녀름情趣, 녀름情緖 / 여름정취, 여름정서 / 별건곤 제14호
知識 ,知慧 ,生活/옛날공책
2022-05-10 09:22:08
녀름情趣, 녀름情緖 / 여름정취, 여름정서
꾀꼬리 노래 / 金南柱
꾀꼬리라니 버들이 생각이 난다. 버들나무 천만 사로 늘어진 것이 업시 어이 꾀꼬리를 생각 할 것이냐. 버들은 물가에 잇는 것 언덕우에 서잇는 것이 눈압헤 나타난다.
지나간 때이 잇섯다. 서울 와서야 왼걸 꾀꼬리를 들엇겟스며, 버들나무 밋헤 가기나 해보앗는가. 노란 새 금빗새 녯 사람은 누른 새를 매질하여서 가지 우에서 울지 못하게 하엿다 한다. 그리운 님을 더욱 그리웁게 이것으로 상하는 마음을 더욱 상해서 만리밧 전장에 나가신 님을 못닛게 하야 병들게 하니 매질하야 이를 멀니 보내엇다 한다. 꾀꼬리 소리는 사람을 더욱 그리웁게 만들고 회상을 한층 자아내게 하는 것이다.
이 새가 늘어진 버들가지 고요한 습속에서 몸적고 아름다운 그 자태로서 사람의 정서(情緖)를 여디업시 글거내는 것이다.
한매(寒梅)에 황됴(黃鳥)의 안즌 그림을 일본의 화가들이 잘들 그린다.만은 봄날에 바람이 사나웁고 매화의 철이 길지 못한 이 땅에서는 이 정경을 보기가 드문 것이다.
오월의 그믐 류월의 초순에 벼논에 벼는 귀운차게 푸른 빗츨 자랑하고, 먼 산 갓가운 들에 한가히 누른 소 풀 우에 누엇슬 때, 일엄는 몸으로 모래 우를 흘르는 맑은 시내물을 내려다 보며 귀를 가지 우에 기울리는 정경이 이 소위 꾀꼬리를 듯는 최상의 정경일 것이다.
그것이 유현(幽玄)하고 운치가 잇서 동양뎍인 것이요 「모-던」이<41> 아닌 것으로 활둥뎍이 아닌 것으로 실혀할 이가 만흘 것이다. 이 정취는 이미 일허진지 오래인 듯 하며 다시 도라보는 이 업는 듯 하다.만은 이를 뉘가 원통해하리오 시대를 딸라 사람의 취미가 변하고 사람의 정취를 딸라 자연관조(自然觀照)에 그 구하는 대상이 달른 것도 어찌 할 수 업슬 것이다.
봄도 익어 간다. 나무 입히 성하야 욱어저 오니 록음(綠陰)이 더욱 살이 찌는구나. 꾀꼬리를 들을 때 정히 이 때로다. 꾀꼬리는 외로히 운다 한다. 보아도 흔히 그럿타. 둘이서 짝올 지워우는 때가 적다. 그리고 그 소리는 제비의 남남이 아니오 참새의 탐하야 그칠 줄 몰르는 구함이 아니오 어데가지 하소연이며 긔다름이오 불름이다. 그럼으로 벗을 불르는 새이라 하며 짝을 찻는 우름이라 하야 규원(閨怨)을 더욱이 사모치게 하여 준다 한다.
청초하야 아담하고 애연하야 하소하는 것이 녀성뎍이라도 수집은 맛이 잇는 처녀의 비곡이다. 식검은 사나이 발과 웃퉁을 벗고 누른 보리를 두드리는데 촌부(村婦)는 콩밧골에서 잠을 자는게 이 몸이 일즉이 가슴을 알엇슬 때 집압 개천가에서 한가히 꾀꼬리를 들은 바잇섯다.
몸에 병을 가젓고 청춘에 할 일 못함으로 애절한 하소연을 흘르는 물과 부는 바람으로 더부러 하엿슬 때 꾀꼬리 몸에 배엇고 가슴에 숨어 들어 이제 봄이 느저가고 녀름이 다가오면 나는 이를 생각하며 회상에 잠겨진다만은 이제 나는 몸이 완강하고 그대에 비하야 나히 몃치나 늘엇다.
