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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문화/인천의영화이야기

인천에서 만나는 예술영화

by 형과니 2023. 3. 16.

인천에서 만나는 예술영화

仁川愛/인천사람들의 생각

2007-01-29 16:40:53


인천에서 만나는 예술영화

허은광-인천문화재단 문화사업팀장/영화학 박사


지난해 12월에 개봉한 다큐멘터리 <비상>이 한국 영화계에 소중한 희망을 드리우고 있다.

다큐멘터리로서는 이례적으로 극장 관객 수가 3만을 넘은 <비상>은 우리 영화계에서도 다큐멘터리가 대중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극장에서 상영될 목적으로 제작된 국내 최초의 스포츠 다큐멘터리 <비상>은 창단 2년차를 맞은 시민 축구단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과 선수들의 축구에 대한 열정과 K리그 통합 1위라는 성공의 역경으로 우리들을 안내한다.

특별히, 인천 연고의 축구단을 소재로 하고 있기에 이 영화의 대중적 성공은 인천 시민들에게 더욱 반가운 소식으로 다가온다.

<비상>의 성공전략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크게 두 가지 지점에서 그 성공의 원인을 논해볼 수 있겠다.

먼저 <비상>은 철저히 관객의 욕구에 부응하고 있다.

HD급 화질과 5.1채널 사운드 테크놀로지의 채택은 기존 상업영화에 익숙한 관객들의 시청각 감각에 거리낌 없이 다가갈 수 있는 영화의 존재론적 기반이 된다.

또한 정치적인 사건을 주로 다루는 한국의 다큐멘터리 제작 풍토에서 스포츠라는 미지의 영역을 다큐멘터리 소재로 발굴함으로써 관객들에게 흥미로운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낯선 소재를 선택함에 반해, 현실과 대면하는 <비상>의 영화적 양식과 태도는 영화감독의 1인칭 내레이션을 서사의 전면에 내세우는 다소 고루한 방식을 취하고 있다.

관객에게 익숙한 영화적 형식의 차용은 영화비평의 측면에서는 아쉬움으로 남지만, 대중성 확보의 측면에서는 성공적인 선택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이와 같이 극장 상영에 요구되는 기술력의 확보, 관객에게 익숙한 영화형식의 차용, 진부하지 않은 소재의 발굴은 다큐멘터리 <비상>이 대중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영화의 내적 요인으로 분석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작품의 내적 요인만으로 다큐멘터리 <비상>의 대중적인 성공을 설명할 수 있을까?

예술영화관으로 대표되는 영화감상 공간의 다변화는 <비상>과 같은 이른바 저예산 예술영화의 약진을 설명하는데 있어 반드시 짚어보아야 할 영화 외적 요인이다.

90년대 중반 이후 한국영화 시장이 확대되고,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대중화되면서 한 작품이 전국의 100여개 이상의 스크린에서 동시에 상영되는 이른바 와이드 개봉이 일반화되었다.

이러한 배급시스템은 소위 될 만한 영화가 전국의 스크린을 독점하는 기이한 현상을 초래하였고, 결과적으로 상업적으로 성공의 가능성이 희박한 저예산 영화나 예술영화는 관객과 만날 수조차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비상업적인 영화의 상영기회를 확보하기 위한 작은 몸부림들이 줄 곧 있어왔으나, 그 해결 방안이 현실화된 것은 영화진흥위원회가 2002년부터 전국의 주요도시에 소재하는 예술영화관에 대한 지원을 시작하면서부터이다.

현재 전국에 17개의 스크린이 아트플러스 시네마 네트워크로 연계되어 영화감상 기회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비상> 또한 이들 예술영화관을 통해 대중들과 만날 수 있었다.

저예산 예술영화의 상영기회를 확보하고 관객의 볼 권리를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예술영화관의 확대는 한국 영화계의 중요한 현안 중 하나이다.

특히 인천과 같이 도시 인구 규모에 비해 영화를 비롯한 다양한 문화예술 향유권을 보장할 기반시설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그 필요성이 더욱 절실하다 하겠다.

이러한 측면에서 오는 3월 인천시 남구에서 개관할 예정에 있는 주안예술영화관에 거는 기대가 크다.

국내 최초로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예술영화관이 될 이곳은 지역 주민들에게 수준 높은 영상문화 향유기회를 제공함과 동시에 주안(朱安)을 수도권 서부지역의 영상중심지로 발전시킬 수 있는 기반시설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주안예술영화관의 성공적인 운영은 타 지자체에 중요한 선례가 될 수 있음으로 어느 때보다 내실 있는 준비와 기획이 필요한 시점이다.

더불어, 너무 성급히 성과를 보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영화관 운영에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