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간극의 바다 위 ,희망으로 핀 섬
인천의관광/인천의섬
2011-12-23 12:42:46
간극의 바다 위
희망으로 핀 섬
강화바다 끝. 평화롭던 바다에 북방한계선이 그어지고 좁히기 힘든 간극이 생겨났다. 섬과 세상을 잇는 건 드문드문 간헐적으로 운행하는 행정선뿐. 하지만 아름다운 자연 그리고 그보다 더 빛나는 사람들이 있기에, 섬은 외롭지 않다.
글 정경숙 본지편집위원 사진 홍승훈 자유사진가
말도 해변에는 ‘남조선은 여러분을 환영합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북한 귀순자를 위해 ‘대한민국’이 아닌 ‘남조선’으로 표기했다.
그 섬은 세상을 잊지 않았다
이른 아침 외포리선착장, 주문도와 볼음도를 거쳐 강화바다 끝점으로 가는 배가 출항을 기다리고 있다. 월요일이라 배 안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육지에서 주말을 보내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선생님과 학생들, 집으로 향하는 주민들로 활기가 넘친다. 갑판 위에는 생필품이 가득 담겨 배가 불룩 나온 종이박스가 차곡차곡 쌓여 있다. ‘한동안 먹고 마시고 쓸 걱정은 없겠네’ 넉넉히 채워진 섬사람의 마음을 아는 듯 바다물결 따라 넘실넘실 춤을 춘다.
“정이 들었어. 이젠 한식구나 다름없어. 읍에서 맛있는 것이라도 사면 잊지 않고 갖다 주고, 필요해서 산 귀한 물건도 아낌없이 나눠 주곤 해.” 11년 째 말도와 세상을 잇고 있는 조명호 선장은 섬사람들이 가족 같다고 했다. 인천에서 북서쪽으로 45㎞ 황해도 연백군 해성반도에서 남쪽으로 7㎞, 강화 바다의 끝자락에 외로이 핀 말도. 섬은 세상으로부터 잊혀지고 있지만,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은 여전히 바다 건너 세상과 따듯하게 소통하고 있었다.
산 정상에 서면 서쪽으로 북녘 땅이 보인다. 보안상 이유로 사진으로는 담을 수 없다. 보이는 것은 마을 전경
섬의 운명을 바꾼 북방한계선
말도는 거리상으론 그리 멀지 않지만 마음으로는 머나 먼 섬이다. 한강하구를 사이에 두고 북한과 마주보고 있어 민간인이 자유로이 출입할 수 없다. 여객선도 없고 그 흔한 구멍가게도 없다. 오로지 일주일에 세 번 운항하는 행정선 만이 육지와 섬을 간헐적으로 잇고 있다. 섬에는 주민 열세 가구 스무 명 남짓과 이곳을 지키는 해병대 스무 명 정도가 오롯이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섬도 한때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6·25 당시 북한 연백평야의 부자들이 전마선을 타고 와 터를 이루면서 홍등가가 있을 정도로 흥청거렸고, 바다에는 참조기가 일대 성시를 이뤘다. 하지만 1953년 북방한계선이 그어지고 어선의 출입을 막으면서 섬의 불빛은 점차 사그라졌다. 지금 철책선도 지뢰밭도 없는 바다 위 비무장지대에는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만이 활개를 치고 있다.
“한때 90여 가구가 모여 살았어. 하지만 젊은이들이 하나둘 섬을 떠나고 나중에는 위험하다며 제 부모들까지 육지로 모셔갔어. 하지만 나는 섬에서 나가고 싶지 않아. 내 고향은 내가 지켜야하니까.” 말도에서 태어나 지금껏 살고 있는 김근동(73) 할아버지는 외딴 곳일지라도 고향이 좋다고 했다. 하지만 육지 이방인을 반기며 어깨를 토닥이는 그의 손길에서 사람을 향한 그리움이 짙게 묻어났다.
말도 사람들이 절경이라 자랑하는 쌍바위(갈래바위)
주변에는 게와 소라가 지천으로 널렸다
말도 토박이 김근동 할아버지
자식들은 뭍에 있지만, 할아버지는 끝까지 말도를 지킬 것이다.
그래도 말도 만한 곳이 없어
바다 황금어장에 북방한계선이 그어지고 주민들의 마음에는 생채기가 깊게 패었다. 1965년에는 ‘먹고 살기 위해’ 북한 함박도 부근에서 고기를 잡던 주민들이 북한군에 발각됐다. 110여 명은 죽을 힘을 다해 섬으로 왔지만 나머지 120여 명은 붙잡혀 갖은 고초 끝에 간신히 풀려났다. 섬에 와서도 우리 공안당국으로부터 혹독한 조사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세상 어디에도 말도 만한 곳이 없다. 섬에는 맑고 깨끗한 자연과 거기에 기대어 살아가는 착한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김을구(97) 할아버지는 부평구 청천동에 살다가 7년 전 부인과 함께 말도에 터를 잡았다. 도시를 그리워하는 아내의 넋두리가 마음 쓰이고 문득 육지에 사는 아들딸 생각이 나지만, 그래도 말도가 좋다. “이곳에서는 욕심낼 것이 없어. 산에서 약초와 나물 캐고 바다에서 소라와 게 잡고, 먹을 게 지천으로 널렸어. 그 뿐인 줄 알아. 여기 사람들은 모두 일 가구 이 주택자야. 모두 부자라고. 허허” 서슬 퍼런 시절 국가는 이웃끼리 서로를 감시하도록 한 지붕에 두 채의 집을 지어 살게 했다. 이제는 사람 수가 줄어 한 가구에서 두 채를 다 쓴다. 구김 없는 말도사람들은 그 아픈 기억조차 행복이라 말하며 웃음지었다.
해병대초소가 있는 산봉우리, 하늘과 가까운 곳에서 세상을 내려다본다. 서쪽으로 북녘 땅 함박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그 너머로 김일성주체탑과 북한군 초소도 보인다. 하늘도 땅도 바다도 모두 두 동강이 난 아픈 현실이 살갗에 닿듯 끼쳐 온다. 저 멀리 바다가 욕심도 이념도 다 부질없다는 듯 햇살 아래 푸르게 푸르게 넘실거리고 있다.
가는 길 ┃ 강화 외포리선착장에서 월요일 오전 8시에 말도로 가는 행정선이 운항한다. 또 주문도에서 수요일, 금요일 오전 11시 말도로 가는 행전선이 운항한다. 외포리선착장에서 주문도와 볼음도를 거처 말도까지 뱃길로 1시간 40여 분 걸린다. 단 민간인의 출입을 제한하니 서도면에 문의해 허락을 받고 방문해야 한다.
문의 ┃ 서도면 주민자치센터 930-4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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