설허하며 이 소리를 듯지 안을 것이며 어지러운 머리를 바람 맑은 숩속에서 쉬히고 십흐고, 꾀고리 소리나는 싀골 고향의 그 마을이 그립기 짝이 업다만은 꾀꼬리를 듯는 고향을 떠난 지 이미 몃해가 되엿다. 십년의 녯날 고요하든 그 자리가 이제도 잇슬넌지 고향을 니즌 몸이라 생각조차 안이 난다.
산골 속에서 꾀꼬리를 듯는 것은 그리 그리웁지 안은 것이다. 다른 뭇새의 소리가 여긔저긔서 닐어나서 일종의 소연한 긔분만이 가슴을 울닐 뿐이다. 조고만 시냇가의 버들가지에서 외소리들 듯는 것은 현악(絃樂)의 단현을 울니는 것 갓해서 조곰 됴합과 융화가 업는 듯하나 자연이 알이우는 이 노래의 복잡하고 통일된 그 「맬로듸」야 말로 나가티 명상뎍이오 고독을 조와하며 고요함을 즐기는 자에게는 갑만흔 노래이다.
어데서 이것을 구할 것이냐? 꾀고리 못듯는 도희의 번잡을 나는 실혀 하지 안는다만은 홍진이 하늘을 덥는 이곳에 안자나는 정한(靜閑)을 구하며 유현을 갓는다. 이것이 그 무슨 모순이겟는냐. 그러나 청신한 자연의 이 일곡을 언제던지 한번 듯고 십흐다.-(끗)-
스틱 / 李瑞求
#스틱 - 지팡이
「스덱기」를 우리가 부르랴면 단장(短杖)이라고 하고 또는 개화장(開化杖)이라고도 부른다. 이 두가지 일홈은 전부 녯날에 집든 「집행이」에 대한 새 말이니 요새히 집는 집행이는 전일의 그것보다 짤븜으로 「단장」이라고 일컷는 것이요 옛날에는 60이나 넘어야 집든 것을 요사히는 절문이 일사록 더 잘 집고 다니는 고로 개화장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것이다.
어른 압헤서는 담배 못 빨고 술 못 마시고 집행이를 못 집는다. 그러나 한번 서양의 긔괴한 풍습이 동양예의지국에 밀려들자 위선 동경(東京)으로부터 도라오는 버르장이 업는 조선류학생들이 하나둘 고향을 어지럽게 해 노핫다.
『아바지 담배 불 좀 주서요』 해야 조금도 불효가 되지 안느다고 하얏다.
『하라버지 한잔씩 마십시다.』하며 「뿌란데」 잔을 기우려도 그것이 버릇업는 자식의 일이 되지 안는다고 하야
『어른 압헤 집행이를 집는 자식이 어대 잇단 말이냐』
호령이 나리는 한이 잇드라고 소위 개화햇다고 날뛰는 녯버릇 모르는 절문이들은 코우슴을 치고 말 것이다.그러나 아즉도 30이상된 사람의 마음에는 그것이 눈에 거츠러 보히고 안이꼬화 보히며 괫심한 생각이 든 것이다. 작년 일이다. 리왕뎐하께서 경주구경을 가섯슬때에 불국사에서 석굴암으로 오르신 일이 잇섯다. 그때에 놉흔 언덕에서 수히실 때에 뎐하께서는 담배를 나리시엇다. 그러나 조선 사람 배종자들은 한 사람도 피우지 못하고 오직 총독부 경무과장과 경상북도지사가 피웟슬 뿐이며, 놉흔 고개를 넘 것 만은 조선 사람으로서는 집행이를 집흔 사람이라고는 보지를 못하얏다.
그럿타. 조선에는 아즉도 조선만이 자랑하야 오든 예양이 잇다. 웃사람을 존경하는 덕성의 뿌리가 깁히 숨어 잇는 것이다. 재하자는 유구무언이니 웃사람말이면 팟으로 메주를 쑤으라 해도 오직 그 말에 좃는다는 기맛키는 가릇킴이야 한시밧비 리치에 맛는 뎡도까지 곳처야 하겟지만, 어른 압헤서 술담배 안이 먹고 집행이 못집는 미풍(美風)이야 영원히 남긴들 조선의 문화개발에 아모 장해는 주지 안을 것으로 밋는다.
