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천의문화/인천의영화이야기

10. 범죄의 재구성

by 형과니 2023. 6. 19.

10. 범죄의 재구성

인천의문화/인천배경책과영화&문학

2011-06-24 11:30:59

 

 

 

인천 남항부두에 모여 '50억 사기 인출' 사전 모의

[영화, 인천을 캐스팅하다] 10. 범죄의 재구성

 

 

근래들어 인천이 영화나 TV 드라마 화면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인천시민으로 기분 좋은 일이다.인천이 대접받는 기분이다. 그런데 인천이 등장하는 영화나 드라마의 화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공통점이 있다. 공항 장면 아니면 부두의 풍경이다.

 

그런 점에서 인천공항은 복덩이 효자다. 앞으로도 인천공항은 더 많은 화면을 우리에게 아니 국민들에게 선보일 테니 말이다. 관객들은 지금 막 공항에서 나와 대기하던 고급승용차에 올라타자마자 비즈니스건으로 바쁘게 전화를 해대던 수많은 주인공들을 쉽게 떠 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또 하나의 익숙한 장면이 있다. 각목을 쥐고 서로 엉겨 붙어 폭력을 휘두르는 패거리들과 낡은 승용차들이 미친 듯 달려 화염에 휩싸이는 장면 또한 눈 감고도 떠오르는 것이다. 이런 장면의 많은 부분이 인천의 부두에서 촬영된 것이다.

 

실제로 인천의 공항과 부두는 깨끗하고 고급한 이미지와 더럽고 폭력적인 이미지로 이분되어 앞으로도 자주 촬영에 애용될 것이다. 장황하게 인천의 공항과 부두에 대해 이야기한 것은 영화 범죄의 재구성역시 인천 남항부두에 일부분 신세를 졌기 때문이다.

 

범죄의 재구성은 흥미로운 영화다. 영화가 개봉된 것은 20044월이었는데 개봉되자마자 새로운 장르영화의 탄생이라느니 영화의 대사가 죽여준다는 등 입선전이 대단했다. 이전 영화들에서 보기 힘들었던 치밀한 구성과 캐릭터가 살아있는 배우들의 연기도 한 몫 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시나리오로 첫 장편영화를 만든 최동훈감독은 이후 타짜’, ‘전우치’ ‘도둑들등으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영화 범죄의 재구성은 자동차 추격전으로 시작한다. 혹자는 이 장면이 이제껏 나온 한국영화들 중 꽤 볼만한 추격신이었다고 감동한다. 영화는 그들이 왜 쫓고 쫓기는지 친절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다만 간혹 들리는 무전을 통해서 ‘50’, ‘한국은행이란 두 가지 단어만 들릴 뿐이다. 하지만 쫓기던 범인은 자동차 전복사고로 죽고, 영화는 그로부터 한 달 후로 나아간다. 이때부터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한 범죄재구성은 시작된다.

 

범죄의 재구성을 위한 첫 번째 단초는 현장에서 운 나쁘게 잡힌 얼매’(이문식)로부터 나온다. 얼매로부터 차반장(천호진)휘발유제비그리고 사건의 아이디어 제공자 최창혁(박신양)과 총지휘자 김선생(백윤식)이 저지른 한국은행 50사기인출사건을 해결하려 한다.

 

휘발유는 쉽게 잡히고 제비는 아내에게 살해당하고, 최창혁까지 사건 당일 자동차전복사고로 죽고 남은 사람은 김선생뿐이다. 여기에 김선생의 정부 인경(염정아)이 등장하지만 그녀는 사건에 대해 실제로 아는 것이 없다. 김선생은 숨어 지내며 감쪽같이 사라진 50억을 찾으려 혈안이 되어있다. 그즈음 등장하는 사람이 죽은 최창혁의 형 최창호(박신양). 헌 책방을 하며 착하게 살아가는 그에게 동생이 남긴 보험금 5억이 지급된다는 것을 알게 된 인경이 접근한다. 김선생처럼 50억이 어디로 갔을까만 생각하다보면 영화는 전혀 엉뚱한 곳으로 관객을 안내한다.

 

영화는 다시 그로부터 4년 전으로 되돌아가 생각지도 못했던 상황을 보여주며 추리의 짜릿함을 선물한다. 이쯤해서 이 영화가 장안의 화제를 몰고 왔던 명대사 몇 줄을 옮겨볼까 한다.

 

너 다시 취직해라, 손 끊었잖아요?, 나 수술해서 다시 붙였다.’

 

접시는 언제부터 돌리고?’

 

어려울 때 어려운 일 하시느라 어려우시겠어요.’

