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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진 메아리/홍예문 [시] - 서봉석

by 형과니 2023. 3. 23.

잃어진 메아리/홍예문 [] - 서봉석

仁川愛/인천이야기

 

2007-02-25 04:52:42

 

 

잃어진 메아리/홍예문 [] - 서봉석

 

 

홍예문은

열고 닫아야 하는 문짝도

걸고 풀어야 하는 빗장도 없다

어린 내가 지나 가도 그득했고

늙어서 서성거려도 늘 다정하다

서해 갯냄새가

슬픔으로도 기쁨으로도

바람 불려 다니고, 때때로

외가 오가 던 길

어머니 손잡고 지나다가

엄마하고 소리치면

찬 돌에도 더운 마음이 있는지

얘야하고 대답하던

내 메아리가 살면서 정들인 곳

불현듯 그 어릿광이 그리워

일부러 찾아가서 다시 불러 보니

이제 웬 늙은이의

목 쉰 소리 혼자 덜커덩거릴 뿐

젊은 어머니의 빛나는 얼굴이 없다

홍예문도 이제는 작아진 키로

함께하던 옛날을 잊어버려서

한 여름에도 자주 불던 찬바람

 

 

더위 먹었나 자취 없느데

 

 

현수막처럼 내려 걸린

담쟁이 잎에 그린 파란 추억

 

 

한 장씩 엽서르 쓴다

 

 

문예비전 42

 

 

*홍예문은 인천 자유공원 자락에 있는데 산 기슭을 뚫어서 전동과 송학 동을 연결하는 길에 놓인 돌 구축물로서 그 이름이 홍예문다..인천중학교 근처다. 어려서는 그렇게도 커 보이던 터널이 이제는 아주 작아 보인다..그래도 소리내면 대답하는 메아리는 여전하게 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