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천의문화/인천의영화이야기

15. 연애소설

by 형과니 2023. 6. 20.

15. 연애소설

인천의문화/인천배경책과영화&문학

2011-07-14 23:46:01

 

 

 

맑고 깨끗한 순도 100% 사랑, 소야도와 닮았네

[영화, 인천을 캐스팅하다] 15. 연애소설

 

시커먼 비구름 위로 이글거리는 태양이 '스탠바이'하고 있다. 이제 조물주가 '액션!'하고 외치면 태양은 기다렸다는 듯이 근육질의 스턴트맨처럼 거칠게 맨 몸을 드러낼 것이다. 그러면 대지(大地)는 바로 활활 불타오를 것이다.

 

사람들은 잠시 쉼표를 찍기 위해 '단절된 땅' 섬을 찾아 나설 것이다. 인천 앞 바다에는 150여개의 크고 작은 섬이 있다.그 중에 소야도가 있다. 수줍은 듯 덕적도 등 뒤에 숨어 있는 섬이다.

 

이 섬에서 2003년 애뜻한 한권의 '연애소설'이 쓰여졌다.

 

영화 연애소설’(감독 이한·2003년 개봉)은 싱그러운 스무살 무렵 사랑과 우정을 오가던 연애의 기억을 섬세하고 부드러운 붓으로 그려낸 듯한 영화다. 첫사랑이란 어차피 서툴고 어색할 수밖에 없다. ‘연애소설에서 첫사랑도 그렇게 시작된다. 어느 시인은 연애라는 말을 떠올리는 순간 세상 어느 곳에서 상큼한 머릿결 냄새가 이는 것 같다고 했다. 이 영화에서도 그런 냄새가 난다. 지난 몇 년간 조폭 코미디류의 국산영화에 식상한 관객들에게 정수기의 필터 같은 역할을 해준 영화이다.

 

택시기사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 지환(차태현)에게 발신인이 없는 편지가 계속 날아든다. 편지를 따라 과거로 떠나는 지환. 5년 전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지환의 카메라 속으로 불쑥 수인(손예진)과 경희(이은주)가 들어온다. 닮은 듯 다른 두 사람, 수인과 경희는 둘도 없는 친구 사이. 수인에게 첫 눈에 반한 지환은 용기를 내서 마음을 고백하지만 아주 정중하게 거절당한다. 하지만 지환은 그녀들과의 인연을 놓칠 수 없어 친구가 되자고 제안한다. 그 사건을 계기로 그들 셋은 스무 살 나이보다 풋풋하고 아름다운 친구사이가 된다.

 

더없이 좋은 친구사이로 그들 생애 최고의 날들을 보내는 지환, 경희, 수인. 연약했던 수인과 그런 그녀를 옆에서 언니처럼 챙겨주며 웃음꽃을 피워내는 경희. 지환은 처음에는 수인을 좋아했지만 갈수록 친구 같은 경희에게 사랑을 느끼게 된다. 함께 여행을 떠나고 행복한 추억을 쌓아가던 세 사람. 모두가 행복을 느낄 무렵, 어느날 경희는 느닷없이 지환을 찾아와 이제 우리는 네가 불편해졌어라는 말을 남기고 연락을 끊는다.

 

지환은 두 사람이 떠났다는 사실을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하고 힘들어한다. 그로부터 5년 후, 두 사람을 애써 잊었다고 생각하는 지환에게 발신인을 알 수 없는 사진이 배달된다. 발신인은 없지만 지환은 그 사진에서 경희와 수인을 느낀다. 오랜 설렘으로 그녀들을 찾아 나서는 지환. 여기서부터 세 사람의 찬란한 우정과 엇갈린 사랑의 이야기는 다시 시작된다.

 

5년 전 느닷없이 끝난 미완의 연애와 현재 시점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그들의 관계와 감정 속에 많은 의미가 감춰져 있다. 경희와 수인의 어린시절을 통해 영화는 사랑에 대한 의미를 동성간의 깊고도 아름다운 우정으로까지 확대하고, 수인의 죽음과 5년 후 경희와 지환의 재회를 통해 운명과도 같은 사람의 순환을 이야기한다.

 

영화에서는 세 사람이 한창 행복한 우정을 쌓아갈 때 함께 여행을 떠난다. 수인이 나중에 지환에게 셋이서 함께 떠난 그 여행이 얼마나 의미가 깊었는지에 대해 얘기해줄 만큼 그 장소의 시퀀스는 길지 아니지만 영화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그곳이 바로 소야도다. 맑고 깨끗함을 넘어 청정함이 느껴지는 순도 100%짜리 사랑이야기 연애소설’. 그 영화 보다 더 투명하고 깨끗한 섬 소야도. 이제 스크린 밖을 잠시 나와 그 섬을 기행 한다.

