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인천과 인천책
인천의문화/김윤식의 인천역사산책
2011-01-20 19:55:48
개항 이후 … 작가 눈에 비친 흥미로운 인천
19. 인천과 인천책
2011년 01월 19일 (수)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1883년 인천 개항 이래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 세기가 넘는 이 기간 동안 인천에서 벌어졌던 일, 또 인천에 관련한 재미있는 일화, 인물 내력들을 이야기로 기록한 대표적인 저서라면 단연 고일(高逸) 선생의 『인천석금』, 최성연(崔聖淵) 선생의 『개항과 양관 역정』, 그리고 신태범(愼兌範) 박사의 『인천 한 세기』와 『개항 후의 인천 풍경』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오늘날 인천상공회의소의 전신인 인천조선인상업회의소(仁川朝鮮人商業會議所)가 1910년에 펴낸 상계월보(商界月報)에 ‘인천형제상회’를 연 주씨(朱氏) 일문(一門)에 관한 가화(佳話) 등, 상공업에 관련한 인물, 기사 몇 가지가 전해져 오고 있기는 하지만 구수한 입담이나 내용의 재미에 있어서는 전혀 위의 책들에 견줄 바가 되지 못한다. 물론 당시의 세태나 문장이 오늘날과 같지 않으니 비교하는 자체가 무리일는지 모른다.
이들 책은 이를테면 인천 야사(野史)의 성격을 띤 ‘이야기’들을 수록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정사(正史)인 『인천시사』가 오히려 많은 부분을 인용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세 사람의 필자가 그 시대의 얼마를 살면서 몸소 겪고 경험한 사실들을 생생히 기록해 놓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러니까 세 분의 책은 정사의 부족한 부분들을 채우고 있으면서, 어떤 면에서는 정사가 가지지 못하는 훈훈한 풍정(風情)까지 느끼게 하는 말 그대로 주옥편(珠玉篇)들이라고 할 것이다.
『인천석금』에는 인천 개항 이후 1920년대서부터 1950년대에 이르는 동안의 인천의 경제, 사회, 교육, 언론, 문화, 예술, 인물, 사건 등 각 분야에 걸쳐 총 50여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가히 인천 야사로서 압권이라고 할 만하다. 대부분의 이야기들이 필자의 직접 경험담이어서 생생한 흥미를 주지만 필치에 있어서는 다소 만연(蔓衍)에 흐른 감이 있다.
『개항과 양관 역정』은 사실 고증에 특히 애쓴 흔적이 역력할 만큼 학술적 경향을 띠나 체제나 편집이 그에 못 미친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이 책은 개항 이후 인천에 세워졌던 서양인들의 건축물에 대해 그 규모나 건축과정, 내력, 일화, 역사적 의미 등을 나름대로 자세히 기술해 놓아 인천 양관(洋館)의 족보라고 할 만하다.
이 두 책은 6·25 전화가 채 가시지도 않은 1950년대에 발간된 책으로 당시 우리 사회의 사정을 감안하면 책으로 출간이 되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썩 가상할 뿐만 아니라 인천으로서도 행운이라 할 것이다.
이에 비해 『인천 한 세기』는 훨씬 뒤인 1980년대 초반에 발간되었으니 책의 체제나 내용이 훨씬 세련되고 어법도 더욱 현대적 감각으로 닦아져 있다. 많은 전거(典據)를 섭렵한 역사 기록에다 실제 견문한 사실들을 유려하고 낭만적인 필치로 써 내려간, 일종의 문학 수필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든다. 특히 같은 필자가 『인천시사』의 부록으로 집필한 바 있는 『개항 후의 인천 풍경』은 역사에 대한 식견과 안목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쾌저(快著)라고 할 것이다.
이 세 책 중에서 특히 고일, 신태범 두 분의 기록은 일본인들이 ‘자기들의 시각(視覺)’으로 쓴 역사서나, 그것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못한 애초의 『인천시사』의 기술과는 전혀 다르게 우리의 온당한 시각으로 당시 인천의 실상과 정경을 가감 없이 기록하고 있다. 이 책들의 장점은 읽는 이를 흥미 속으로 이끄는 매력이 있어 손에 들면 좀해서 눈을 뗄 수 없다는 점이다.
