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애의 석모도 하리
인천의관광/인천가볼만한곳
2007-02-17 16:39:20
시월애의 석모도 하리
운명처럼,그 바다에 가면 사랑하게 될까
시간(時)을 초월(越)한 슬픈 사랑(愛)이야기, <시월애>는 1998년의 남자 성현(이정재)과 2000년의 여자 은주(전지현)가 주인공이다. 갯벌 위로 긴 다리를 드러내놓고 사각형의 몸에 세모꼴의 지붕을 얻어놓은 모양으로 서있던 아름다운 집 ‘일마레’에서 그 두 사람은 2년의 시차를 두고 거주하며 대화를 나눈다. 그들을 이어주는 것은 집 앞에 세워놓은 ‘우체통’이다.
1998년엔 눈이 많이 왔어요
'일마레'로 이사온 성현에게 이상한 편지가 왔다. 1999년, 2년 후로부터 온 편지. 그 편지에 있던 내용들이 예언과도 같이 현실 속에 나타난다. ‘1월엔 눈이 많이 와서 감기가 유행이었어요, 감기 조심하세요’ 라는 메시지가 다시 도착한다. 그 날은 거짓말같이 함박눈이 내리고… <시놉시스 1>
어린 시절, 자신을 버린 아버지로부터 상처를 받은 성현은 다른 사람을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남자이다. 누구도 사랑하지 않고 상처받지 않는 것이 그가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이다. 그에게 1999년에 사는 은주로부터 날아온 편지는 마음을 조심스레 흔들어 놓는다.
은주는 미국으로 떠난 애인을 잊지 못하고 사는 여자이다. 단역 목소리를 주로 맡는 성우인 그는 주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재주를 가진 귀엽고 사랑스러운 여자이지만 혼자만의 공간으로 돌아오면 떠나버린 사랑 때문에 고독하다. 일마레로 이사온 뒤 성현과 대화를 나누게 되며 마음의 빗장을 연다.
지하철에 두고 온 녹음기가 있어요
자신의 편지가 1998년 12월로 갔다는 것을 믿게 된 은주는 자주 그곳으로 편지를 보낸다. 그녀는 옛날, 지하철에서 잃어버린 녹음기를 찾아달라고 부탁을 한다. 성현은 은주가 얘기한 시간에 그 장소로 가는데, 스쳐지나가듯 성현 앞을 지나는 은주, 두 사람은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 것이다. <시놉시스 2>
사랑, 그것은 시간을 거뜬히 뛰어넘을 수 있을 만큼 위대한 힘을 가진 것. 일마레에 가면 우리도 그런 사랑의 힘을 느껴볼 수 있을지 모른다.
그곳으로 가자면 바다를 건너야 한다. 배는 그리 바쁠 것도 없다는 표정의 연인들을 싣고 바다를 훑어간다. 사랑이란 걸 하는 이들의 얼굴은 늘 그렇게 여유롭기 마련이지.
<시월애>의 무대가 된 뒤, 석모도행 배를 타는 연인들이 부쩍 늘었다. 강화도 외포리 선착장에서 2∼3분 남짓, 섬에서 섬은 지척이었다. 거기서 차는 다시 가파른 언덕 위로 솟구쳤다가 떨어지기를 반복하며 맹렬한 기세로 달려가 10여분 뒤 우리를 갯벌 앞에 풀어놓았다. 강화 석모도 하리 낚시터 앞 갯벌,
<시월애>의 오픈세트가 있던 곳이다. 밀물 때면 성현은 계단 바로 앞까지 차 오른 물에 손을 담그고 물이 빠지면 갯벌 위를 뛰어 다녔다. 바다와 갯벌은 그가 마음을 털어놓았던 유일한 친구였다.
그 ‘일마레’를 짓기 위해 이 영화의 이현승 감독은 해가 지는 각도까지 섬세하게 계산해서 집의 방향을 잡고 갯벌을 밀어내는 공을 들였다. 디자인을 전공한 감독의 독특한 영상과 김현철의 음악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영화 <시월애>는, 하리의 바다와 갯벌, 그리고 노을이 있었기에 더욱 빛났다.
울퉁불퉁한 비포장 길을 걸어 갯벌 쪽에 바짝 다가서 본다. 아마 이쯤이었을 게다. 일마레가 서 있던 곳은…. 두 사람의 이야기가 담긴 편지를 배달해주던, 그 우체통은 어디에 있나.
이미 떠난 사람을 기다리는 건 사랑이 아닙니다.
연락이 없는 애인 때문에 쓸쓸한 은주에게 성현은 그렇게 얘기한다. 이것은 자신을 버린 아버지를 미워하면서도, 그리워할 수밖에 없는 자신에게 하는 말이다. <시놉시스 3>
그러나 지금 하리의 일마레에 영화 속의 ‘일마레’는 없다.
오픈세트를 지을 당시부터 영화촬영까지 오육개월을 쭉 지켜보았던 하리 마을사람들은 지난 해 가을 불쑥 찾아온 태풍에 힘없이 무너져 내린 일마레의 풍경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촬영장소에서 불과 100m 남짓 떨어진 곳에서 해변낚시터란 가게를 하는 김종성씨에겐 더욱 그렇다.
겨울장면이 대부분이었던 이 영화의 석모도 신은 꼭 1년 전인 4월에 시작해 8월 삼복더위에 끝이 났다.
