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멈춰서 있는 그 곳, 교동도
인천의관광/인천의섬
2007-02-17 16:05:11
세월이 멈춰서 있는 그 곳, 교동도
실향민들의 삶과 한이 녹아든 시간여행
세월이 멈춰선 500여미터의 좁다란 골목
강화도 창후리에서 1시간마다 출발하는 뱃길로 15분이면 때뭍지 않은 또 다른 섬, 교동도에 닿을 수 있다. 교동도 중심상가는 6.25 한국전쟁당시 황해도에서 피난 나온 실향민들이 주축이 되어 발달된 곳으로 주변에 100년을 맞는 교동초등학교와 50평 남짓한 작은 공설운동장 그리고 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 골목골목 옛 추억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교동도는 우리나라에서 12번째며 백령도보다 큰 섬이다. 이 섬은 삼국시대 이전 고림(高林)이라고 불리다가 고구려 때 고목근현이라 하였고 신라 경덕왕 때 교동이라 이름 붙여졌다. 역사적으로는 조선시대 광해군이 귀양 간 곳이기도 하다. 그동안 역사와 문화 유적지가 풍부한 강화도에 가려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다.
특히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일반인들이 마음대로 드나들 수 없었던 북단에 위치한 섬이어서 아직도 옛 풍경이 고스란히 남아있어 더욱 정겹다. 조선시대 여인들이 즐겨 사용하던 목욕시설과 한증막, 우리나라 최초의 공자상을 들여온 교동향교. 교동읍성 등이 복원되지 않은 그대로를 보여주고 있어 세월이 멈춰져 있음을 느끼게 한다.
섬의 중심상권인 5백 미터 정도 밖에 안 되는 좁은 골목을 끼고 미장원, 세탁소, 떡방아간, 신발가게, 이발소, 잡화상, 지물포, 약국, 주점, 다방 등 없는 게 없지만 오가는 ‘쇼핑객’은 몇 시간이 되어도 쉬 찾을 수 없다. 한 평이나 될까싶은 좁은 시계포에는 2명이 들어가니 더 이상 앉을 공간이 없다.
오래된 이발소에서 볼 수 있는 풍경
“시계를 고치는 일을 한지 벌써 50년이 되었어.”라고 말하는 황세환(69) 할아버지는 눈에 렌즈를 낀 채 열심히 시계를 고쳤다. 시계포 바로 앞에는 어렸을 때 보았던 옛날 그대로의 이발소가 아직 운영되고 있다. 타일로 엉성하게 만든 세면장, 물 조루에 물을 담아 머리를 감겨주던 추억의 모습, 벽에는 수 십 년의 세월을 말해주는 사진액자가 그대로 걸려있다.
실향민들이 삶의 터전으로 삼아 한두 명씩 장사를 시작하여 형성된 이곳은 1960년경에 현재의 모습으로 갖춰진 뒤 더 이상 개발되지 않았다. 이후 70년대 새마을사업으로 초가지붕을 슬레이트로 바꾼 것이 전부다.
타임머신의 여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고구리 저수지 방면으로 아주 야트막한 언덕하나 넘자마자 우측에 큰 회나무가 보이고 넓은 마을안길이 있다. 안길을 따라 산 쪽으로 계속 올라가면 조선시대 여인들의 목욕시설과 한증막을 볼 수 있다. 소나무가 우거지고 냇물이 쉬지 않고 흐르는 이곳에 슬기로운 우리 선조들은 마을공동목욕탕을 만들었나 보다.
교동읍성과 교동향교 그리고 연산군이 유배되어 살던 연산군적거지도 함께 들려보고 저녁 5시까지 항구에 나와 막배를 타야 한다. 아침 7시30분부터 저녁 5시까지 20분에서 1시간 간격으로 배(화개해운)가 오가며 배에는 차량을 실을 수도 있다. 바다가 얕기 때문에 물때에 따라 40분 정도 돌아가는 경우도 있지만 관광이 목적이라면 배를 실컷 타보는 것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 어차피 같은 가격이니까.
조선시대 여인들의 목욕시설로 사용되던 목욕터와 한증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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