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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광철의 전망차

인천의 봄바람

by 형과니 2023. 4. 7.

인천의 봄바람

인천의문화/오광철의전망차

2007-04-08 00:25:38


인천의 봄바람


지난주 내내 찌푸리며 심한 황사까지 몰아오더니 며칠새 바람이 강하다. 이를 꽃샘추위라고 하거니와 이렇게 봄바람은 몸속 구석구석에 스며들어 한기마저 느끼게 하는 것이다.

예년보다 꽃피는 시기가 빨라졌다는데 모처럼 터뜨린 개나리도 진달래도 꽃망울이 가련하다. 한껏 부푸른 벚꽃도 주춤한 듯 피울 기색이 없다. 날씨는 회복되었다지만 인천의 봄바람은 세차서 이달 중순까지는 지속되겠다. 그러니까 ‘서울의 봄이 눈 속에서 온다’(빙허 현진건의 글)면 인천의 봄은 바람 속에서 온다.

인천의 봄바람은 아마도 남아 있을 대륙성 고기압의 여세일 듯 서북쪽에서 강하다. 전선을 울리느라 ‘윙윙’하는 바람소리를 실내에서 듣노라면 지난 한겨울에 겪은 폭풍설한으로 착각을 일으킬 정도이다.

바람에 흩날리는 깃발을 보여주기 위해 바람이 만들어졌다고 하거니와 게양대의 깃발도 한껏 펄럭인다. 뿐만 아니라 인천의 봄바람은 뿌옇게 먼지까지 함께 몰아온다. 멀리 중국 대륙에서의 황사는 물론 가깝게는 항구에서 짐부리며 발산하는 먼지도 날린다.

이럴 때는 시가지가 온통 안개끼듯 뿌옇고 아예 먼 곳은 보이지 않기까지 한다. 그런 속에서 꽃나무들은 꽃을 피우려다 움츠러들고 이미 피운 꽃들은 흩어진다. 그러다가 어느날 문득 5월이 시작하면서 새잎으로 찬란한 신록을 맞는다. 이때가 인천의 꽃철이다. 파아란 새잎이 꽃보다 더 아름답지 않은가.

하긴 험한 봄바람이 인천만의 현상은 아닌 듯하다. 서양 속담에 ‘3월은 사자처럼 와서 어린양처럼 간다’는 것이 있고 중국에서는 ‘春風吹倒牛(춘풍취도우)’라느니 ‘羊角風(양각풍)’이라고 한다.

봄바람이 소를 쓰러뜨린다거나 바람이 양의 뿔처럼 회오리 친다는 뜻이다. 이것을 두고 이때쯤이면 대륙에서 남하하는 한랭전선이 적난운을 일으키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그러나 봄인 것을 어쩌랴. 어제는 중국의 황하가 맑아진다는 청명에 식목일이요. 오늘은 한식이다. 가고 오는 절기에 못견디어 짓궂은 바람은 그치고 기온이 급상승하여 성큼 봄은 무르익으리라. 어느 틈에 피어난 정원의 목련이 어머니의 자태처럼 우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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