그러나 엇잿든 좀 완고한 말이지만 어른을 맛나거든 집지는 말고 들고서 인사를 하는 뎡도에 잇서 나는 현대 청춘과 스덱기와는 떠날 수 업는 인연을 가즐 것을 시인한다. 그야 옛날에도 젊은이가 업섯다는 것은 안이나 임의 옛날 젊은이와 요사히 젊은이와는 사라가는 방식과 놀고 다니는 취미가 전혀 틀닌다. 녯날 갓치 「소창옷」이나 휘젓고 매ㅅ방석만한 갓이나 머리에 언고서 당시권이나 읍죽어리어 가며 정자밋헤 대몽(大夢)을 긔약하든 그네들이면 집행이는 도로혀 거추장스러운 물건이엇슬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엇더한가. 말숙한 녀름 양복을 떨드리고 나쓸때 석양바람이 솔솔 부러서 서늘한 맛을 줄 때 종일토록 삐친 일신에는 새 정신이 돌고 가슴에 드러업드렷든 청춘의 흥취가 용소슴을 한다. 이런 때에 발길을 대도상으로 내놋코 엇개가 읏슥하야 활개를 칠 때 바른 손에 단장이 잡히지 안아 가지고는 도저히 소사 넘치는 흥취-사라잇다는 생명의 깃붐을 푸러나릴 데가 업슬것이다.
마음이 상쾌하야 발길이 어지러워질 때 단장으로 대지(大地)를 두가려껄며 나아가는 것은 그야말노 갑이 놉다. 지상(地上)의 모-든 것을 자긔의 형락권내(亨樂圈內)에 너헛다는 깃붐의 표현이 곳 그것이며 단장 이 땅에 껄니는 소리조차 청춘의 행진곡으로 들닐 것이다.
더욱히 애인과 교외 산보를 나아갈때의 집행이는 비밀 잘 직혀 주는 길동모이며 가장 톄재좃코 마음 든든한 호신구(護身具)이다. 꼿 가튼 미인과 엇개를 나란히 하고 거리거리마다 부러워하는 젊은이들의 시선이 모혀들 때 가슴을 펴고 단장을 휘두르고 거러가는 멋이야 격거 분 이나 알 것이다.
됴선갓치-경성갓치 동부인 산보에 박대가 만흔 곳에는 단장을 들고 간 덕에 봉변을 버서난이약이와 『여보서요. 굴근 단장을 가지고 가십시다.』하는 애인의 탄원은 곳곳이 이러나는 현상이며 이로인하야 젊은이의 단장의 류행이 가는데서 굴근데로 옴기게 된 것도 우수은 현상이라 할 것이다.
고흔 넥타이핀은 기생에게 뒥꼬지가음으로 졔일 만히 략탈을 당한다. 그러나 고흔 우슴과 부드러운 손길에 그리 앗가운 줄은 모른다. 그러나 채 정도 드리지 안는 새 단장을 친고가 빼아서갈 때 그 안탁갑게 앗가운 마음은 형언키가 어렵다.
단장이라는 군물건이다. 필요하다면 필요하나 밥이나 옷가치 업서서는 안될 물건은 안이다. 담배갑 넥타이핀 물뿌리 등속과 가티 잇스면 채통스럽고 탐탁하나 업서서 못살 것은 못된다. 그러함으로 『아-이 사람아 친고가 그 까짓 단장 한아 달나는데 고집을 피울 것은 무엇인가.』 할 때에 단장의 가치는 고만 땅에 떠러진다. 그러나 그 단장이 한 손을 너머가 새 주인을 마지하면 그때에는 몬저 주인이 그 단장을 살때에에 늣기든 그만한 가치와 필요는 다시 생기는 것이다.
단장은 안이 보면 그럿케 갓고 십흔 것은 안이다. 그러나 남이 가즌 것을 보면 비로소 탐이 난다.
