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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광철의 전망차

야구장 순대

by 형과니 2023. 4. 6.

야구장 순대

인천의문화/오광철의전망차

2007-04-02 04:22:42


야구장 순대


어려서 큰댁 큰일 때마다 고방의 순대를 보며 겁먹었던 기억이 난다. 어둑 컴컴한 우묵에 다른 음식과 함께 나무 함지박마다 똬리 틀 듯 담겨 있었는데 그것이 무서워 접근하기를 꺼려했었다.

전날 부엌에서 아주머니들이 모여 앉아 온몸에 피범벅되듯 순대를 만드느라 법석을 피우던 광경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어린 마음에 붉은 피가 어찌나 무서웠던지 방에 갇혀 밖에 나가지를 못했었다.

순대는 돼지의 창자에 여러가지 재료로 버무린 소를 넣어 삶거나 쪄낸 전래의 우리 음식이다. 옛날 가축을 도살할 때 피와 내장을 적절히 이용한데서 비롯되지 않았나 여겨진다.

여기서도 우리 선인들의 알뜰한 살림살이가 담겨 있는 듯하다. 조선시대 부녀자를 위한 생활지침을 적은 ‘규합총서’에도 어교순대와 도야지순대가 소개되고 있다. 어교순대는 생선 민어의 부레에 소를 넣어 만들며 도야지순대는 오늘날의 돼지순대이다.

순대를 만드는 순서는 이러하다. 우선 돼지 창자를 소금으로 주물러 깨끗이 씻어 하룻밤 물에 담가 놓는다. 찹쌀을 충분히 불려 익히고 숙주 시래기 따위를 데쳐 다지고 찹쌀밥과 선지를 섞어 돼지고기와 갖은 양념으로 버무려 창자에 깔대기를 대고 밀어 넣어 채운 후 끓는 물에 익힌다. 반 시간쯤 되어 대나무 침으로 찔러 익었는지 확인하면서 계속 삶는다.

순대는 지금 도시민에게 사랑받는 음식 중의 하나이다. 젊은 여성이건 어린이들이건 가리지 않고 즐긴다. 전문점에서는 체인까지 두고 성업 중이다. 서울 대학가에서는 야채를 섞어 볶아내는 철판요리가 인기라는데 인천에서는 예전 야구경기장 인근이던 속칭 독갑다리가 순대국거리로 이름나 있다.

야구경기라도 있는 날이면 아랫층 이층 가리지 않고 앉을 자리가 없을 만큼 붐볐다. 연전에 미국에서 우승하고 개선한 한 골퍼가 우선 그곳에 달려갔다는 것을 보면 순대의 인기를 짐작할만하다.

야구팬들에게 잊을수 없는 도원동 순대가 문학야구장에도 등장하리라 한다. 오는 10일 홈개막전부터 영업을 개시하리라는 것이다. 야구팬들의 성원 결과인 만큼 단골 손님들에게의 보답은 적절한 가격과 서비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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