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 잔해를 찾아서
인천의문화/오광철의전망차
2007-04-12 21:01:53
연꽃 잔해를 찾아서
검은 색깔이란 원래 마음에 끌리는 색이 아니다. 검은색은 어둠이요 절망과 죽음의 색이다. 흰색이 밝음을 뜻한다면 검은색은 어둠을 뜻하고 흰색이 순결이라면 검은색은 불결이다.
또한 흰빛이 희망이라면 검은색은 절망이요 흰색이 삶이라면 검은색은 죽음을 상징한다. 그래서일까. 특히 우리나라 사람은 검은색을 혐오하고 흰색을 사랑하여 예로부터 백의민족이라고 했다.
검은색을 찬양했다면 오로지 이직의 시조 ‘가마귀 검다하고’가 있다고 할까. “가마귀 검다하고 백로야 웃지마라/ 겉이 검은들 속조차 검을소냐/ 아마도 겉 희고 속 검은이는 너뿐인가 하노라”.
그러나 이 검은색과 흰색이 조화를 이룰 때 기가 막힐 만큼 아름다워진다. 한폭의 한국화나 흑백사진을 감상하면서 그것을 발견한다. 비록 흑백이더라도 온갖 색깔이 살아난다. 컬러는 화려할 망정 실은 사실을 호도할 뿐이다.
대나무를 친 한국화라고 하자. 비록 먹물로 그렸으되 곧게 뻗은 대에 살아있는 윤기가 흐르고 푸른 이파리가 싱싱하다. 한촉의 난도 마찬가지이다. 먹물 그림이되 갓 피어난 한송이 꽃에서 난향의 그윽함이 느껴진다.
탁상 위 접시에 담긴 감의 정물화일 때도 그렇다. 역시 잘 익은 붉은색을 느낄수 있다. 이렇듯 흑백 그림이로되 그것들에서 충분히 총천연색이 배어 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검은 것이 아름답다고 하는 것일까. 흔히 아프리카를 새롭게 인식하여 이르는 말이지만 새삼 검은 대륙 아프리카에서 아름다움을 느낀다고 한다.
특히 흑백의 사진들에서 그렇다. 비록 건조하고 고되고 메마른 곳일 망정 한장의 사진속에 역동적인 건강이 있고 신비와 생명력 그리고 진실이 있다.
인천여류사진가회 회원전이 11일까지 수봉공원 문화회관에서 열리고 있다. 심혈을 기울여온 열한번째의 회원전으로 12명의 회원 모두가 3점씩 36점을 전시하고 있다.
소재는 ‘화려한 여름 연꽃들의 잔해를 찾아서’- 이들이 줄곧 고수해온 흑백사진들이다. 비록 잔해일 망정 작품마다 지난해 연꽃들의 화려함이 살아 있다. 흑백사진이야 말로 어떤 방식으로도 나타낼 수 없는 많은 것을 보여주는 예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