『여보게 참 그 단장 참 조흐리 그려.』『흥......왜 탐이 나나?』『글세 나도 하나살가』
이 가튼 대화는 요사히 젊은이들틈에 항용 잇는 대화이다.
또 한 가지 자미잇는 현상은 단장은 대개 넉넉치 못한 사람의 손에서 넉넉한 사람의 손으로 도라가는 일이 만타. 대개 돈냥이나 잇는 사람은 돈 잇는 자세 사회의 밧분 일이 거듭처 업는 사람 모양으로 심심하다고 이리저리 도라 다니는 시간이 적다. 그러함으로 진고개 잡화상에 멋진 단장개나 노혓스면 잔돈냥 가지고 모냥깨나 내랴는 친고들 수중으로 도라간다. 그것을 휘둘느고 친고의 사랑에 놀러가게 되면 견물생심으로 주인의 비위를 껄게되야 「여보게 그것은 나주고 자네는 또 사갓게.』 소리가 반다시 난다. 이것은 한 평범한 사실가트나 단장이 분포되는 경로 중에 가장 중요한 계통이 될 줄노 밋는다.
아모리 돈잇는 사람이라도 단장 가튼 군물건을 살 때에는 마음이 흠뻑 유쾌할 때가 안이면 살 생각이 드지를 안는 것이다. 1,2원짜리는 너모 싸서 톄모에 안되얏고 8,9원씩 주고야 살 맛이 잇나 하는 생각은 내남 누구든지 갓게 된다. 그런 사람들에게『오-냐 이번에야 말노 단장이나 하나 사자.』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은 애인을 맛나려가는 때에나 공돈냥이나생겨서 흥청거릴 때가 안이면 못나올 소리이다.
그러함으로 잡화상에 드러서 단장을 뒤적뒤적하는 분의 마음은 반다시 유쾌하고 평화한 것으로 보아도 큰 틀님은 업슬 것이다. 사랑을 배반하고 다라난 독부를 쪼처갈 때에는 식칼이라도 들고 가고 동무를 모욕한 불량배를 중치하러 쫏처갈 때에는 장작갑이나 들고 가지 잡화상으로 드러 가서 일부러 단장을 사가지고 쪼처갈 사람은 업슬 것이다. 이러한 견지에 잇섯서는 종로거이로 헤매는 걸인(乞人)들 중에 현명한 분이 잇다하면 반다시 단장이 만히 노힌 잡화상을 골나 다니며 단장을 사서 들고 나아오는 손님만 습격을 할 것이다. 한참 깃불 때이면 거지에게 10전씀 던저 주기는 주저할니가 업스닛가.
단장을 들고 다니는 버릇도 또 여러 가지이다. 한번씩-껄다가 드러가지고 땅을 탁 집는 분도 잇다. 녑헷 사람이 눈이 찔닐 갑아 피해 다라나도록 휘두르고만 다니는 분도 잇다. 또 엇던 분은 껄도 안코 휘두르지도 안코 거름과 맛처서 뚜벅뚜벅 집고 가기도 한다. 또 엇던 분은 숫제 손에는 들도 안코 겨드랑이에다가 끼거나 팔에다 걸고 가는 분도 잇다.
단장을 내두르기나 하는 분은 시골서 땅 파라가지고 쓰러온 텬둥벌거숭이다. 질질껄기만 하는 분은 뺌을 마저도 생각해 보고야 성을 낼 늘보이다. 단장을 겨등랑이에 끼는 분은 벼슬노 지면 속관이나 회사로 치면 60이하의 월급장이에 만코 팔에 거는 중에는 신문긔자이나 애인과 거러가며 자미잇는 이약이를 하는 사람 중에 만타. 거름과 맛처서 집행이를 집고 가는 사람은 학교의 교원 또는 고둥 이상의 관리에 만흐며 사구라 몽둥이는 사회주의 관계의 절문 분들이 만히 집는 것은 누구나 잘 아는 류행이다.
그러나 여긔에 다시 주목하고 긔대하는 바는 녀자가 집행이를 집는 시대가 머지 안아서 조선에 온다는 것이다.
