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천의문화/인천의영화이야기

8. 댄서의 순정

by 형과니 2023. 6. 19.

8. 댄서의 순정

인천의문화/인천배경책과영화&문학

2011-06-06 10:47:36

 

 

 

'신분 위장''무기력'인천국제터미널서 첫 만남

[영화, 인천을 캐스팅하다] 8. 댄서의 순정

 

 

수년 전 한 친구가 영화 댄서의 순정을 재미있게 봤다는 말을 했을때 에이, 난 그런 영화 안 봐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 당시 내가 말한 그런 영화라 함은 장안의 화제인 귀엽고 어린 여배우의 이미지를 등에 업고 쉽게 만든 영화라는 선입견이 있었고, 또 하나는 댄서의 순정이라는 영화의 제목으로 봐서 내용 또한 그렇고 그런 신파조가 아니겠냐는 것이었다. 이미 같은 제목의 가요 댄서의 순정의 가사를 떠올려보면 왠지 칙칙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감독(박영훈)도 그런 위험을 모를 리 없을 터에 같은 제목을 쓴 이유는 이 영화에 그 이상 더 적확한 제목은 찾기 힘들었을 것이다.

 

영화 댄서의 순정은 제목 그대로 곁가지만 빼면 한 댄서의 순정에 관한 이야기다. 내용을 크게 두 맥락으로 나눠보면, 위장결혼한 옌볜처녀의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는 여정과 화려한 춤과 음악 그리고 아기자기한 에피소드가 볼거리를 제공하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한때 최고의 댄스스포츠선수로 촉망 받던 영세(박건형)2년 전 대회에서 사고를 당하고 무기력하게 지내고 있다. 그런 영세에게 선배 마상두가 새로운 파트너를 찾아온다. 그 새로운 파트너는 조선자치주 댄스선수권 대회 우승자인 언니를 대신해 한국으로 온 열 아홉 살 재중동포 장채린(문근영)이다.

 

채린의 언니를 파트너 삼아 재기를 도모하려던 영세는 채린이 언니 대신 온 동생이며 춤에는 문외한이란 사실을 알고 크게 실망한다. 영세와 더불어 성공을 꿈꿨던 선배는, 정체가 들통 난 채린을 술집에 팔아 넘겨 투자손실을 만회하려 든다. 하지만 영세는 술집가르치고 돈도 주는 댄스교습소정도로 아는 순진하기 짝이 없는 채린을 외면하지 못한다. 결국 영세는 채린을 술집에서 빼내고, 석 달 뒤로 예정된 댄스스포츠 선수권대회에 함께 출전하기로 한다.

 

이 쯤 되면 스토리는 뻔하다. 두 주인공은 석 달 동안 열심히 춤 연습을 할 것이며 그 과정에서 사랑이 싹 틀 것이고 대망의 선수권 대회에서는 우승도 할 것이기 때문이다.

 

맞다. 다 맞다. 그래서 신파다.

 

여기에 아기자기한 양념을 골고루 뿌려 주었을 뿐이다. 옌볜에서 출발한 훼리가 인천항으로 들어온다. 눈발에 뿌옇기만 하던 인천항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설렘이 점점 두려움으로 변해가는 채린의 얼굴이 안쓰럽기만 하다. 신분을 속이고 처음 들어오는 낯선 땅, 인천이다.

 

국제공항이 인천에 들어서면 국제적도시가 될 줄 알았는데 공항은 인천중심부에서 너무 멀다. 반면 인천국제여객터미널은 월미도 가는 길에도 있고(2터미널) 연안부두에 회 먹으러 가는 길(1터미널)에도 있다. 터미널 주변에는 우리와 닮은 듯 다른 분위기의 여행객들이 저마다 가방을 끌고 바쁘게 걸어가고 있다. 또 간자체로 쓰여진 중국신문들이 터미널 입구에 놓여있어 그야말로 국제적 도시의 분위기를 내는데 일조를 하고 있다. 다만 그 국제적 분위기가 공항과는 다르게 어딘지 좀 가라앉아 주인공의 난처한 처지를 대변하는 듯하다.

 

영화의 초반부, 영세가 채린이를 마중 나갔던 인천국제여객터미널은 2011년 현재 중국내 10여개의 항로를 운항하고 있다. 친황다오니 영구니 하는 낯선 지명에서부터 칭다오, 다롄 등 제법 낯익은 곳까지 중국의 요령성에서 강소성까지 두루 아우르고 있다.

