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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옛모습

일본공원

by 형과니 2023. 7. 9.

일본공원

知識 ,知慧 ,生活/옛날공책

2022-06-06 00:09:52

 

# 일본공원은 나중 동공원으로 개칭했는데, 현재의 인천여상 자리에 있었던 공원으로 개항 직후 도래한 일본인들의 모금으로 조성되었다. 경내에 신사와 수명루와 같은 주점이 있었으며, 바다와 접한 언덕위에 위치하고 있어 풍광이 뛰어난 명소였다.

 

# 이 글은 인천사정(仁川事情)에서 발췌했다. 1893년에 인천 조선신보사(朝鮮新報社)에서 간행된 아오야마(靑山)의 인천사정은 개항 15년 무렵의 인천을 다루고 있어 자료적 가치가 높은 기록이다. 그러나 제목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인천의 실정을 간략하게 소개한 66쪽의 안내서인데다, 필자인 아오야마의 주관이 과도하게 이입된 문체로 서술된 부분이 많아 사료로서의 한계를 지니고 있다. 여행안내서와 본격적인 지지()의 과도적 형태라 할 수 있다.

 

인천대신궁

 

 

일본공원

아오야마(靑山互惠)

 

일본공원(日本公園)은 인천 시가의 동쪽 교외에, 바다에 접한 언덕위에 있다. 공원 안에는 사계절 수목이 무성하고, 꽃들이 여기저기 피어 매우 아름답다. 더욱이 아름다운 풍경이 많은 제물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원근의 아름다운 산과 바다가 눈 아래 펼쳐진다. 공원 중앙에 천조대신궁(天照皇大神宮)을 안치하여 봄·가을 2번의 계절 제사를 지낸다.

 

공원 안에 주정(酒亭)이 두 군데 있는데, 수명루(水明樓)와 명월루(明月樓)가 그것이다. 수명루는 원래 '1' (第一樓)라 불렀다. 3년 전에 요시마쓰(吉松)가 지었는데, 아름다운 누대와 질 좋은 술, 게다가 아름다운 기녀들과 눈부신 경치를 갖추고 있었다. 그러니 연일 현악기의 반주 소리가 해안에 부딪는 파도소리와 서로 어울려 끊임없이 울려 퍼지는 것 역시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만약 이 봄볕이 온 꽃을 피우는 아침, 가을바람 부는 시월의 청아한 저녁, 혹은 흩날리는 눈이 온 세상을 은색으로 뒤 덮을 때, 맑은 바람이 서서히 불어와 쾌적함을 느끼는 여름 저녁, 이 정자에 올라 이 풍경을 상대하며한 잔 마시면, 세상사의 울적함이 어디에 있는가를 알지 못할 것이다. 내가일찍이 말한 바 있다. "제물포의 빼어난 풍경은 일본공원에 다 모였고, 일본공원의 빼어난 풍경은 수명루(水明樓)에 다 모였다", 또 소죠노(蝦農)출신의 에나미(江南)씨가 그 편액(扁額)에 쓰기를 산광수색제일루(山光水色第一樓)"라 하였는데 그 역시 실제 주변의 풍광과 조금도 어긋남이 없다.

 

일본공원에 대한 유별난 추억이 있는데, 메이지 경인년(1890) 가을 11월의 일이다. 밝은 달빛을 타고 발걸음을 일본공원으로 옮기던 때였다. 이미열 한번 종이 울리니, 사방에 인적은 없고 단지 작은 파도 해안을 치는 소리만 들릴 뿐. 제물포의 풍경들은 모두 푸른 밤안개 사이로 잠들었고, 달빛이 밝게 비취어 쓸쓸한 모습으로 고향 생각을 억누를 수 없게 하여, 나는 오래도록 그것을 음미했다.

 

그때 기러기 우는 소리가 아득히 먼 곳에서 들려와 마음이 견딜 수 없이 구슬퍼져서 발길을 돌리려 하는데, 홀연히 피리소리가 신궁 쪽에서 들려왔다. 그 곡조는 자못 처량하고도 비참했다. 아하! 불행하고 불우하여 이 역에서 떠도는 처지였던 나인지라 그 피리소리를 들으니 창자가 끊어지는 듯해서 더욱 견딜 수 없었다. 피리소리로 나를 감동시킨 사람 역시 불행, 불우에 그치지 않고 세상을 떠도는 나와 같은 사람임이 분명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일어나 피리소리가 나는 쪽을 찾아갔을 때, 몸집이 자그마한 한 여자가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인기척을 느끼고는 급히 길가의 수풀 속으로 몸을 숨기는 것을 보았다. 내가 굳이 그를 뒤쫓지 않아 그 사람이 누구인지, 이름이 무엇인지도 알아내지 못한 것은 참으로 유감스럽다. 그런데도 해마다 가을의 늦은 밤을 맞을 때마다 예전 그날 밤의 일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