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봉공원-옛 영화 간 곳 없이 쇠락한 그곳은
仁川愛/인천이야기
2007-02-17 16:02:57
수봉공원 놀이시설 전경
남구의 수봉공원은 공원 자체가 놀이공간이자 문화공간이다. 4월의 벚꽃과 5월의 장미가 매혹적인 이곳은 촌스러울 만치 작은 어린이 놀이터와 굽이굽이 산책로가 만들어져 있어 운동은 물론 나들이로 즐거운 한때를 보내려는 가족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시내 한 가운데 위치한 탓에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의 소풍이나 갖가지 행사 장소로도 손색이 없다.
때문에 인천시민이라면 어린시절 찍었던 사진 중에 수봉공원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 하나쯤은 있을 법하다. 도시가 개발되고 공원이 정비되기 이전 그저 동네 뒷산이던 때부터 그 산자락을 타고 놀며 추억의 앨범을 장식했던 것이다. 수봉공원과 얽힌 시간 속에는 지금의 낡고 빛바랜 놀이시설이 자리잡고 있다.
수봉공원 놀이시설은 1978년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본래 자유공원에 있었던 것을 이곳으로 옮겨왔다. 1,600여평의 넓이에 회전목마와 범퍼카, 허니문카 등 모두 11종의 놀이기구가 돌아가며 나들이객의 환호성과 웃음을 자아냈다. 놀이문화가 발달하지도, 멀리까지 나가서 놀지 않았던 시설, 수봉공원은 아이들의 꿈의 동산이자 일상에서 흔치 않는 이벤트였다.
그렇게 인천의 첫 놀이시설로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터라 최신식, 대규모를 자랑하는 요즘의 놀이동산과는 확연히 다르다. 바이킹이 그나마 막내격으로 놓여진 시설이다. 전체적으로 규모와 종류, 편의시설에서 비교가 안 될뿐더러 스릴을 만끽할 만한 충격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꼬마들이 탈만한 기구라든가, 겁 많은 어른도 만만히 도전할 수 있는 놀이기구가 대부분이다.
80년대 성황을 이루던 시절을 뒤로 하고 현재 이곳은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주)자유낙원(대표 이종수)이 남구청에 기부채납한 이 시설은 98년부터 매년 위탁관리돼왔다. 시설은 낙후되고 갈수록 이용자가 줄어드는 형편이다. 이미 폐쇄 예정이었으나 1년씩 계약을 연장하며 버텨오고 있다.
이종수 대표는 쇠락해만 가는 놀이시설을 볼 때 무척 안타깝다.
남구는 부지에 도서관을 짓거나 최선설비를 갖춘 현대식 놀이동산을 들이고 싶어 하지만 투자가가 없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영어마을 바람을 타고 이곳에 남구 영어마을을 조성하자는 의견도 있지만 아직 가시화된 계획은 없다.
이종수 대표는 “구에서는 계획이 설 경우 언제든지 나가라는 입장”이라며 “임대료는 매년 오르고 손님은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우리도 버티기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또 그는 “구에 일일 50만원 꼴로 년 1억8천만원 가량의 임대료를 지불하지만 놀이공간 활성화에는 너무 인색한 측면이 있어 섭섭한 점도 있다.”고 토로했다.
늦가을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부터 2월까지는 최악의 비수기로 임대로가 고스란히 출혈로 이어진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운영업체의 이용료 인상에 대해 구가 받아들이지 않아 몇 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상태다. 지금의 이용료는 가까운 월미도의 놀이시설과 따져도 1/3정도에 불과하다.
이 대표는 “운영자로서 원인과 상황이 빤히 들여다보이지만 의욕을 상실한 채 기구 교체나 신설이 무의미해 현상만 유지하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저렴한 시설임에도 손님들이 다른 곳에서는 비싼 비용을 다 지불하며 이곳에 와서는 깍아달라고 할 때 무척 속상하다.”고 말했다.
언제까지를 기약하지 못하는 처지이지만 그래도 그간 인천시민의 추억을 장식했다는 자부심만큼은 크다. 구가 임대료 부담을 조금 낮춰주고 요금을 현실화시킨다면 과감한 투자를 통해 제2의 전성기를 만들어볼 욕심도 갖고 있는 그다. 속 모르는 남들은 “뭐 그리 연연하냐?”고 타박이지만 가업으로 물려받은 놀이시설 운영을 그의 대에 끊기게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방학을 맞은 몇몇 청소년들과 운동하는 사람들만이 간혹 눈에 띈다.
지영일 편집위원 openme@incheon.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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