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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꺼진 '작은극장 돌체'

by 형과니 2023. 6. 8.

불꺼진 '작은극장 돌체'

인천의문화/인천문화,전시,공연

 

2010-02-03 23:40:36

 

불꺼진 '작은극장 돌체'

 

 

인천 남구 문학동에 있는 공연시설 '작은극장 돌체'가 새해 벽두부터 문화예술계 얘깃거리로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해 말 남구가 극장에 대한 운영주체를 기존 업체 '극단 마임' 대신 '남구학산문화원'으로 변경하면서부터 문제가 불거져나왔다.

 

겉으로 보기에는 관할 관청이 조례에 따라 운영 위탁기간(3)이 만료되자 공모라는 절차를 거쳐 새로운 운영권자를 가려 뽑은 모양새다. 그런데 기존 운영업체가 심사에 이의를 제기하는가 했더니, 수탁대상자 선정 취소 소송이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하겠다는 내용증명을 남구에 발송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행정관청은 적법한 절차로 진행한 이번 사안에 하등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 극장 인수절차 강행 의지를 표명했다.

 

문제의 핵심에 접근하기 위해선 작은극장 돌체가 세워진 과정부터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중구 경동의 '소극장 돌체'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극단 마임이 인천연극계 부흥을 외치며 고군분투한 세월이 녹아 있는 극장이다. 이를 이어받아 남구 문학동에서 새 둥지를 틀 수 있었던 것도 극단 마임의 공이 대내외적으로 인정됐기에 가능했다. 행정자치부로부터 연극 전용극장 건립 명목으로 특별교부세를 지원받아 낸 장본인이 극단 마임이었다는 것은 지역 문화예술계에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당시 설립취지는 자명했다. 연극전문극장을 표방함에 따라 향후 정체성을 찾아가기 위한 위탁기관의 자격요건을 '공연단체 10년 이상 운영한 경력자'로 제한, 조례 상 명시하기까지 한다. 남구의 의지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결과적으로 극단 마임이 전문성을 인정받아 첫 운영자로 선정됐다.

 

그리고 3년이 흘렀다. 남구는 다시금 조례에 따라 위탁기관을 선정해야 하는 입장에 섰다. 그런데 웬일인지 사단이 난 것이다. 위탁 공모 선정에서 탈락한 극단 마임의 주장을 단순히 패자의 넋두리로 치부하기엔 뭔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 지역 문화예술계가 이번 건과 관련해 남구에 보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에 놓여 있다.

 

걸리는 부분이 다름 아닌 전문성이다. 경연을 펼친 두 단체 중 한 곳은 운영경력이 30년 된 극단이고, 다른 한 곳은 구청의 문화정책을 실행하는 문화원이다. 장르의 확장을 목표로 예술성 추구에 집중하는 쪽이 전자라면, 후자는 풀뿌리 기초단체의 문화정책이 주민 속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보다 대중적으로 풀어나가는 소임을 맡고 있다.

 

돌체의 설립 목적과 합목적적인 운영자가 누구인지 자명하게 드러나는 부분이다. 설상가상 남구가 위탁신청 자격에 대한 조례를 슬쩍 개정한 사실이 드러났다. 기존의 '공연단체 10년 이상 운영' 을 삭제하는 대신 '문화예술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단체 및 개인'으로 바꾼 대목에서는 뭔가 석연치 않음이 느껴진다.

 

지난 3년 동안 관할 관청이 위탁자에 대한 운영 평가를 단 한 차례도 하지 않았다는 점도 걸린다. 이번 선정심사 결과 남구는 '마임이 주민친화적인 프로그램이나 시스템을 마련하지 못했다'고 실격 이유를 내놓았다. 이와 관련, 마임 측은 지난 3년 간의 운영실적을 제시하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거칠게 살펴보더라도 극장 가동일, 관람객 수, 홈페이지 방문객, 극장 인지도, 운영재정 자립도, 창작 활동, 레퍼토리 수에 이르기까지 항목마다 지역내 어느 전문단체 못지않은 성과를 내고 있다.

 

극단 마임이 호소하는 부분이 이 지점에 있다. 제대로 평가를 받고 싶다는 것이다. 그 결과 미달이라면 달게 받겠다는 것이다. 행정 관청에서 심사결과를 번복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탈락자도 그려려니와 선정자의 입장에서 볼 때 또 다른 무리수를 만들 여지가 분명 있다.

 

그럼에도 이번 경우는 유연한 사고가 필요하다고 제언을 건네고 싶다. 문제가 있다는 여론이 이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하루 빨리 작은극장 돌체의 무대에 불이 켜지길 기대한다.

 

/김경수문화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