녀자가 단발을 하고 치마가 긔어놀나서 넙적다리까지 드러나고 저고리 소매가 짤바저서 팔둑이 드러나게 되얏다.
이제에 남은 것은 단장뿐이다. 슬도 임의 마시고 담배는 전 조선의 소비량의 삼분의 일은 녀자가 뎜령을 하고 잇는 것이니 이제 남은 것은 녀자도 단장을 집고 다니는 것 뿐이다.
임의 동경 대판서는 단발한 양장미인은 반다시 단장을 집는 모양이니 경성에선들 안 집흘니는 업다. 그러함으로 경성대로변을 활보하는 모던 껄의 무리 속에서 누가 제일 먼저 용감스럽게 단장을 집고 나스나 그윽히 바라보랴고 하는 것이다.(끗)
구름의 秘密 / 小波(방정환)
더운 날 오후의 구름보는 자미. 아츰에 업든 구름이 오후만 되면 어대서 오는지 모르게 날마다 모여든다. 회색빗 음산한 구름도 아니고 식컴언 무서운 구름도 아니고 그럿타고 싸늘한 비눌구름이 조각조각이 흐터저 잇는 것도 아니다.
하- 연 솜을 피여논 것 보다도 더 희고 더 부드럽고 그러고 둥글고 깁흔 맛 만흔 뭉게구름이 하-연 노인처럼 유한하게 떠잇는 것이다.
「녀름 구름은 봉우리가 만타.』고 한 옛날 사람의 말대로 그럿케 희고 부드러운 구름에는 산봉우리 보다도 더 첩첩하게 봉우리가 만타. 그러나 결코 산봉우리처럼 그리 만키만 한 것도 아니다. 알 수 업는 비밀을 가지고 한업는 변화를 부리고 잇는 것이 녀름의 뭉게구름이다.
불볏에 나리 쪼이는 넓은 마당. 그 한 끗헤서 잇는 놉흔 버들나무의 머리 우로 멀-니 보이는 한 뭉치의 뭉게구름. 첩첩이 니러난 봉우리와 봉우리 속으로 휘도라 드러가 보앗스면 거긔에는 반듯이 녯날 이약이에 듯던 신선들의 잔치가 버러저 잇슬 듯도 십다. 붓채든 손을 수이고 무심히 안저서 감안히 처다보고 잇스면 하-연 봉우리우에서 선녀(仙女)들이 춤을 추는 모양이 눈에 뵈이는 듯 한 때도잇다. 그러나 한참이나 보고 잇는 동안에는 어느 틈에 구름의 형상이 변해 버린다. 놉-다랏케 웃둑 솟앗든 봉우리가 어느 틈에 슬그머-니 가로 퍼저 가지고 엽헤 잇든 구름과 아모 말업시 합처 버리고 만다. 그러면 구름 한편 쪽에는 엿흔 보랏빗으로 보드러운 그늘이 지여진다.
간간히 부는 가느른 바람에도 나뭇끗은 한들한들 조용하게 흔들닌다. 그러나 그뒤로 보이는 뭉게구름은 갓닥도 하지 안는다. 어느 때까지고 그 자리에 머믈너 잇슬 것 갓다. 그러나 감안-히 보고 잇스면 구름도 움즉이고 잇는 것을 볼 수 잇다. 더 할 수 업시 천천하게 움즉이지 안는 것처럼 감안히 움즉이고 잇는 것이다. 그럿케 느리게 움즉이면서도<47> 구름은 맛나면 합치고 합치고는 새로운 봉우리를 짓는다.
그런가 하고 보고 잇스면 어느 틈에 보드럽든 보라ㅅ빗 그늘이 검은 그늘로 변해가지고 해ㅅ볏을 가리면서 주먹 가튼 방울을 나리 쏫는다. 모래를 나리 껸는 듯한 형세로 바람이 나게 나리 쏫는다.
