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혜의 섬 굴업도, "하늘이 내린 선물"
인천의관광/인천의섬
2011-08-23 10:49:18
천혜의 섬 굴업도, "하늘이 내린 선물"
절로 감탄을 자아내게 해 - "특권의 섬은 안 된다"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굴업도는 ‘천혜의 섬’ 그 것이었다. 개머리 초지에 올라 바다 삼면을 내려다 보며 걷는 풍치는 삶에 지친 인간을 위로하기 위해 하늘이 특별히 내린 선물이었다. 누구라도 아름다운 자태의 섬과 어울어진, 가슴 탁 트이는 장쾌한 바다 풍경의 굴업도를 가본 사람이라면 오랫동안 이 광경을 잊지 못할 터이다.
<인천in> 이사와 시민편집위원 등 7명이 지난 20~21일 굴업도를 방문해 이곳저곳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둘러보았다. 일행은 20일 오전 9시 30분 인천 연안부두에서 덕적도행 쾌속정을 1시간 가량 탔다. 굴업도까지 가려면 덕적도에서 작은 동력선으로 갈아타야 한다. 덕적도에서 이 배는 인접한 5개 섬을 하루 한 차례 도는데(여름 성수기는 2차례), 짝수날은 문갑도 - 지도 - 울도- 백아도를 거쳐 굴업도에 닿는다. 그러면 덕적에서 굴업도까지 약 3시간이 걸린다. 홀수날은 역으로 굴업도를 먼저 들러 한 바퀴 돈다.
그런데 9월경이면 이 노선에도 더 빠르고 큰 배가 투입된다고 한다. 실제 이틀간 굴업도를 오가며 거쳤던 각 섬에서 선착장 공사가 한창이었다. 굴업도 주민들은 배 교체가 자꾸 지연된다고 하면서 그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20일 오후 일행이 굴업도에 닿았을 때는 피서 막바지였지만, 4개 섬에 주민이나 관광객들이 내리고도 마지막 도착지인 굴업도에 30여명의 관광객들이 내려 민박집으로 향했다. 선착장에서 15분 걸으면 민가에 닿는다. 우리는 민박에서 나온 차를 타지 않고 걸었다. 작은 숲길을 가로질렀는데, 중간길에 2009년 산림청 주최의 ‘제10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 에서 대상을 수상한 표지와 제7회 한국내셔널트러스트 보전대상지 시민공모전,『2009, 이곳만은 꼭 지키자!』에서 환경부장관상을 수상한 기념 표지가 나란히 서있다. 해수욕장을 끼고 민가 10여 가구가 한 곳에 모여 있는데 민박하는 집이 많다. 민박집에 배낭을 풀고 점심식사를 한 후, 해수욕장 백사장을 가로질러 초지로 덮여있는 ‘개머리’ 산을 올랐다.
해변에서 10분 가량 오르면 곧바로 드넓은 초지가 펼쳐진다. 굴업도의 진가가 펼쳐지고 있었다. 양옆이 바다인데, 가늘게 뻗은 풀길을 따라 걸으며 드넓은 초지를 바라보면, 가슴이 탁 트이며 마냥 뒹굴고 싶어진다. 개머리 모양의 섬 끝까지는 소사나무 군락지를 경계로 한 고개를 넘어야 한다. 그 고개를 넘으면 3면이 바다다. 여기서 개머리 끝 절벽까지 10여분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온갖 잡념이 사라지고, 사람마다 “저 푸른 초원위에 ~”라는 옛날 유행가사를 연상하며 읊조린다. 개머리 초원 끝에서 2급 멸종위기 왕은점표범나비를 볼 수 있었다. 개머리 오른편 끝에서 20여미터 내림길로 조심스레 내려가면 1급 멸종위기종인 매의 절벽 서식지가 해안을 따라 들쭉날쭉하며 또 하나의 경관을 이루고 있다.
개머리에서 내려와 다시 밟는 해수욕장은 크지도 작지도 않게 맞춰놓은 듯 아담했다. 모래사장은 깨끗하고 아주 가는 모래들로 단단했다. U자형으로 완만히 파인 굴업도 해수욕장의 모양새는 인공으로는 흉내내지 못할 것 같다.
일행은 저녁식사 후 숙소 앞마당에서 굴업도 이야기와 함께 밤늦게 까지 긴 대화를 나누었다. 굴업도는 현재 98.5%가 CJ그룹 쪽 소유유로 넘어가 있다. 지난 2006년에 와서 CJ측이 10여명의 소유주로부터 매입한 것이다. 현재 단 2사람의 소유 주만이 팔지 않고 있다. CJ는 개머리를 중심으로 골프장을 추진하고 있다. 골프장을 추진하려면, 숙박시설과 발전시설, 담수시설이 함께 개발되어야 한다.
숙소 외등을 끄고 일행 모두 찬찬히 하늘을 살펴보았다. 과연 초롱초롱한 별빛들을 많이 확인할 수 있었다.
이튿날 오전 7시, 연평산으로 등산길에 올랐다. 굴업도 산이지만 연평도 쪽에 위치해 있어 연평산이라 불린다. 12시10분에 덕적 가는 배를 타고 귀가해야 하기 때문에 서둘지 않으면 안 된다. 굴업도를 나누자면, 선착장을 뒤로 하고 왼쪽에 개머리 산, 가운데가 연평산, 오른쪽에 덕물산이 자리하고 있다. 연평산과 덕물산은 개머리 산쪽과 바다로 갈라져 있었으나 현재는 모래 사장(목기미 해변)으로 200 미터 가량 연결돼 있다. 숙소에서 부터 1시간 가량 해변과 낮은 구릉, 그리고 막바지 10여분간 가파른 돌산을 올르면 정상에 닿는다.
정상에 서면, 굴업도 전체를 한 눈으로 조망할 수 있다. 백아도와 굴업도 사이 바다위에 비석같은 바위 3개가 도도하게 서 있는 ‘선단녀’도 또렷이 볼 수 있다. 목기미 해안 후면 바위에는 파도의 침식과 풍화작용으로 발달된 해식애(海蝕崖)가 훌륭한 볼거리를 만들고 있었다. 일행은 내려오는 길에 살모사를 보았고, 10여분 후 말로만 듣던 천연기념물 먹구렁이(길이 1미터 가량의 검은색,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 이다)를 직접 볼 수 있었다.
1박2일의 굴업도 여행은 알차고 즐거웠다. 그러나 만일 이곳에 골프장이 들어선다면, 환경 문제도 문제려니와 무엇보다 굴업도란 자연의 혜택을 국민 누구나가 아닌, 소수의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의 섬으로 변화할 것이다. 그렇다면 매우 ‘심각한 사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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