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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문화/인천배경문학,예술,문화

'이방인의 눈에 비친 제물포'

by 형과니 2023. 6. 17.

'이방인의 눈에 비친 제물포'

인천의문화/인천배경책과영화&문학

2011-01-20 19:51:45

 

100년전'그들'이 본 인천개항장

제물포 여행객·선교사 등 외국인 기록 재구성

 

 

근대라는 유례없는 조선의 항해길에서 인천은 작은 조타수의 노릇을 했다. 일찍이 서양세력에게 발견된 인천은 조선침탈을 위한 교두보로 개항되기도 했다.

 

서양의 제국주의 열강과 이에 편승한 청일세력이 각축하는 가운데 축소된 세계체제가 자리 잡은 조선 제일의 국제도시로 변모한 인천은 그로 인해 수많은 근대제도와 문명이 무질서하게 구축됐다. 이에 따른 질주와 저항, 갈등은 폭발적으로 분출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인천, 즉 근대 제물포 개항장에서 펼쳐진 온갖 실험과 실패는 이후 한국 근대사의 중요한 기원을 품고 있다.

 

새 책 '이방인의 눈에 비친 제물포'(인천문화재단·392)는 개항을 전후해 일제 식민지 이전까지 제물포 일대를 찾았던 외국인들이 남긴 기록이다. 책은 이 기록을 소재로 개항장으로서 제물포의 다양한 면모를 입체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지금까지 제물포 개항장에 관한 연구는 식민통치 하에서 일본인이 남긴 기록들을 통해 재구성되었던 게 사실이다.

 

'이방인의 눈에 비친 제물포'는 이 같은 기존 연구에서 벗어나, 당시 여행객·선교사·관리 등의 다양한 신분으로 이곳을 찾아온 '이방인'들이 남긴 기록을 통해 당시의 기억을 재구성하고 있다.

 

전통시대의 지명 인천(仁川), 개항 이후 구미세계에 전파된 지명 제물포, 제물포구에 새로운 식민도시로 건설되어 일본인들이 전유했던 진센(ジンセン). 이 세 지명은 당시 각기 다른 세 가지의 시선을 대변한다.

 

인천, 제물포, 진센이라는 각각의 지명을 앞세워 치열하게 각축했던 여러 세력들은 각자의 시선을 반영하는 다양한 기록과 이미지를 남겨 인천개항사를 자기 방식대로 전유했다. 이로부터 인천 개항을 둘러싸고 다양한 서사와 인천개항사가 전파된 것이다.

 

이 책은 이런 세 가지 차원의 시각, 즉 조선인의 민족주의, 구미인의 오리엔탈리즘, 일본인의 식민주의 시선을 유념해 개항을 전후로 한 시기부터 제물포 일대를 찾았던 외국인들의 행적과 그들의 기록을 연대순으로 추적하고 있다.

 

이방인의 눈에 비친 제물포

 

책은 제물포가 경험한 근대의 모진 풍파를 보다 생생하게 전달하고자 노력한다. 당시 제물포를 방문한 외국인들의 다양한 기록 및 도판을 활용, 이를 통해 유추할 수 있는 근대 제물포 개항장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재구성해 나가는 것. 식민지로서의 아픈 흔적과 동시에 각국 열강의 욕망이 충돌한 지점, 그 속에서 피어난 새로운 희망의 가능성을 보여주며, 이들이 서로 얽혀 있는 모습으로부터 제물포가 왜 식민근대가 축약된 하나의 작은 세계일 수밖에 없는지를 여실히 증명한다. 독자들은 그동안 평면적으로만 실감해 온 한국 근대사의 새롭고 역동적인 국면을 근대 개항장 제물포로부터 마주하게 된다.

 

 

저자 이희환은 66년 충남 서산에서 출생해 줄곧 인천에서 성장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인하대학교 국문과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인하대학교 한국학연구소 HK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인천문화를 찾아서', '김동석과 해방기의 문학', '인천아, 너는 엇더한 도시-근대도시 인천의 역사·문화·공간, 문학으로 인천을 읽다' 등이 있다. 편저로 김남천 장편 '19458·15', '인천 배다리-시간·장소·사람들', '김동석 비평 선집' 등이 있다. 1만원.

 

/김진국기자 freebird@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