4개월 여, 촬영 스태프 7∼80명에게 직접 밥을 해 날랐다는 김씨는 영화의 앤딩 크레딧에 그의 이름 석자가 올라가는 작은 기쁨을 맛보기도 했다. 그의 가게는 영화에서 성현이 자전거를 타고 와 담배를 샀던 곳이기도 하고 은주가 찾았던 복덕방으로 나오기도 했다.
일부러 꾸밀 것도 없이 영화 속에서 있는 그대로 그려졌던 가게에는, 영화촬영 현장을 담은 몇 장의 사진과 이현승 감독, 이정재, 전지현 세 사람의 2000년 6월 3일자 자필 사인이 담긴 커다란 액자가 한쪽 벽면을 장식하고 있다.
영화가 개봉된 때는 2000년 9월 9일. 그 뒤 영화 속의 일마레 풍경에 반해 이곳을 찾는 이들이 주말에만 100여 명을 웃돈다.
연인들은 일마레가 있던 갯벌을 바라보며 손짓하고 우체통이 있었음직한 자리에서 노을을 배경으로 서보기도 한다. 그들 자신이 성현이고 은주라도 된 것처럼. 집은 그곳에 없지만, 이쁜 조명등을 입고 크리스마스트리처럼 집 앞에 서있던 아카시아나무는 여전히 ‘일마레’가 있던 갯벌과 그 앞 섬들을 바라보고 서있다. 촬영 때문에 몸살을 앓은 탓인지 나무는 시름시름 앓는 것처럼 보였다. 허나, 적어도 사랑이란 걸 하는 이들에게 영화 속에 나왔던 그 집이 그곳에 남아있건 그렇지 않건 과히 중요한 문제는 아닌 것 같았다. 편지가 담겨있던 우체통이 없더라도 좋았다. 하늘과 산을 적시고 끝내 갯벌의 품을 파고들던 노을과 아카시아 나무 한 그루만 일마레에 있다면 충분해 보였다. 영화 속의 ‘일마레’는 태풍에 사라졌지만 이곳을 찾는 이들의 마음속에 일마레는 건재했다.
그 사람이 떠나지 않게 해주세요
은주의 애인이 미국에서 돌아온다. 그러나 그에게는 이미 결혼을 약속한 여자가 옆에 있었고. 모든 것을 되돌리고 싶었던 은주는 애인과 만났던 마지막 장소로 가줄 것을 성현에게 부탁한다. <시놉시스 4>
내가 그렇게 낯설어요
이미 은주를 사랑하고 있는 성현은 은주의 부탁에 괴로워한다. 또 다시 지하철에서 은주와 맞닥뜨린 성현은 자신을 몰라보는 은주에게 말한다. ‘내가 그렇게 낯설어요? 한번만 기회를 줘요.’ <시놉시스 5>
가지 말아요, 사랑해요 가지 말아요 제발요
성현의 사무실로 찾아간 은주는 성현이 그 날 교통사고로 죽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제서야 자신이 성현을 사랑했다는 것을 알게 된 은주는 자신이 얘기한 장소로 가지 말라는 편지를 들고 일마레 앞 우편함으로 달려가는데, 은주의 눈앞을 가로막는 눈물 ‘가지 말아요, 제발요’ <시놉시스 6>
‘성현’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의 사랑을 접을 줄 아는, 그것이 진정한 사랑일까. 우리는 ‘은주’처럼, 사랑이었다는 걸 너무 늦게 깨달아 운명 같은 사랑을 놓치고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사랑을 했던 경험이 있는 이라면 누구에게나 엇갈린 시간 때문에 마음 아팠던 기억들이 한 두 편쯤 있을 터. 그러하기에 <시월애>는 나의 사랑이야기이고 우리들의 러브스토리이다.
그런 사랑이야기가 우리 삶에서 계속되는 한, <시월애>의 무대였던 강화 석모도 하리의 ‘일마레’를 찾는 戀人들의 발길은 이어질 것이다. 은주의 말처럼 일마레, 그곳은 사랑이 담긴 곳이니까.
일마레 가는 길
강화 석모도 선착장을 벗어나면 첫 번째 갈림길이 나오는데 여기서 우회전해서 바다를 바라보며 달리다보면 주유소가 나온다. 이곳을 지나면 T형의 길이 나오는데 여기서 다시 우회전, 곧바로 ㅓ자 형의 길이 나오는데 직진한다.
양쪽으로 펼쳐진 논밭을 가르며 달리다보면 마을이 나오는데 간이슈퍼를 지나면 좁은 마을길로 접어든다. ‘어부의 집’이란 음식점 옆에 영화 시월애 촬영장 하리낚시터라 쓰여진 노란 표지판이 보인다. 거기서 좌회전해서 계속 가면 비포장길이 펼쳐진다. 왼쪽으로는 갯벌이고 오른쪽으로는 상하저수지 둑길이다. 그 중간쯤 나무 한 그루 서있는데 그곳이 일마레가 있던 곳이다. 버스를 타고 온다면 하리 어부의 집 앞에서 내려서 1,500m 쯤 걸으면 된다.
거기서 100미터쯤 더가면 해변낚시터라 쓰여진 가게가 나오는데, 그곳에 들러 커피 한잔에 김종성 사장이 들려주는 영화에 얽힌 에피소드를 듣는 맛도 괜찮다. 삼산면사무소(932-3001), 삼보해운(932-6007) 배 요금 : 인편 왕복 1,200원 승용차 왕복 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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