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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성의 미추홀

세도(稅盜)이후 

by 형과니 2023. 4. 11.

세도(稅盜)이후 

仁川愛/인천이야기

 

2007-06-26 16:03:25

 

세도(稅盜)이후 

미추홀 - 조우성 <객원논설위원>

 

선조 2715947월이었다. 사간원이 "인천부사 김찬선(金纘先)은 거리낌 없이 탐욕스럽고 방종한데다가 오로지 긁어모으는 것만을 일삼아 어전(漁箭)을 많이 설치하여 저자의 이익을 취하고 사장(私莊)을 널리 점유하여 일신의 사욕만 꾀하는 등 기민(饑民)을 침해하는 일이 끝이 없으므로 온 경내가 탄식하고 원망하는 말이 길에 가득합니다. 하루라도 관직에 있게 할 수 없으니 파직을 명하소서."라고 아뢰었다.

 

같은 해 12월 사간원은 또 "부평부사 기훈(奇薰)은 본래 패려(悖戾)한 무부(武夫)로서 분수에 넘친 짓을 마구하였는데, 부임한 뒤에는 가렴구주를 일삼아 오로지 자신을 살찌게 하는 데 힘을 쓰니 하루도 그를 관직에 있게 할 수 없으니 파직시키소서."라고 아뢰었다. 두 사람은 곧 파직 당했다.

 

그로부터 꼭 4백년 뒤인 1994, 인천에서는 부사(府使)들의 가렴주구보다 더 쇼킹한 전대미문의 집단적 공금 횡령 사건이 벌어졌다. 수십 명의 공무원이 떼도적처럼 작당해 국민의 고혈이나 다름없는 세금을 보는 대로 집어삼켜 세상을 경악케 한 것이다. 이 사건의 배후에 대해 당시 한 국회의원은 "북구청 내에는 이른바 '부화회'라는 관내 기관장, 기업체 임원, 지역 유지의 모임과 일명 '부평 마피아'라고 불리는 '일삼회'라는 단체가 있어 갖가지 이권은 물론 구청장의 인사에까지 개입해 왔다."고 말해 충격을 주었다.

 

종국에는 세도 사건이 전국적 현상인 것이 드러나면서 국민의 신망을 총체적으로 잃어버린 공직계였다. 최근에는 좀도둑처럼 시간외 수당을 타내려고 야밤에 츄리닝 바람으로 줄줄이 청사에 나타나 거짓 손도장을 찍어대고, 그것도 모자라 서류상의 유령 출장을 다녔으며, 공금을 제 돈인 양 뽑아내 금강산 여행비로 썼다는 것이다. 믿고 싶지 않은 현실들이다./조우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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