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월미도
인천의문화/인천배경책과영화&문학
2022-02-13 10:50:39
월미도 북단 동쪽 일반해수욕장의 한때(1930년대 초)
인천 월미도
삼청일객(三靑一客)
인천항에서 서쪽으로 건너다보면 옥토끼 모양으로 쪼그리고 있는 조그마한 섬이 곧 월미도인 것은 세상이 다 아는 바이다. 월미도는 인천부의 자랑거리뿐 아니요 경성과 인천을 아울러 한 가지로 사랑을 받는 어여쁜 가인(佳人)이 되어있다.
그는 등에다 인천의 도회를 지고 앞에다 영종제도(永宗諸島)를 울타리 하고, 가운데는 인천항을 받아들여 사시 장절(四時長節) 해상생활을 하고 있는 해미인(海美人)이다. 봄에 사꾸라꽃으로 유명한 것도 특색이지만, 여름에 해수욕으로 사랑받는 것은 더욱 특색이다.
경성과 인천이 큰 도회 안에 끼어있는 재자가인들이 희고도 맑은 옥 같은 살을 해수욕장에다 담가놓고 물오리 모양으로 쌍쌍이 즐기는 것은 마치 수궁용왕의 용자들이 봉래방장(蓬萊麥)의 선인(仙人)을 맞아 천상의 연애를 느끼는 감상이 있다.
월미도의 자랑거리는 보는 사람의 눈에 따라 이것이 좋다. 저것이 좋다 각각 소견이 다를 것이지만 나의 사랑하는 월미도의 특색은 온통그들의 소견과는 다르다. 나는 언제든지 월미도를 볼 때에 느끼고 동경하는 것은 영종도의 고은 빛이다. 영종도는 실로 월미도의 애인이다. 월미도의 특색으로부터 영종도의 색채를 제하고 보면 그는 아무 자연미가 없는 일개 구릉일 것이다.
그리고 월미도의 요리로는 맥주, 사이다를 이층양옥 위에서 기울이며 바다를 구경하는 것도 한 운치이겠지만 그러나 그는 귀족적이며 부르주아식이라 민중과 한 가지로 즐길 바가 못 된다. 나의 사랑하는 월미도의 요리는 그와 같은 청루고각(靑樓高閣)에 있지 아니하고 월미도 북변 쪽에 게딱지 모양으로 수십 개의 모옥(茅屋)이 바위틈에 붙어있는 그 속에 한 채의 탁주옥(濁酒屋)이 가마니로 넝을 덮은 정자 하나이 그것이다.
그 정자는 목수의 손으로 지은 것이 아니요, 술집노파가 자기 손으로 만들어놓은 음객(飮客)의 휴식처인데 그 정자에 올라 한 잔의 탁주를 마시고 나면 양액(兩版)에서 습습한 청풍이 일어나 만리천공을 향하여 멀리 날아가는 쾌감이 생긴다. 이것이 월미도의 여름 운치 중 가장 특색있는 것인데 평생에 아자지(自知)하는 것도 또한 우연이 아니다.
(『개벽』, 1924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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