%로 떨어지면서 중국 음식은 완전히 한국화됐다.

 

직장인의 점심식사로, 가족단위의 외식 메뉴로 한 세기를 풍미한 자장면은 이제 치킨·피자·족발·패밀리 레스토랑 등에 밀려난 형편이다. 그러나 자장면을 빼고 20세기 한국 문화를 말하기는 어렵다. 영화 북경반점’(김의석·1999), 연극 짜장면’(김상수·1993), 동화 짜장면’(안도현·2000), 가요 짬뽕과 짜장면’(철가방프로젝트·2002), 만화 짜장면’(허영만·1998) 등에는 자장면에 얽힌 추억이 그득하다.

 

이 기사는 국립국어원의 권고에 따라 자장면이라고 표기했지만 저자는 짜장면이라고 부른다. 서울·경기지역 사람 72%가 짜장면이라고 발음하는 상황(2002)에서 자장면을 고수하는 것은 언중들의 관행과 동떨어진 언어순화론자들의 고집이라는 것이다. “불어 터진 면발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자장며언? 그럼 짬뽕은 잠봉이냐?”(이현 동화 <짜장면 불어요!>), “중국집에는 짜장면이 있고, 짜장면은 짜장면일 뿐”(안도현 동화 <짜장면>) 등의 주장을 보면 저자 혼자만의 생각은 아닌 것 같다. 13000

 

<한윤정기자 yjha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