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진 메아리/홍예문 [시] - 서봉석
仁川愛/인천이야기
2007-02-25 04:52:42
잃어진 메아리/홍예문 [시] - 서봉석
홍예문은
열고 닫아야 하는 문짝도
걸고 풀어야 하는 빗장도 없다
어린 내가 지나 가도 그득했고
늙어서 서성거려도 늘 다정하다
서해 갯냄새가
슬픔으로도 기쁨으로도
바람 불려 다니고, 때때로
외가 오가 던 길
어머니 손잡고 지나다가
‘엄마‘하고 소리치면
찬 돌에도 더운 마음이 있는지
“얘야”하고 대답하던
내 메아리가 살면서 정들인 곳
불현듯 그 어릿광이 그리워
일부러 찾아가서 다시 불러 보니
이제 웬 늙은이의
목 쉰 소리 혼자 덜커덩거릴 뿐
젊은 어머니의 빛나는 얼굴이 없다
홍예문도 이제는 작아진 키로
함께하던 옛날을 잊어버려서
한 여름에도 자주 불던 찬바람
더위 먹었나 자취 없느데
현수막처럼 내려 걸린
담쟁이 잎에 그린 파란 추억
한 장씩 엽서르 쓴다
문예비전 42호
*홍예문은 인천 자유공원 자락에 있는데 산 기슭을 뚫어서 전동과 송학 동을 연결하는 길에 놓인 돌 구축물로서 그 이름이 홍예문다..인천중학교 근처다. 어려서는 그렇게도 커 보이던 터널이 이제는 아주 작아 보인다..그래도 소리내면 대답하는 메아리는 여전하게 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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