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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문화/인천의영화이야기

6.시월애

by 형과니 2023. 6. 19.

6.시월애

인천의문화/인천배경책과영화&문학

2011-05-23 22:27:40

 

 

석모도 갯벌 위 그림 같은 집 그리고 마법의 우편함

[영화, 인천을 캐스팅하다] 6.시월애

 

 

여자가 짐을 싸고 있다. 이사준비를 다 마친 여자는 작은 카드에 편지를 쓴다.

 

기다리는 편지가 있습니다. 혹 받으시면 저에게 꼭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19991221

 

마지막 짐을 들고 나온 여자는 긴 목조다리를 건너온다. 집 입구에 서 있는 히말라야 쪽 동네의 이미지를 풍기는 기이한 느낌의 우편함을 열고 그 안에 편지를 넣고 돌아선다.

 

온 몸을 휘감던 해풍과 저수지의 안개를 뒤로 하고 서울로 가기위해 뱃터로 향한다.

 

남자가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고 있다. 바다 건너 섬에 있는 집으로 이사를 온다.

 

우편함에서 편지를 발견하고 답장을 쓴다.

 

편지는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오는 대로 전해드리겠습니다. 19971228

 

이 무슨 괴이한 일인가. 한 사람은 1999년이라 하고 또 한사람은 1997년이라고 하니 말이다. 그러나 사실이다. 이 영화 시월애(時越愛)에서 일어나는 영화 같은 현실이다.

 

 

이현승감독의 영화 시월애는 여러모로 독특한 영화다. 우선 영화의 색감이 남다르다. 감독의 데뷔작 그대 안의 블루도 독특한 색감으로 화제가 되었었다. 미술을 전공한 감독답게 그림에 신경을 쓰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색으로 전체적인 영화의 성격을 대충 짐작할 수 있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시월애를 통틀어 주제라 할 만한 색은 한마디로 표현하기 참 어렵지만 녹색이다. 너무 밝지 않으면서 깊이가 있고 약간 바랜듯하지만 따듯한 녹색이라면 상상이 갈런지! 그러면 이 영화의 결론이 비극이 아니란 것은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특징은 우리나라 영화로는 최초의 할리우드 리메이크작이라는 거다. 다시 말하면 시월애의 판권을 할리우드에서 사들여 그들의 영화로 다시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다. 영화로 돈을 버는 데는 귀신같은 그들이 시월애를 리메이크했다는 것은 그만큼 이 영화의 이야기가 돈이 된다는 말씀이다.

 

실제로 시월애는 20009월 개봉되어 50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당대 최고의 인기배우인 전지현과 이정재의 출연작품으론 미미한 느낌일지 몰라도 그 당시 동시 개봉된 작품이 그 유명한 공동경비구역JSA’인 것을 감안하면 그나마 선방했다는 얘기다. 실제로 이 영화는 아름다운 영상미와 OST 그리고 이정재 전지현의 예쁜 모습이 잘 조화되어 당시 마니아층을 형성하기도 하고 두 번 이상 영화를 보았다는 팬들도 제법 있었다.

 

이 영화 시월애의 내용은 단순하다. 맨 처음에 얘기했듯이 같은 집에서 번갈아 살게 된 상현(이정재)과 은주(전지현)의 이야기다. 그들은 편지를 주고받다 의문점을 발견한다. 그것은 두 사람에게 2년 이라는 시간의 차이가 있다는 거다. 실제로 실재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것은 마법의 우편함 탓으로 영화는 돌린다. 그냥 그렇게 받아들이고 나면 영화는 재미있어진다. 두 사람은 편지를 주고받으며 서로에게 아주 천천히 사랑을 느껴간다. 2년 전에 살고 있는 사람은 2년 후의 자신의 모습을 미리 알 수 있다. 2년 후에 살고 있는 사람은 2년 전 자신의 일을 바꿔달라고 부탁할 수도 있다. 그들은 편지로만 만날 뿐 현실에서는 서로 마주쳐도 알아볼 수 없다. 그대로 영화가 끝나면 영화가 아니다. 2년 후를 살고 있는 은주는 자신의 부탁으로 인해 상현이 죽는 것을 알게되고 다급하게 2년 전의 그에게 편지를 보낸다.

