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립과 함께 사라진 섬들
인천의관광/인천의섬
2011-06-06 11:01:52
매립한세기(10)-매립과 함께 사라진 섬들
2004년 10월 01일 (금)
10) 매립과 함께 사라진 섬들
인천 앞바다의 많은 섬들이 매립의 역사와 그 운명을 같이 했다.
120여년 전 개항(1883년) 당시만 해도 인천 앞바다에는 크고 작은 섬들이 무리를 이뤘다. 옹진·강화군과 부평·계양구 등을 제외한 나머지 6개 구의 앞바다에 모두 47개의 섬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던 것이다.
현재 인천의 행정관할구역 안에 모두 154개의 섬(유인도 42개 포함)이 있는 점을 감안하면 적잖은 섬들이 인천의 뭍과 가까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지금도 그렇지만 땅덩어리가 넓었던 서구 앞바다에 가장 많은 33개의 섬들이 몰려 있었다. 나머지는 중구 4개, 연수구 3개, 동구·남구·남동구 각 2개씩이었다.
하지만 이들 섬은 매립이 시작되면서 그 운명을 달리 했다. 해안이 흙으로 메워지면서 섬도 흔적조차 없이 사라졌거나 뭍으로 변한 것이다.
이들 섬 가운데 현재 남아 있는 섬은 9개에 불과하다. 동구의 작약도(芍藥島)와 인천 최서북단 섬인 서구의 세어도(細於島) 등이 온전한 섬 모양을 하고 있을 정도다.
나머지 38개는 섬으로서의 생명을 다했다. 26개 섬이 흔적만 남긴 채 육지로 변했고, 12개 섬은 형태와 위치를 파악할 수 없을 만큼 완전히 사라졌다.
개항 이후 섬 매립의 시초는 인천항 축조공사에서 비롯됐다. 조선총독부는 1911년 동양 유일의 갑문식 선거(제1도크)를 만들기 위해 해안 8만5천380여평을 메우는 대규모 토목공사로 벌였다.
이 때 중구 항동의 분도(糞島)는 매립에 쓰일 돌과 흙 채취로 흔적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고, 인천여상 앞 바다에 있던 사도(沙島)도 육지화했다. 그 후 분도와 사도는 1966년에 시작해 1974년 완공한 제2도크 공사로 지도상에서 모습을 완전히 감췄다.
5만t급 선박이 직접 내항에 입항할 수 있도록 시설을 갖춘 제2도크 축조공사로 42만6천여평을 매립하면서 남구 앞바다에 있던 섬들도 수난을 겪었다.
용현동 토지금고 남측 1천800여평의 원도(猿島·일명 락도)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경인고속도로 입구와 지금의 ‘인스파 월드’ 앞 도로 사이에 있던 150여평의 소원도(小猿島)도 자취를 감췄다.
제2 도크 공사가 마무리되기 전인 1974년까지 섬으로 남아 있던 중구의 월미도와 소월미도는 육지와 연결돼 오늘날의 모습으로 변했다.
여기에 1960년대까지만 해도 ‘괭이부리’로 불린 묘도(猫島·지금의 동일방직 북측 삼미사 주변지역)는 1910년대 공유수면 매립 이후 뭍으로 변하면서 사라져 갔다.
유원지와 관광지로 조성된 연수구 송도 앞바다 매립과 공단조성을 위한 남동구 고잔·논현동 앞바다 매립도 섬들을 앗아갔다.
연수구 옥련동 아암도(兒岩島·1천800여평)와 소아암도(所兒岩島· 60여평)는 1980년과 1981년 잇따라 벌어진 인천위생공사와 (주)한독의 해안매립공사(48만2천여평)에 따른 ‘송도해안도로’ 개설공사로 내륙화했다.
토지공사가 1985년 남동공단 조성을 위해 85만여 평을 매립하는 과정에서 대원예도(大遠禮島)도와 소원예도(小遠禮島)도 사라졌다. 대원예도에는 80년대 초까지 극동방송 송신소가 있었다. 지금은 고잔동 남동공단 안에 근린공원으로 변했다.
인천 앞바다 섬들을 가장 많이 삼켜 버린 것은 동아건설의 김포매립이었다.
1980년 1월 농림수산부의 매립면허를 얻은 동아건설은 율도(栗島)∼청라도(靑蘿島)∼일도(一島)∼장도(獐島)∼거첨도∼안암도(安岩島)∼가서도 등 7개 섬을 남북으로 연결해 간척사업을 벌였다. 이 바람에 이들 섬은 육지로 다시 태어났다. 이중 일도와 율도는 1977년 1978년 복합화력발전소와 한화발전소 터로 이미 섬이 아닌 육지로 변해 있었다.
제방으로 막히면서 바닷물이 들고 나던 서구 원창·경서·연희동 등지 1천126만6천평의 공유수면은 뭍으로 바뀌었다.
그 안에 있던 이도(耳島)와 문점도, 소문점도, 장금도(長金島), 소도(小島), 사도(蛇島), 자치도 등 8개 섬도 농경지 조성을 위해 급기야 땅 속으로 묻히고 말았다.
수도권매립지도 섬을 없애는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
환경부는 1988년 전체 매립면적의 55.7%인 627만평을 동아건설에서 넘겨받아 쓰레기 매립지를 조성했다. 이 과정에서 거첨도와 매도(梅島)와 안암도, 육도(陸島), 명도(明島), 축도(丑島), 승도(升島),토도(兎島), 길무도(吉舞島), 난지도(蘭芝島) 등이 육지로 변했다.
김포매립지와 수도권매립지 조성사업과 관계없이 사라진 섬도 있었다.
서구 가좌동의 소감도(小監島·3천여 평)는 동화개발 등이 1975년 원목하치장 조성사업으로 해안 36만여평을 매립하면서 사라졌다. 지금은 목재단지로 쓰이고 있다.
1990년대 들어서면서 영종도와 용유도는 국제공항건설에 따라 하나의 ‘큰 섬’으로 변했고, 그 사이에 있던 삼목도(三木島)와 신불도(薪佛島)는 토석 채취장으로 뭉개져 그 잔해만 남아 있는 상태다. /박정환기자 hi21@incheo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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