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7급 공무원
인천의문화/인천배경책과영화&문학
2011-08-06 10:54:20
인천공항 배경으로 이별 고하던 男
[영화, 인천을 캐스팅하다] 16. 7급 공무원
제목부터 눈길을 끄는 영화 ‘7급 공무원’은 2009년 4월에 개봉되었다. 제목이 특이해서인지 제법 흥행에 성공했다. 한국영화가 불황에 시달리던 2009년 관객 400만을 돌파했다고 뉴스거리가 되었었다. ‘공무원’은 요즘이야 말할 나위도 없지만 지나간 시절 공무원수험준비생은 늘 충분히 많이 존재했었다. ‘7급 공무원’이란 제목만 보면 주인공이 공무원수험생이거나 아님 ‘7급 공무원’들의 애환을 다룬 영화는 아닐까 나름대로 상상을 하게 만들어서 이만하면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는데 성공한 제목이라고 해야겠다.
그러나 신태라감독의 ‘7급 공무원’은 관객의 상상력을 여지없이 무너트린다. 영화 홍보포스터를 보면 무슨 첩보영화의 분위기가 풍긴다. 두 남녀의 손엔 권총이 들려있다. 스커트를 들어 올린 여주인공의 허벅지에도 권총이 채워져 있다. ‘그녀를 믿지 마라, 그를 믿지 마라’는 홍보문구는 더더욱 수상하다.
감독은 언론인터뷰에서 요즘처럼 웃을 일 없는 세상에 웃음을 선사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래서 이 영화 ‘7급 공무원’은 첩보영화풍의 코믹멜로영화다. 첩보영화풍이라고 하는 것은 영화의 스토리가 국가정보원(국정원)의 업무가 중심이기 때문이다. 영화의 남녀 주인공은 둘 다 국정원에 근무하는 공무원이다. 이 둘의 직급은 당연히 7급이고. 여기에서 영화의 제목이 출발했으니 참으로 허무할 따름이다. 노량진의 수많은 젊은이들이 선망하는 7급 공무원, 그 중에서도 일반적으로 덜 알려진 국정원 공무원의 세계를 그렸다는데서 일단 실망을 거두고 영화를 들여다보자.
수지(김하늘분)는 평소 여행사직원을 사칭(?)하며 남자친구 재준(강지환분)과 사귀고 있다. 수지는 업무특성상 늘 두서없이 바쁘다. 바쁜 이유는 늘 ‘출장’이고 ‘고객접대’다. 어디냐고 묻는 재준에게 아침부터 ‘울릉도’라고 얼렁뚱땅 둘러대기 일쑤다. 어느 날, 늘 바쁘다는 그녀에게 실망을 한 나머지 이제 다 잊고 외국으로 간다는 재준의 전화가 걸려온다.
3년 후, 수지는 호텔 남자화장실을 청소하던 중 재준과 재회한다. 여전히 재준에 대한 미련과 원망을 동시에 품고 있던 수지는 당황스럽긴 해도 한편 반갑다. 외국유학을 마치고 공인회계사가 되었다는 재준 역시 그렇다. 조심스럽게 3년 전으로 돌아가려는 두 남녀는 역시 3년 전과 똑같이 느닷없이 바쁜 일이 일어나고 거짓말을 하고 헤어지게 된다. 그런 두 남녀가 다시 재회한 곳은 화려한 클럽. 평소와 다른 파격적인 의상의 수지와 러시아미녀와 노닥거리는 재준. 청소부와 회계사라던 두 사람의 정체는 과연 무엇인가?
수지(김하늘분)는 어느덧 6년차 국정원 베테랑요원이다. 재준 역시 3년간 러시아로 유학을 다녀와 국외파트로 발령을 받은 신참요원이다. 말하자면 수지와 재준, 둘 다 국정원직원으로 수지는 국내팀, 재준은 국외팀인 것이다. 두 사람은 러시아 측에 거액을 받고 특수물질을 넘기려는 노박사와 러시아인을 추적하면서 한 장소에서 맞닥뜨린 것이다.
이 영화 ‘7급 공무원’의 미덕은 찌질한(?) 공무원이야기가 아니라는데 있다고 해야 할까?
서로의 신분을 드러내지 못하고 계속 만나야하는 두 남녀의 설정은 누가 봐도 재미있다. 이 설정은 전형적인 코믹멜로로 끌고 갈 수 있는 얼개다. 게다가 국정원요원이라는 특수직종이 이 영화를 첩보풍이라는 또 다른 분위기를 줄 수 있어 더더욱 괜찮은 영화소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정통 첩보영화는 아니기에 허술하다. 차라리 좀 더 강력하고 비정한 첩보영화 속에 두 남녀를 집어넣었다면 어땠을까싶다. 물론 그러면 코믹멜로의 재미는 볼 수 없었을테고 더더욱 흥행은 보장할 수 없었을테지만.