 

영화가 시작되면 정말 그림 같은 장면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바닷가에 그림 같은 예쁜 집이 서 있다. 집 주위로 안개가 퍼진다. 꿈을 꾸는 느낌이다. 그리고 정말 예쁘다. 그렇게 예쁘게 이야기가 흘러갈 것임을 암시하는 것 같다. 앞서도 얘기했지만 따듯하면서 바랜듯한 녹색의 이미지는 끊임없이 재생산되며 상현의 공간과 은주의 공간을 감싼다. 벌써 10여 년이 지난 영화인데도 영화 속의 사람들과 공간이 낯설지 않은 것은 감독의 공인 듯하다.

 

영화의 주인공이 만나게 되는 매개체, 일 마레(바다)라고 그들이 불렀던 집이 서 있는 바닷가는 강화 앞바다 석모도 갯벌이다. 상현과 은주가 오갔을 길을 따라 나섰다.

 

밴뎅이마을 선수에서 배를 탔다. 10여분 배를 타고 가는 동안 영악해진 갈매기들은 새우깡 봉지만 따라 다녔다. 촬영자료를 보면 시월애는 석모도 하리저수지에서 촬영했다고 나온다. 석모도에 가면 저수지를 금방 만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웬 저수지가 한 두 개가 아니다. 알고 보니 강화도와 근방 석모도 교동도는 예부터 드넓은 갯벌로 인해 간척공사를 많이했다고 한다. 섬 치고는 넓은 평야가 있는 것도 그 때문이고 논에 물을 대기 위해선 저수지 또한 필수이기 때문에 강화도나 석모도에 저수지가 도처에 있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시월애는 하리 저수지에서 촬영한 것이 아니고 하리저수지 바로 앞쪽 바닷가 갯벌에 세운

 

세트장()에서 촬영한 것이다. 갯벌 위에 집을 지었기 때문에 물이 빠지면 뻘이 되고 물이 들어오면 바다위의 집이 된다. 덕분에 분위기 죽이는(?) 그림이 탄생한 것이다. 저수지 둔덕에 오르니 눈앞에 바로 바다가 보이고 영화에서처럼 병풍 같은 섬들이 그 뒤를 받쳐준다. 하지만 아쉽게 시월애의 흔적은 없다. 들리는 말로는 태풍에 세트장이 파손되어 철거했다고 한다. 간간이 길가 식당에서 시월애의 흔적을 더듬을 수 있을 뿐이고 먼 길 찾아온 나그네는 종내 아쉬울 뿐이다.

 

아무튼 2000년 개봉한 이 영화 시월애가 6년 후 리메이크되어 다시 한국을 찾아왔을때 가장 반가워 한 사람들은 시월애 마니아였을 것이다. 그것도 샌드라 블록과 키아누 리브스라는 헐리우드 인기배우들이 주인공을 맡았으니 말이다. ‘레이크 하우스란 제목으로 원작의 느낌을 살리려 미국 일리노이주 쿡 카운티의 메이플 호숫가를 배경으로 영화를 만들었다고한다. 원작의 느낌을 최대한 살린다지만 어디 석모도 갯벌의 석양만큼 아름다울수 있으랴!

 

시월애의 장점은 아름다운 화면이다. 석양도 아름답지만 안개가 피어나는 아침 바다도 신비롭고 다도해는 아니지만 점점이 떠있는 코앞의 섬들도 정말 그림이다.

 

같은 시간을 살지 못하는 남녀의 소통이라는 초자연적인 상황을 소재로 결국에는 시간을 초월해서 만나게 되는 두 남녀의 사랑이야기를 예쁜 그림으로 풀어간 한국영화 시월애와 헐리우드영화 레이크하우스를 비교해서 봐도 좋을 듯하다.

 

영화의 마지막은 해피엔딩이다. 어찌해서 그 둘이 다시 만나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맨 처음 은주가 짐을 싸서 나오는 장면으로 돌아간다. 그곳으로 돌아온 상현이 말한다.

 

그간의 얘기를 하려면 한참 시간이 필요하다.

 

한마디로 운명의 장난이 아니라 운명적 사랑인 것이다. 권양녀 문화사랑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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