『으아-』
『소낙비다-』
하고 소리를 치면서 맥고 모자를 버서들고 양복장이가 뛴다. 미인(美人)이 뛴다. 학생이 뛴다. 순사가 칼을 붓잡고 뛴다.길ㅅ가의 첨하밋마다 길가든 사람이 쭉 드러서 잇다. 그 길로 인력거가 위세좃케 다라난다. 낫잠자든 부인이 놀내 깨여 니러나서 황망히 장독에 뚝게를 덥고 빨내를 것고 나닛가 뚝! 뚝! 소낙비는 긋치고 해ㅅ볏이 빤작난다.『잘도 속히네』하고 부인은 빨내를 다시 넌다. 첨하밋해 느러섯든 사람이 모다 헤저 거러간다.타든 개와지붕과 나무와 갓가운 산(山)들이 세수를 하고 난 것처럼 깨긋하고 산듯해지고 더한층 선명하게 햇볏이 빗친다. 빙수(氷水)보다도 더 달고 서늘한 녀름 낫의 한 줄긔 량미(凉味). 이것도 닛지 못할 뭉게구름의 비밀의 하나이다.
소낙비가 지나간 후는 저녁 때 갓가운 때이다. 소낙이 작란에 싀침을 떼이는 뭉게구름이 눕히로 보다는 엽흐로 길어러저 가지고 무슨 회의(會議)나 잔치에 참례가는 것처럼 약속한 듯이 한쪽으로만 모다들 쏠니여 간다. 그러면 녀름의 하로가 무사히 저물고 서늘한 저녁귀운이 돌기 시작한다. 불볏밧게 아모 것도 업는 듯 십은 더운 날, 뭉게구름의 변화를 바라보는 것은 분명히 녀름의 조흔 흥취의 한가지다.
녀름과 맨발 /憑虛 (현진건)
녀름가티 자연(自然)과 친하기 쉽은 시절은 업스리라. 풀도 한껏 풀으고 나무도 한껏 욱어진데 풀다님 맨발로써 실음업시 소요(逍遙)하는 맛이란 속된 말로는 형용하기도 어려웁다.
우연히 써노흔 풀다님 맨발이란 말에 귀여운 어릴 때의 긔억이 문득 난다. 그때 내가 열두 살이든가 열세살이든가 우리 고장에서 한 십리 되는 「압산」이란데 놀러를 갓섯다. 해는 거운거운 서산으로 넘어가아 장엄(莊嚴)하고도 힘업는 광선이 붉으스름하게 나무가지에 걸렷슬 제 귀여운 처녀 둘이든가 셋이든가 고목(古木)나무 들걸에 안진 내 압 멀지 안케 나물을 캐고 잇섯다.
새색기가 날기를 배우는 것처럼 잠간 걸엇다 주저안고 주저안고 한다. 그때에 이상하게도 그 처녀들의 맨발이 나의 눈를 끌엇다. 유순하고도 폭신폭신한 파란 풀 속으로 그 발들은 잠으럿다 떠올앗다. 암아도 바루 그 산 발처를 씻어 나려가는 시네에 씻고 또 씻엇든지 그 발의 희기란 거의 눈과 갓지 안흔가. 밋글어지는 듯 잠으락질하는 듯 풀 우로 나타낫다 숨엇다 하는 그 엡쁜 발들은 마치 물속에 넘노는 은어(銀魚)와도 가탯다. 어쩐지 나는 모든 것을 닛고 그 발에만 눈을 주고 잇섯다. 10여년을 지난 오늘날에도 나의 긔억이란 풀밧헤 그 발들은 잇다금 솟앗다 감으로젓다 한다. 그 때도 물론 녀름이엿다. 지금 그 처녀들은 어대가 잇는가.
말이 빗나가아 얼토당토 안흔 넷 이약이에 벌사 정한 폐이지는 채워지고 말앗다. 문득 그 긔억이 나고 보니 어느 사이에 나를 버리고 뒤거름을 처버린 과거가 돌아다 보이고 또 돌아다 보이여 딴 것을 쓰랴도 쓸 수 업다. 녀름이 되면 나는 맨발을 련상(聯想)한다. 그러고 어떠타 형용할 수 업는 안타가운 마음으로 그 처녀들의 현재와 장래를 생각한다.