 

신파조의 이 영화에 뿌려진 최대의 양념은 무엇보다 댄스스포츠라는 춤이다. 여기서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댄스스포츠와 스포츠댄스를 혼동하여 사용하는데 세칭 볼룸댄스라고도 불리는 댄스스포츠가 정식 명칭이다. 3개월 안에 최고의 기량을 갈고 닦아야하는 채린과 영세는 기본부터 시작해서 그랑 알레그로 (발레동작의 공중회전과 퀵스텝을 적용시킨 최고의 기술)까지 완벽하게 마스터한다. 신나는 음악과 춤 동작이 화면을 채우면 그냥 씹지 않고도 넘길 수 있는 음식이 된다. 여기에 아즈바~하고 부르는 문근영의 옌볜사투리도 듣는 귀를 간지럽게 하며 더욱 편안하게 영화에 몰입하게 한다. 춤과 노래에 능한 뮤지컬 전문배우 박건형은 문근영과 함께 영화를 더욱 말랑말랑하게 이끌어간다.

 

이 영화에 가졌던 선입견에 대해 다시 말해야겠다. 영화 댄서의 순정은 세칭 국민여동생이라는 여배우에 기대어 만든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문근영이라는 배우 또한 나름대로 노력했다는 것을 보여주어 쉽게 만든 영화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조선족 말투와 댄스스포츠를 어느 정도 소화해 냈음을 영화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그간에 보여준 어린 여동생의 이미지를 어느 정도 벗고 여인의 느낌으로 전환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또 신파조라는 선입견 역시 어느 정도 맞지만 문근영과 조연들이 만들어가는 영화의 분위기는 매우 밝고 긍정적이다. 확실히 영화의 단순한 줄거리에 살을 붙여준 또 하나의 양념은 조연들이다. 위장결혼 한 두 주인공을 감시하는 출입국관리소의 남녀 직원이 영화 초반에서 끝까지 등장한다. 어리버리한 감시활동과 그들만의 러브라인을 만들어가며 영화에 감초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또 댄스스포츠 후배로 나온 개그맨 김기수도 화려한 춤 솜씨로 관객을 즐겁게 해준다.

 

신파멜로라는 장르가 확실히 있는지는 모르지만 댄서의 순정은 확실히 신파적이면서 멜로드라마를 지향한다. 두 주인공 앞에 가로놓인 장벽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조선족과의 위장결혼이라는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만한 사건도, 열아홉 채린이가 유흥업소에 취직을 했다가 빠져나오는 과정도 허술하기 짝이 없다. 최고의 댄스스포츠선수가 되는데 3개월이면 족하다는데 아무 이견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약간의 갈등과 고비가 오는 듯 하다 이내 해결되고 아무 문제없이 넘어간다.

 

영화를 보는 관객은 걱정을 하는데 두 주인공은 태연하다. 아무리 중간중간 약간의 위기와 폭력이 있었을지라도 본질적으로 이 영화의 분위기는 밝고 긍정적이다.

 

채린이가 처음 낯선 인천에 올 때 가방에 소중하게 담아온 물건이 고향의 반딧불이애벌레였다.(세관에서 통관이 되는지는 역시 상관없다) 아름다운 벌레지만 지금은 아무데서나 볼 수 없는 존재 반딧불이 처럼 선한 사람들이 역경을 이기고 순수한 사랑을 이룬다는 것 역시 우리들의 바람 일뿐 현실에선 보기 힘든 일이다. 때문에 이 영화는 신파의 옷을 입은 판타지다. 두 사람은 반딧불이가 날아다니는 방안에서 그들만의 춤을 추며 해피엔딩을 이룬다.

 

반딧불이처럼 따듯한 마음을 품은 관객들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영화관을 나설 것이다. 20055월 전국적으로 약 22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댄서의 순정은 문근영신드롬을 일으키더니 2007뮤지컬로 재생산되었다. 또 영화가 개봉된 2005년 제4회 대한민국 영화대상 신인남우상에 박건형이 수상했고 42회 대종상영화제 여자인기상을 문근영이 수상했다.

 

권양녀 문화사랑 편집장

'인천의문화 > 인천의영화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10. 범죄의 재구성  (3) 2023.06.19
9. 엽기적인 그녀  (1) 2023.06.19
7. 파이란  (0) 2023.06.19
6.시월애  (0) 2023.06.19
5. 고양이를 부탁해  (0) 2023.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