 

내가 청진기 대보니까 딱 진단이 나와, 시츄에이션이 좋아.’

 

넌 생각 하지 마, 생각은 내가 하니까.’

 

최선수 취직 축하한다, 감사합니다, 우린 이력서가 되니까요.’

 

‘50억 사기치다 잡히면 몇 년이나 살까요? 야 다들 침 뱉어, 입 두 가셔.’

 

오늘 술 먹지 말고 일찍 자둬, 내일 월급날이니까.’

 

찬란하게 떠오르는 아침 태양 아래 내가 면목이 없다.’

 

나 수술 당했어, 거의 뇌수술 정도야, 중상이야.’

 

나이 먹으면 추해져도 괜찮아.’

 

일일이 다 열거하지 못할 정도로 웃음이 터져 나오는 대사를 아무렇지도 않게 연기하는 배우들이 참 능청스럽다. 그 중 압권은 백윤식이다. 영화배우들이 나이 들면 TV드라마에 아버지나 할아버지 역으로 돌아오기도 하는데 그는 거꾸로 나이 들어 영화계로 나아가 확고하게 자기색깔을 드러내며 성공한 케이스다.

 

나이로 활동 영역을 구분 짓는 세태를 보기 좋게 무너뜨린 것 같아 고령화시대에 상장이라도 주고 싶은 맘이다. 어쨌거나 이 영화의 5인조가 영화 찍기전에 한데 모여 범행을 사전 모의하던 곳이 인천 남항부두다. 아 참 영화찍는다는 것은 접시를 돌린다는 것과 같은 뜻으로 작전 개시한다는 말이다.

 

인천항에 대해 잠깐 알아보자. 인천항은 비록 외세에 의한 강제개항이었지만 1883년 국제 무역항으로 개항한 이래 120여 년간 대한민국 수도권의 중심항으로 경제발전에 큰 발자취를 남겼고 현재는 84개의 선석을 갖추고 연간 13천만톤 수준의 화물을 처리하고 있다. 위치상으로도 세계 최대시장인 중국과 경제대국 일본의 한 가운데 자리잡아 동북아시아 경제권의 중심항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인천항은 내항, 남항, 북항, 신항 등으로 구분되는데 각 항마다 들고나는 물자가 다르고 남항은 컨테이너 전용부두로 이용되고 있다. 이런 부두에서 영화를 찍으면 그림이 되긴 된다. 주로 폭력과 음모, 배신의 이미지이지만.

 

범죄의 재구성은 주·조연 배우들의 상큼하고 능청스런 연기와 영화의 내용을 따라잡기 위한 약간의 머리쓰기가 결합하여 상당한 재미를 준다. 다만 퍼즐맞추기처럼 범죄의 재구성이 끝나면 뒤끝 없이 일어설 수 있어야 하는데, 이건 또 뭐야 ! 죽은 형을 대신한 복수라는 설정에 50억을 혼자 꿀꺽하고도 또다시 선량한 사람을 등치는 캐릭터라니. 게다가 따라나오는 멘트는 이 영화가 가졌던 장점을 순간 깎아 내린다. 시나리오까지 쓰신 감독께서 막판에 초심을 잃은게 확실하다.

 

어쨌건 2004년 제5회 대한민국 영화대상 시상식에서 사회자를 제외하고 가장 많이 무대에 오른 사람은 범죄의 재구성의 최동훈 감독이었다. 그는 범죄의 재구성으로 각본상, 신인감독상을 수상한 데 이어 편집상과 남우조연상(이문식) 수상 대행까지 모두 4번이나 무대에 올랐다.

 

또 영화전문지 씨네21 온라인이 네티즌 596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범죄의 재구성태극기 휘날리며말죽거리 잔혹사를 제치고 네티즌들이 선정한 올해(2004) 최고의 한국영화 1위에 뽑혔다.

 

게다가 범죄의 재구성에는 인천 남항부두 외에도 인천의료원, 송도의 카페 몇 곳, 부평추모공원,자유공원 등이 영화를 위해 기꺼이 장소를 제공하였다.

 

최근에 인천시는 인천항 주변개발 마스터플랜용역보고서를 통해 인천 주요 항만과 주변지역의 개발청사진을 제시하였다. 새로운 이미지로 인천항이 영화에 캐스팅 될 날도 멀지 않았다.

 

권양녀 문화사랑 편집장

'인천의문화 > 인천의영화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12. 써니  (0) 2023.06.19
11. 실미도  (0) 2023.06.19
9. 엽기적인 그녀  (1) 2023.06.19
8. 댄서의 순정  (1) 2023.06.19
7. 파이란  (0) 2023.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