氷水 / 波影(방정환)
『조선의 녀름이란 낫에는 몹시 딱어워도 저녁 때의 서늘한 맛이 참말 조와요.』
밤중까지 푹푹 삶머내는 나라에서 살다가온 일본나라 사람들이 저마다 이 말을 한다. 우리는 여긔서만 살아서 이 특별한 맛을 모르고 내지지만 조선의 달(月色) 빗이 특별히 밝은 것 처럼 녀름 날의 저녁은 특별히 맑고 서늘하다. 녀름날 저녁에 어름집에<49> 쪽으리고 긔여 드러가는 사람은 이 맛을 모르고 사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 고마운 저녁이 오기까지 놉다란 한 울에 아득히 더서 서늘한 긔운 솔솔 나리는 별이 나타나기까지 그때까지가 엇더케 길다란 낫(晝)이냐. 넓다란 길바닥과 집웅의 기와ㅅ장까지 불볏에 타고 잇고 소도 말도 거름을 못 것고 더위에 느러지는 되악볏헤 오즉 한가지 바다 물보다도 더 푸른 빗으로 씨인 여름 빙(氷)자 긔빨이 나붓기고 잇는 것이 엇더케 반갑고 고마운 것이냐......
그것은 - 적어도 고 한 때에 잇서서는 - 마치 범난한 물결속에서 허우대는 사람에게 구원의 배가티 고마운 것이다
깨긋한 취미도 업거니와 쌉살한 것 밧게 아죽 맥주 맛을 모르는 나는 더우면 의례히 빙수집을 차저 간다. 대롱대롱 서늘한 소리나는 주렴발을 헤치고 드러슬때 벌서 나는 더위의 물결에서 언덕을 잡은 사람이 된다. 물이 흐르는 어름을 손이 시려서 수건으로 싸쥐는 것을 보기만 하여도 이마의 땀이 도망을 한다. 스윽- 스윽- 아이스크림보다도 밀크세끼보다도 정말 어름의 어름맛을 즐길 수 잇기는 가는 어름을 먹는데 잇다. 스윽- 스윽-그 어름갈리는 소리를 드르라. 새하얀 어름비가 눈ㅅ발가티 흐터저 나리는 것을 보라. 벌서 둥덜미의 땀이 다 긔어들지 안엇는냐
우박이나 싸래기가티 거츨게 가른 어름을 돈내고 먹는 사람은 잠시일망정 불행한 사람이다. 사알-사알 가러서 참말로 눈결가티 가른 고흔 어름을 삽풋떠서 혀ㅅ바닥 우에 가저다 놋키만 하면 씹을 것도 업시 깨물 것도 업시 그냥 그대로 혀도 움즉일 새 업시 스르르 녹아 버리면서 달콤한 향긋한 찬 긔운에 혀끗이 환-해지고 입 속이 환-해지고 머리 속이 환-해지면서 가슴속 배속 등덜미까지 찬긔운이 돈다. 참말 빙수는 만히씩 떠먹기를 앗겨하면서 혀끗에 놋코 녹이거나 빙수물에 혀끗을 담그고 싀원한 맛에 눈을 스르르 감오면서 깃버하는 유치원 아기들 가티 어리광처가며 먹어야 참맛을 아는 것이다.
아모리 더워도 가는 소리만 듯고도 눈결가티 갈니여 흐터지는 것만 보고도 벌서 땀이 긔여드는 것이 닛가 보통은 한그릇이면 더 그 찬 것을 먹을 용긔를 계속하지 못한다. 나는 그 눈결가튼 어름을 혀끗 우에 노코 어느 틈에 녹는가를 보려는 자미 혀끗으로브터 입안 머리속 가슴 배 등덜미로 술긔운보다도 더 속히 뎐긔가티 도라가는 것을 늣기고 안젓는 자미에 한그릇먹고는 반듯이 또한 한 그릇을 계속하는 것이 버릇이 되엿다. 뼈가 저리게 읏절 줄 모르게 차지는 것만 아니면 몃 그릇이던지 작고 니여 먹을 것 갓다.