 

성질 급한 사람들은 헤엄쳐 건넜다는 전설 아닌 전설이 전해져 올 정도로 소야도는 덕적도와 가깝지만 두 섬은 갯골로 엄연히 갈라 놓여져 있다.

 

소야도 도우나룻개(선착장)에서 고개 하나를 넘으면 시원한 갯바람 맞으며 평화롭게 졸고 있는 선촌마을 하나가 나온다. 구불구불 좁은 돌담길, 색색가지 함석지붕, 빨래줄에 걸려 있는 숭어새끼전형적인 어촌마을의 풍경이 구석구석 화석처럼 굳어져 있다. 마을 앞바다에는 갈섬, 간데섬, 물푸레섬이 공기돌처럼 놓여 있다. 물이 빠지면 서로 어깨가 닿기 때문에 징검다리 삼아 건너 갈 수 있는 무인도들이다.

 

옛부터 소야도 앞바다는 바다길목이었다. 섬 이름이 소야도(蘇爺島)’로 불리게 된 것에 대해서는 옛날 당나라 소정방이 나당연합을 결성하고 백제를 치기 위해 내려가던 중 이곳에서 정박했기 때문이다라는 설과 섬의 생김새가 새가 날아가는 모양이라 해서 새곶섬으로 불리다가 사야도-소야도가 됐다는 설이 팽팽히 맞선다.

 

해안선 길이가 14정도 되는 소야도는 도처에 천연 해수욕장이 숨어 있을 만큼 아름다운 섬이다. 특히 섬 남쪽의 뗏뿌루해수욕장은 해변 좋기로 유명한 덕적면에서도 알아주는 해변이다. 서해안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은빛 고운 백사장이 700m 가량 활처럼 휘어져 있는 해수욕장이다. 모래가 고우면 물빛도 고운 것인가. 흰 포말을 앞세우고 밀려드는 바다의 푸르름이 하얀 해변을 청색 물감으로 물들인다.

 

해안 끝자락에는 또 다른 해변으로 갈 수 있는 오솔길이 열려 있다. 하늘로 쭉쭉 뻗은 소나무 숲을 10여분 정도 지나면 세상의 모든 소리가 묻혀버릴 만큼 우렁찬 파도 소리가 들리고 이어 새로운 바다가 열린다. 이름도 생소한 죽노골해수욕장이다.

 

이 해변은 영화 연애소설개봉 이후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세 사람이 흰 모래사장에 조개껍질로 지환 경희 수인 여행기념이라고 새겨 놓고 즐겁게 뛰노는 장면이 나온다. 해변은 이쪽에서 저쪽 끝까지 달음박질 하면 1분 안에 닿을 수 있을 만큼 아담하다. 마치 방앗간에서 갓 찧어낸 밀가루를 뿌려 놓은 듯 부드러운 모래가 사방에 깔려 있다. 그 바다 앞에는 뒷목이라는 작은 무인도가 떠 있다. 하루 두 번 섬끼리 손을 잡으며 물길을 터 준다. 발길이 뜸한 만큼 이 작은 섬은 자신의 살갗에 소라, 고동, 굴 등을 주렁주렁 붙여 놓았다.

 

이밖에도 영화 곳곳에서는 소야도의 아름다운 풍치가 배어 나온다. 소야분교였던 상록휴양원의 모습도 필름 곳곳에 나온다. 휴양원의 작은 연못가에서 지환이 경희와 수인을 위해 모닥불로 반딧불을 만들어주는 장면, 지환과 수인이 나무아래의 벤치에서 바다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등이 이곳에서 촬영되었다.

 

바람소리가 음악이 되고 반딧불이가 별이 되는 소야도에서는 누구나 연애소설을 쓸 수 있다. 파란 바닷물을 잉크 삼고 하얀 백사장을 종이 삼아 묵묵히 들어주는 바다와 대화하며 영화 달리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나만의 러브스토리를 쓸 수 있다. 유동현 굿모닝 인천 편집장

 

 

 

 

 

 

 

 

 

'인천의문화 > 인천의영화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17. 천하장사 마돈나  (0) 2023.06.21
16. 7급 공무원  (0) 2023.06.21
14. 애자  (0) 2023.06.20
13. 인정사정 볼 것 없다  (0) 2023.06.20
12. 써니  (0) 2023.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