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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이야기

인천의 도심 속 농촌,만의골

by 형과니 2023. 3. 24.

인천의 도심 속 농촌,만의골

仁川愛/인천이야기

 

2007-03-03 00:38:34

 

인천의 도심 속 농촌,만의골

은행나무 밑에서 가을을 만나다

 

함께 가는 틈새여행

 

5일 근무 등으로 가족단위의 나들이가 늘어가고 있지만 정작 지역 내에서 갈만한 곳이 마땅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이에 따라 인천지역과 주변에서 적은 비용과 시간으로 가족들이 찾아갈 수 있는 곳을 찾아 제공하고자 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백세까지 장수하는 마을이라는 남동구 장수동.

소래산에서 서쪽으로 뻗은 산줄기가 만들어낸 관모산과 상아산 그 아래에 위치한 아담한 동네 만의골은 인천지역에서 그다지 많이 볼 수 없는 농촌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반가운 곳이다.

 

삼국시대 시절 1만호가 살 정도로 거주자가 많았다 해서 이름 붙여진 만의골은 옛날에 이 마을이 깊은 산골의 요새로서 군부대가 주둔했고 부대장격인 만호가 있어 만호골로 불리다가 만의(晩義)골로 변했다고 한다. 지금도 9공수부대가 만의골 끝에 자리 잡고 있다.

 

운연동 만의골을 알려주는 입구에 세워진 돌 표지판을 시작으로 잘 정리된 나무와 길을 따라 걸으면 바쁜 걸음이 무색해진다. 느긋해지는 발걸음으로 주변의 산과 농장들, 과수원을 구경하면 이곳이 도시 속이라는 것을 잠시 잊기에 충분하다. 양 옆의 가로수와 어우러져 시원하게 이어지는 도로의 한적한 윤곽은 자꾸 뒤돌아 보고 싶게 한다.

 

더욱이 만의골 입구에서 군부대 정문까지 조성한 자전거 도로는 깔끔하고 한가로워서 자전거를 가지고 가을바람과 낙엽을 맞으며 달리고 싶은 충동을 불러 일으킨다.

 

길을 걷다보면 만나게 되는 연세대 장수농원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소래산을 거치는 등산객들이 여유롭게 드나들었던 곳이다.연세대가 직영하는 농장이지만 시민들에게 개방해 8만여평의 농장 안의 백송과 향나무 등 관상용 조경수와 비닐하우스 안의 10년 이상 된 분재를 구경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얼마 전부터는 많은 사람들의 손길로 농장 안 자연훼손이 문제가 돼 입구가 폐쇄됐다.자전거 도로를 걸어 군부대 가기 전 장수동 은행나무라고 쓰여진 표지판이 있는 작은 길로 들어서면 영락없는 농촌 풍경이다.

 

익은 벼가 가득한 논의 밝은 황색과 가을하늘의 파란색, 여기에 검붉은 산, 점차 익어가는 갈색의 나뭇잎의 색 조화는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아 사진으로 담아야 안심이 된다.양 옆의 들풀들과 조용히 앉아있는 소들을 구경하며 걷다보면 장수동이 자랑하는 은행나무를 볼 수 있는데 멀리서도 은행나무의 규모와 위풍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장수동 은행나무는 높이가 약 35m, 둘레 8m800년이라는 나이를 먹은 노거수다.

 

5개의 은행나무 가지가 한데 모여 점차 위로 퍼진 모습은 자연의 힘과 풍요로움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한다. 그 크기가 얼마나 큰 지 나무 아래 서 있으면 큰 숲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요즘처럼 가을바람이 부는 날에는 살랑거리며 점차 노랗게 변해가는 은행잎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곳의 발걸음이 고맙기만 하다.

 

인천시 기념물 제12호로 지정된 은행나무는 이 마을의 수호신이다. 10년 전만해도 마을 주민들이 매년 음력 7월과 10월에 제물을 차리고 풍년과 무사태평을 기원하였다고 한다.

 

은행나무 주변에는 먹거리 장터가 많아 산책이나 등산을 마친 사람들이 모여 칼국수나 국수 등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울타리에 탐스럽게 달려있는 애호박을 구경하며 나누는 담소 또한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은행나무 뒤쪽길은 인천대공원 후문으로 통해있어 내친김에 공원 안을 걷는 것도 좋을 듯하다.

 

찾아가는 길

남동구청에서 수원, 시흥방면의 산업도로를 타고 가다가 만의골 표지판이 나오는 곳에서 좌회전 해 들어가면 된다.

인천대공원 안에서 가려면 눈썰매장 쪽에 있는 쪽문 매표소를 통과해 외곽순환고속도로 밑으로 걸어가면 된다.

 

박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