순회강연차로 평안도에 갓슬 때에 오산(五山)학교에서 이약이하다가 긔차시간이 닥드려서 인사도 할새업시 강단(講壇)에서브터 다름질을 하야 팔분동안이나 뛰여가고도 삼분이 모자라서 급행열차를 타지 못한 일이 잇섯다. 꼭 그 차에 타고 가야 할 터에 타지 못 하엿스니 꼭 올 줄 알고 기다리는 곳에서 큰 야단이 날 것을 생각하니 통지라도 미리 해야겟서서 『뎐보!』하닛가 『여긔는 아직 우편소가 생기지 안어서 뎐보를 못놈니다.』 『그러면 뎐화라도!』하닛가 『뎐화도 우편소가 업스닛가.』한다. 속으로 「이런데서도 사람이 사는가』 하엿다. 뎐화도 뎐보도 하지 못하는 곳에서 급한 병이 생기거나 뜻밧게 재변을 맛나면 엇더케 하는가.
더위에 시달려서 견듸다 못하야 저 거리(街)에 드러가서 어름을 먹을 밧게 업다고 열사(熱沙)의 우에 다리를 저는 사람처럼 허위허위 어름을 구하러 가면 『오늘 긔차편에 어름이 오지 안어서 오늘은 업슴니다, 내일이나 가서 오면 잇지요.』『날마다 긔차편에 어름을 가저다 파닛가요』 긔가 탁 막힌다. 긔차도 자동차도 단이지 안이하는 곳 아조 어름을 생각도 못하고 왼 녀름을 지내는 싀골을 생각하면 서울 가튼 곳에서 마음대로 어름을 먹고 사는 사람들은 감사해야 할 것이다.
뭉계 뭉계 피여 오르는 구름까지도 더워서 날러 단이지 못하는 더운날 파리소리에 낫잠만 자지는 낫에 『애이스꾸리』『애리스꾸릿』하면서 서늘한 소리를 신문 호외 돌니 듯하며 도라 단이는 어름 장사들에게도 경성거리에 사는 사람들은 감사해야 할 것이다.
아아 해가 지자면 아즉도 두시간이나 남엇는대 코에 이마에 손에도 땀이 솟는다. 철필을 던지고 빙수집으로 가자 어름가는 스윽-스윽-소리를 드러러 가자.
색인어이름 : 金南柱,李瑞求,小波,憑虛,波影
녀름情趣, 녀름情緖
잡지명 별건곤 제14호
발행일 1928년 07월 01일
기사제목 녀름情趣, 녀름情緖
기사형태 문예기타
방정환(方定煥, 1899년 11월 9일~1931년 7월 23일)
일제 강점기의 독립운동가, 아동문화운동가, 어린이 교육인, 사회운동가이며 어린이날의 창시자이다.
대한제국 한성부 서부 적선방 아주현계 출신으로, 본관은 온양(溫陽), 호는 소파(小波)이다. 일본 아동 문학가인 이와야 사자나미(巌谷小波)를 존경해서 그의 이름에서 따왔다는 설도 있으나, 수운 최제우의 저서인 《동경대전》의 "용담수류사해원 구악춘회일세화(용담의 물이 흘러 온 세상 바다를 이루는 근원이 되고 구미산에 봄이 다시 돌아오니 온 세상이 꽃이구나)"라는 절구에서 가져온 것으로 용담의 작은 물결이 되어 온 세상에 퍼지고 이 땅 위에 지상천국인 봄동산을 이룩하자는 천도교 사상을 담은 것으로 천도교 신자 소춘(小春) 김기전과 함께 ‘소춘’ ‘소파’라는 호를 지었다는 설도 있다.
이외에도 잔물, 잔물결, 물망초, 몽견초, 몽중인, 삼산인, 북극성, 쌍S, 목성, 은파리, CWP, 길동무, 운정(雲庭), 파영(波影), 깔깔박사, SP생이라는 이름을 필명으로 사용하였다. 이는 일본의 언론 검열을 피하기 위한 것이었고, 소수의 필자들이 잡지의 지면을 채워야 했기 때문이다.
1931년 7월 23일, 오랜 질병과 과로로 인한 신장염으로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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