아무튼 수지와 재준, 두 남녀는 끝까지 신분을 밝히지 않은 채 각자의 업무에 돌아간다. 서로의 본부에서는 화면분석을 통해 국내팀에서는 재준을 국외팀에서는 수지를 범죄의 고리로 단정하고 또다시 추적을 한다. 여기서 드는 의문은 이 장면이 단지 영화라서인지 아니면 정말 국정원에서는 공조수사라는 걸 안하는지 궁
금하다. 어떻게 같은 사건을 국내팀과 국외팀이라고 그렇게 감쪽같이 모를까. 이건 좋게 말하면 보안이 철저한 거고 나쁘게 말하면 시간낭비, 인력낭비, 예산낭비다. 이 영화의 엔딩 크레딧을 보면 ‘도움을 주신 국정원관계자에게 감사드린다’는 말이 나온다. 적어도 국정원직원이 나오는 영화를 만드는데 허구로 분위기 잡지는 않았다는 얘기다. 그래서 더더욱 헷갈린다. 하여간 막판까지 국내팀과 국외팀은 헛다리를 잡으며 시간낭비와 인력낭비 그리고 예산낭비를 꾸준히 한다.
그래도 영화 속에서 국정원요원들은 각 종 낭비를 했지만, 실제 영화를 찍은 배우들은 나름대로 시간과 정성을 들였다. 이 영화의 화려한 볼거리는 대충 두 장면이다. 하나는 주연 여배우 김하늘의 한강 제트스키 추격 장면이다. 웨딩드레스를 입고 범인을 추격하는 장면인데 대역을 쓰지않고 직접 위험한 촬영에 임했다니 일단 배우로서의 프로정신을 높이 살만 하다. 얼마 전 TV 예능프로에 출연한 김하늘의 분위기로 봐서는 수긍이 간다. 또 한 장면은 수원 화성에서의 범인 추격전이다. 이 부분은 실제 수원화성의 축제기간에 촬영되었다고 한다.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수원화성이 영화촬영 때문에 짓밟혀지지나 않았는지 걱정스럽긴 한데 세트장이 아닌 실제 장소에서 촬영되어 관객의 입장에서는 훨씬 실감이 나는 장면이다.
이 영화 ‘7급 공무원’과 관련된 뉴스를 검색하니 작년 중국에서 개봉한 한국영화는 ‘7급 공무원’이 유일하다고 한다. 중국은 현재 스크린쿼터제를 실시하는데 한국영화는 일 년에 3편만 개봉할 수 있다고 한다. 2010년 3월 15일 중국에서 개봉한 ‘7급 공무원’은 17일 동안 1400만위엔(약23억원)의 수익을 올렸다고 한다. 한편 베트남에서도 이 영화가 개봉되어 큰 호응을 얻으며 김하늘과 강지환은 일약 인기스타가 되었다고 한다.
‘7급 공무원’에서 인천을 캐스팅 한 곳은 두 군데다. 인천공항과 인천전문대. 인천공항은 이제 국내 영화와 드라마의 단골 출연지이다. 앞으로도 점점 더 자주 인천공항을 스크린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외국으로 떠나는 재준이 수지에서 전화를 걸던 장면이 인천공항을 배경으로 촬영되었다. 늘 보던 공항 대합실이 아니라 주차장에서 연결된 복도를 걸어오는 장면이어서 그래도 조금은 신선해 보였다. 나머지 인천전문대장면은
도무지 영화의 어디에 나오는지 알 수 없었다. 내용상 학교 분위기는 전혀 없었는데. 영화의 장면을 복기하면서 찾아낸 곳은 다름 아니라 수지와 재준이 함께 펜싱을 연습하던 장면이다. 아마도 추측이 맞다면 인천전문대 실내체육관이 그 장소 일 것이다. 수원 화성에 비하면 존재감이 미미할 지라도 분명 영화가 끝나고 올라가는 엔딩크레딧에 ‘인천공항공사’ ‘인천전문대’란 자막이 나왔으니 인천사람으로 자부심을 느낄만하다.
웃을 일 없는 세상에 웃음을 선사하고픈 최강의 오락영화를 지향한다고 했던 감독의 말처럼 최강은 아닐지라도 영화 중간중간 웃긴 웃었다. 국정원이라는 특수직종에 대한 일반인들의 호기심을 코믹한 분위기로 풀어나간 탓이다. 다른 국가 부처와 다르게 일반인에게 딱딱하고 권위적인 이미지를 주던 국정원으로서는 오히려 가볍게 다뤄 주어서 고마울 수도 있다.
이 영화는 사실 헐리우드 영화 ‘미스터 & 미세스 브라운’의 짝퉁이라고 하면 좀 심한 말일까? 당대의 톱스타 안젤리나졸리와 브래드피트 주연의 이 영화는 서로의 정체를 모르는 킬러부부의 이야기이니까 영화의 얼개는 비슷한 면이 있다. 나머지는 독자가 판단할 몫이다. 하여간 한국영화는 로맨틱으로 버무린 코믹이 대세다. 권양녀 前 문화사랑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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