1950년대 말미에 나온 유희강(柳熙綱) 선생의 『향토 인천의 안내』에 이어 또 하나의 기념비적인 책이라고 한다면 1965년 이종화(李宗和) 선생이 펴낸 『문학산(文鶴山)』 사진집을 들 수 있다. 당시로서는 드물게 보는 컬러 사진집으로 문학산 일대의 파노라마 사진과 봉화대, 성문, 성벽, 비류왕능이라 불리던 고총, 안관당지, 인천부사청, 그리고 학익동 고인돌 등의 모습이 담겨져 있다. 1968년에는 『인천사진문화사』도 내놓았다.
이밖에 1980년대 중후반 이후 1990년대까지 주로 발간된 것으로는 이훈익(李薰益) 선생의 역저가 여러 권 있다. 『인천충효록(仁川忠孝錄)』 『인천지지(仁川地誌)』 『인천지방 향토사담(鄕土史談)』 『인천성씨인물고』 『인천의 지명고』 『인천지방 향토사담』 『인천 금석비명집(金石碑銘集)』 『근세인천지방의 전란사』 등인데 전문 역사서에 가깝다.
조기준(趙璣濬) 선생의 『부평향교지』 『부평사연구』 『부평의 땅이름』 도 인천 역사서라고 할 수 있는데 주로 부평 지역만을 대상으로 한 데다가 전문적이어서 일반인들이 흥미롭게 읽기에는 다소 거리가 있다. 김영일(金英一) 선생의 『격동기의 인천』은 해방 정국과 6·25전쟁 와중의 인천의 신문 기사를 정리한 책이다.
이선주(李鮮周) 전 예총회장이 『한국의 민요』(인천지역편)을, 김순재(金順濟) 교수가 『인천경기지방의 일노래』 이성구(李星求) 전 인천사랑시민협의회 회장이 『개화의 선구지 인천』 과 평론가 김양수 선생의 『인천개화백경(仁川開化百景)』, 이형석(李炯石) 선생의 『인천의 땅이름』 오종원·조우성·김윤식·김홍전 공저의 『간추린 인천사』 등이 있다.
최근에는 『개항과 양관 역정』보다 한 발 더 나아갔다는 평가를 받는 손장원(孫張源) 교수의 『인천근대건축』과 조우성(趙宇星)의 『인천이야기100장면』 이희환의 『인천아 너는 어떠한 도시』 같은 인천 연구서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인천광역시역사자료관의 강덕우(姜德雨), 강옥엽(姜玉葉) 두 전문위원도 번역서를 포함하여 인천 관련 서적을 작년까지 무려 62권이나 발간하고 있다. 이들 책들은 시내 각 도서관에 비치되어 있다.
이렇게 인천에 관련한 책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데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결론부터 이야기해서 ‘인천시민들이 자기가 살고 있는 인천을 좀 알아야 하겠다.’는 말이다. 일례로 중구 사람들 외에는 거의가 청관이 어디인지 모르고 있고, 월미도 한번 제대로 가 본 적이 없는가 하면, 제물포역 일대를 옛 제물포 포구로 알고 있거나 현재의 연안부두를 바로 개항장으로 알고 있는 넌센스 때문이다.
이처럼 인천 사람들의 한 7할 정도는 전혀 자신이 살고 있는 인천에 대해 전혀 무관심, 무신경하다고 할 것이다. 그러니까 이들은 자기가 거주하고 있는 ‘인천이 어디인지’를 모르고 산다는 말이 된다. 이런 사람들에게 대고 ‘인천을 사랑합시다. 제 고장을 사랑합시다.’ 운운 외쳐 보았자 과연 소용이 있을 것인가.
그래서 이런 책들이나마 읽어 스스로 인천에 대해 관심을 가져 보자는 취지에서 권장하는 것이다. 아마 책에서 얻는 재미는 물론이거니와 인천에 대한 이해와 지식의 넓이가 훨씬 늘어날 것이다. 그러면서 인천에 대한 애정도 생겨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기 사는 곳에 애정을 가지는 것은 바로 시민 된 도리이기도 한 것이다.
근래 인천의 모 출판사 대표와 일간지가 합동으로 30㎝ 서가 운동을 벌여 인천의 서점들이 서가의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인천 관련 책 꽂기 권장 캠페인을 벌인 적이 있어 매우 고무적으로 생각했는데 그나마 다시 시들해진 것 같다.
금년 2011년에는 우리 인천광역시 시민 모두가 이들 책을 골고루 읽기를 기대한다. 이 책들은 인천 역사 지식뿐 아니라 인천 관련한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무궁무진하게 제공하고 있다. 긴 겨울밤 책 읽는 행복! 그리고 제 고장 인천에 대한 맹목(盲目)을 모면할 수 있는 기쁨! 인천 책을 읽자! 김윤식 시인·인천문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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